2021년도는 우리나라 주식시장 역사상 가장 많은 신규 주식물량 공급을 기록한 해가 될 것이다. 올들어 8월말현재 10조4716억원을 기록했는데 이는 지난해 전체 실적(3조 8241억 원)을 훌쩍 넘는 수준이다. 기업공개와 유상증자규모를 합친 총 주식발행도 같은기간 21조1656억원으로 지난해 전체 질적(10조 9164억원)의 배에 달한다. 연말까지 예정된 주식발행이 실현되면 그 규모는 더욱 늘어날 것이다.
국내 증권시장에서 이 같이 급격한 주식공급이 이뤄진 시기는 1988년과 1989년이었다. 1986년 1조원, 1987년 2조원이던 공급물량은 정부의 기업공개 촉진과 한전과 포철의 국민주 보급으로 1988년 7조원, 1989년에는 14조원으로 폭증했다. 1989년은 종합주가지수가 최초 1000포인트를 돌파했지만 상장시가총액은 100조원 수준이었으니 당시 14조원의 신규주식발행 규모는 기록적인 수준이라고 볼 수 있다.
하지만 그 부담은 이후 주식시장에 전가됐다. 그해 주가지수는 4월 1007 포인트 최고점을 정점으로 하락세로 전환되어 1992년 8월 456 포인트까지 떨어지는 등 장기침체를 이어갔는데 이는 증권시장 수급구조의 심각한 불균형이 원인으로 지목됐다. 증시활황에 고무된 기업들이 대거 공개와 증자에 나서면서 확대공급된 주식은 시장에 계속 남아있는 반면 3저호황 종료에 따라 주식수요는 감소하면서 수급불균형 폭이 확대됐다는 얘기다. 돌이켜 보면 당시 우리의 증권제도나 상장기업 수준이 이익의 주주환원을 위한 자사주 매입이나 기업부실에 따른 신속한 상장폐지 등을 쉽게 할 수 있는 상황도 아니었다.
사실 이런 신규증권의 발행조절제도는 채권시장에서 시작되었다. 국채발행물량이 미미하던 시절 민간의 채권발행을 일정기준에 따라 제한한 것이 시중 이자율 폭등을 억제하는 데 효과를 발휘하면서 주식시장에도 유사한 제도를 적용하는 계기가 되었다. 나중에는 해외부문 통화증발을 억제하기 위해 해외증권발행에도 물량조절제도가 도입되면서 1997년 외완위기로 모든 제도가 폐지되기 전까지 증권발행에 있어 정부의 직접통제는 절정을 이루었다.
불필요한 걱정과 상상 보다는 좀 더 시장친화적이고 주식시장의 자율적인 수급구조가 정착될 수 있도록 정책적 노력이 이뤄져야 할 것이다. 무엇보다 증권시장에 존재하는 주식의 양이 좀더 탄력적으로 자율 조정될 수 있도록 상장기업의 주주이익환원을 위한 정기적인 자사주 매입과 다양한 동기에서의 상장폐지가 활성화될 필요가 있다. 수요측면에서도 일반투자자들이 주식시장에 오래 머물수 있도록 배당성향을 제고하고, 기관투자자의 주식투자 확대, 퇴직연금제도의 DC형 전환확대 등이 조속히 이뤄져야 한다. 여기에 외국인투자자들의 한국증시 복귀가 빨라질 수 있도록 정부정책의 예측가능성을 높여야 함은 두말할 필요 없다.
코로나 위기를 계기로 국내 자본시장은 국민들의 가계자산배분과 증권투자에 대한 인식이 근본적으로 바뀌는 중요한 변곡점을 지나고 있다. 증권시장의 주식 수급구조가 더 이상 정부 간섭이 필요 없는 복원력 강한 선진구조로 진화하도록 정책적 노력이 필요할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