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세대 증오심·기성세대 이기심, 파국만은 피해야"

연극 '인간이든 신이든' 29일 개막
'콤비' 고연옥 작가·김정 연출 세 번째 작품
2015년 '19세 김군 IS 가담사건' 무대로
"우리의 현재 돌아보는 작품 되길"
  • 등록 2021-04-27 오전 6:02:00

    수정 2021-05-04 오후 4:05:34

[이데일리 장병호 기자] 2015년 한국 사회를 충격에 빠트렸던 19세 김군의 이슬람 국가(IS) 가담 사건을 다룬 연극이 무대에 오른다. 오는 29일부터 서울 종로구 대학로 선돌극장에서 막을 올리는 연극 ‘인간이든 신이든’이다.

연극 ‘인간이든 신이든’ 콘셉트 이미지(사진=프로젝트 내친김에)
극단 프로젝트 내친김에의 신작이자 연극 ‘손님들’ ‘처의 감각’을 통해 호평을 받았던 고연옥 작가·김정 연출 콤비의 세 번째 작업으로 연극계 화제작으로 떠올랐다. 공연은 일찌감치 전회 매진을 기록, 토요일인 다음달 1일과 8일 오후 7시 2회 공연을 추가해 오는 27일 오전 10시 티켓 오픈을 앞두고 있다.

최근 사회적인 이슈로 떠오르고 있는 세대갈등과 젠더갈등을 다룬 작품으로 눈길을 끈다. 고 작가는 최근 이데일리와 서면 인터뷰에서 “유럽·아시아·아프리카·미국 등 세계 젊은이들이 테러리스트가 되기 위해 IS를 찾았던 것을 보면서 이것은 세대갈등 문제가 가장 강력하게 증폭된 형태라고 생각했다”며 “아들을 데리러 가는 부모의 이야기를 통해 기성세대의 자만심과 이기심, 실패의 이유가 극명히 드러나는 작품을 쓰고자 했다”고 집필의도를 밝혔다.

작품은 IS전사가 되기 위해 집을 떠난 청년, 그리고 그런 아들을 구하기 위해 아들의 꿈 속으로 찾아온 한 여자의 긴 여정을 그린다. 이들의 이야기는 영원불멸의 신이 되고자 떠났지만 결국 실패하고만 인류 최초의 신화 길가메시의 여정과 닮았다. 김군의 IS 가담 사건을 “세대갈등과 젠더갈등이 가장 집약적으로 드러난 상징적인 사건으로 느껴졌다”고 말한 고 작가는 “청년세대의 순진한 증오심과 기성세대의 평범한 이기심이 만나 어떤 종말을 향해 달려가는지를 지켜보며 지금 우리의 현재를 다시 돌아보게 하고자 했다”고 작품의 주제를 설명했다.

무거운 주제의 희곡은 배우들의 움직임을 강조하는 김정 연출과 만나 특유의 발랄하면서도 진중한 작품으로 무대화를 준비 중이다. 김 연출은 “작가님의 글은 층위가 굉장히 깊고 여러 겹이기에 연습과정에서 그 말이 온전히 전달되기 위해 소리도 질러보고 노래로도 해보고 몸으로 흔들어도 보며 많은 시도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한 “자기 몫을 해내기 위해 오랜 시간 공들여 자기 인물을 구축해낸 훌륭한 배우들의 모든 순간을 놓치지 말고 담아가면 좋겠다”고 전했다.

작품은 세대갈등과 젠더갈등 등의 이슈가 파국으로 치닫는 것은 피해야 한다는 간절함을 담고 있다. 고 작가는 “청년세대가 느끼는 박탈감은 운이 따르지 않으면 영원히 약자의 처지에 머무를 수밖에 없는 현실에서 기인했고, 이런 현실은 기성세대가 형성했거나 적어도 묵인한 우리 사회의 구조와 맞물려 있다”며 “기성세대의 이기심과 청년세대의 증오심이 연결돼 있다는 각성은 최악의 파국을 맞기 전 서로에게 어떻게 다가가야 할지 고민하게 하고 싶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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