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 ‘맞춤 영상편지’ 인기...원조는 따로 있다

'팀 아짐카야' 인기... 방글라데시인이 전하는 한국어 영상편지
누리꾼들 "진정한 창조경제" 등 극찬
원조는 ‘say anything(무엇이든 말하세요)’
전문가 “소통이라는 의미의 재능공유”
  • 등록 2020-09-22 오전 12:05:03

    수정 2020-09-22 오전 12:05:03

“진규 형님 생일 축하해요”

1분 남짓의 유튜브 영상에 선생님과 학생으로 보이는 6명의 방글라데시 사람들이 등장한다.

한국어가 반듯하게 적힌 보드를 나무에 걸어둔 채 선생님은 마치 수업을 하듯 보드를 가리키며 선창한다. 바닥에 옹기종기 앉아있는 아이들은 큰 소리로 따라 읽는다. 같은 문장을 여러 번 반복하더니 신나는 노래와 함께 춤을 추며 영상은 끝이 난다.

(사진=유튜브 캡처)


누리꾼들 진정한 창조경제다

하루아침에 스타가 된 방글라데시 유튜브 채널 ‘팀 아짐키야(Team Azimkiya).’

최근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국내 누리꾼 사이에서 엄청난 인기를 끌고 있는 이 채널은 화제가 된 이후 1주일 만에 구독자 수 15만명을 훌쩍 넘겼다. 이 중 ‘이신우 XXXX’를 외치는 가장 인기 있는 영상은 159만 조회수를 돌파했다.

팀 아짐키야는 나만의 ‘맞춤 영상 편지’를 제작해준다. 방법은 간단하다. 해당 채널이 공개한 메일 주소로 원하는 메시지를 의뢰하면 이를 대신 전해주는 것. 사이트를 홍보하거나 친구 생일을 축하하는 등 메시지의 주제도 다양하다.

이들은 메시지의 의미와 연관된 퍼포먼스를 선보이기도 한다. ‘기현아 대머리 깎아라’ 제목의 영상에서는 머리를 문지르는 행동을 한다. 문장의 대략적인 뜻을 파악하고 있는 것이다.

해당 채널 운영자는 한 시청자의 댓글에 “발음을 위해 번역기를 사용한다. 정확한 뜻은 모른다”고 적었다.

이를 본 국내 누리꾼들은 ‘진정한 창조경제다’, ‘발음 점점 좋아지네’, ‘유쾌한 모습에 덩달아 웃음이 난다’, ‘적은 돈으로 광고효과 엄청나겠다’등의 반응이 이어졌다.

(사진=파이버(Fiverr) 홈페이지 캡처)


원조는 ‘say anything(무엇이든 말하세요)’

일정 금액을 지불하고 원하는 영상 메시지를 만들어 주는 영상은 사실 해외에서 이미 유명하다. 대표적인 예는 프리랜서 마켓 ‘파이버(fiverr)’.

2010년 2월에 시작한 해외 플랫폼 파이버는 전 세계의 프리랜서를 연결해주는 ‘재능 공유 마켓’이다. 파이버는 “지난 6월 30일 기준 12개월 동안 약 280만명의 고객이 160개국 이상의 프리랜서로부터 다양한 서비스를 구입했다”고 밝혔다.

(사진=크몽 홈페이지)


프리랜서 마켓은 개인이 가지고 있는 무형의 재능, 서비스, 지식 등을 거래하는 플랫폼으로 국내의 경우 프리랜서 마켓 크몽, 재능공유 탈잉, 클래스 101 등이 비슷한 예다.

그러나 국내 플랫폼에서는 보다 높은 가격에 비교적 전문적인 재능을 중심으로 공유되고 있다는 점이 해외 플랫폼과의 차이점이다. ‘지식 공유’에 초점을 맞춘 것이다.

반면 파이버는 가격뿐만 아니라 공유하는 무형 서비스의 폭이 비교적 넓은 편이다.

해당 사이트에 “Say anything(무엇이든 말하세요)”을 검색하면 “스파이더맨으로 무엇이든 말해요. (I will say anything as spider man)”와 같은 제목으로 600개가 넘는 채널들이 등장한다.

이들은 사이트에 등록되어 있는 세계의 프리랜서로 영화 속 캐릭터나 유명 인물 분장은 물론 앵무새 목소리 등 개성 있는 콘셉트로 원하는 말이나 행동을 하고 돈을 번다. 가격은 최소 5달러부터 시작한다. 유익한 지식을 넘어 단순히 ‘재미’를 위한 재능공유가 이뤄지는 셈이다.

전문가 소통이라는 의미의 재능공유

전문가는 이 같은 현상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로 해외여행 길이 막힌 현 상황에서 새롭고 재미있는 것을 찾고자 하는 사람들의 심리와 맞물려 화제가 된 것이라고 분석한다.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국내 시청자들이 한국어를 소통의 매개체로 외국인과 마치 친구가 된 것 같은 기분에 재미를 느끼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유튜브나 재능공유 플랫폼 등을 통해 새로운 문화를 접한다는 점에서 시청자들이 열광하는 것”이라며 단순히 유익한 지식을 위한 재능공유가 아닌, ‘소통’이라는 의미의 재능공유에서 의미가 있다고 덧붙였다.

욕설·명예훼손 등 범죄 악용 우려도

한편 팀 아짐키야 영상을 두고 일각에서는 ‘범죄에 악용될 수 있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한 누리꾼은 댓글로 “이상한 단어나 문제가 되는 발언으로 잘못 없는 유튜버에게 논란이 생길까 걱정된다”며 우려를 표했다.

실제로 해당 유튜브 채널에 올라온 한글 영상 중 일부는 욕설을 담은 영상이다. 의뢰받은 문장의 발음을 위해 번역기를 사용하긴 하지만 비속어나 줄임말 등의 경우 한국어를 잘 모르는 외국인은 그 뜻을 정확히 파악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아무리 재미를 위한 영상이라도 내용에 대한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경찰청 사이버안전국 사이버수사과 관계자에 따르면 “일어나지 않은 범죄에 대해 처벌을 이야기하긴 어렵지만 제3자에게 피해를 주는 멘트를 의뢰하는 행위 역시 명예훼손 등의 처벌을 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스냅타임 정지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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