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전 대통령이 제시했던 행정수도 이전은 헌재의 위헌판결 이후에도 장기적 국가 과제로서 논의가 이어져 왔다. 이명박·박근혜 정부를 거치며 세종시가 행정중심복합도시라는 이름으로 개발됐고,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대선 때 세종시를 ‘실질적인 행정수도’로 만들겠다고 공약하기도 했다. 국토 균형발전이라는 원칙에 입각해 행정수도를 이전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여론도 여전한 편이다. 행정수도 이전 주장이 뜬금없는 것만은 아니라는 얘기다.
행정수도를 옮긴다면 수도권 집값을 잡는 데 효과가 있을 것이라는 근거도 희박하다. 경제·사회적 인프라를 한꺼번에 옮긴다면 모를까 행정기능만 옮겨서는 수도권 인구집중이 억제되리라는 보장이 없다. 세종시와 그 주변이 새로운 투기장이 될 가능성도 다분하다. 게다가 위헌판결을 뒤집기 위한 새로운 헌법재판 청구나 개헌이 선결돼야 하는데, 그 과정에서 심각한 정쟁과 국론분열도 우려된다. 수도권 집값을 잡는 문제는 현실적으로 가능한 다른 방법으로 풀어가야 한다. 행정수도 이전 논의는 폭넓은 관점에서 보다 길게 미래를 내다보며 다뤄야 할 과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