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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4일 충북 오송공장에서 만난 손미진 수젠텍 대표는 항체 신속진단키트 개발을 위해 대구를 누비고 다녔던 얘기부터 시작했다. 국내에서 31번째 코로나19 확진자 발생을 계기로 신천지 교도의 집단 감염이 시작되면서 모두의 기피장소가 된 대구를 손 대표는 일부러 찾아간 것이다. 그렇게 개발한 진단키트는 벌써 50개국에 수출하는 효자상품이 됐다.
수젠텍은 2011년 LG화학 바이오텍 연구소에서 진단 분야를 연구하던 4명의 창업자가 설립한 체외진단 기업이다. 2016년 코넥스시장에 상장했으며 2019년 5월 기술력을 바탕으로 코스닥 시장 상장 규정에 의한 기술성장기업으로 이전 특례상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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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젠텍의 항체 신속진단키트(SGTi-flex COVID-19 IgG/IgM)의 수출 허가 후 현재까지 수출액은 400억원을 넘어선다. 지난해 수젠텍 매출이 38억원인 것을 고려하면 불과 1개월도 안 돼 전년 매출의 10배를 번 것이다. 수젠텍의 신속진단키트는 혈액으로 코로나19 감염 여부 확인이 10분 내에 가능하다.
수젠텍의 항체 신속진단키트는 지난 1월 말 질병관리본부가 진단기기 개발업체들과 긴급회의를 가진 후 곧바로 개발에 나섰다. 2월 한 달 동안 개발과 임상을 거친 후 지난 3월 6일 공식적으로 개발에 성공했다.
손 대표는 “창업 멤버들이 진단 분야만 연구했던 분들인 데다 이미 관련 특허만 70개에 달한다”며 “오히려 개발보다는 검증하는데 시간이 더 걸렸다”고 말했다. 특히 그는 “성능을 확인하기 위해서는 검체가 있어야 했다”며 “2월에 대구 신천지 신도들의 집단감염 우려가 커졌을 때라 진단키트를 가지고 대구로 갔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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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 대표는 “현재 20개국에 수출이 진행됐고 계약을 진행 중인 곳까지 포함하면 수출국이 50개국에 달한다”며 “현재 진단키드 양산을 위해 주변 공장까지 빌려 이용할 정도”라고 말했다.
하반기 킬러아이템 ‘결핵진단’
수젠텍의 매출에서 코로나19 항체 신속진단키트가 차지하는 비중이 절반을 넘어섰다. 수젠텍은 퍼스널케어, 현장진단, 다중면역블롯(대형 병원내 진단검사실에서 사용하는 질병 진단 기기) 등 세 개의 체외진단 플랫폼을 보유하고 있으며, 이 중 다중면역블롯이 절반 이상이었다.
손 대표는 “신속진단키트로 인해 매출 비중이 역전된 지 오래”라며 “코로나19 전에 킬러아이템(핵심품목)은 결핵 진단키트였다”고 설명했다. 수젠텍의 결핵 진단키트는 폐에서 객담(가래)을 채취하는 기존 방식과 달리 혈액으로 추출해 폐결핵 균이 분비하는 단백질을 잡아내는 ‘결핵균 특이항원 혈액검사’로 현장에서 바로 맞춤형 처방을 내릴 수 있는 장점이 있다.
그는 “결핵 또한 호흡기 질환이 하나로 객담이 추출되더라도 감염과 오염 등으로 인해 정확하고 신속한 진단이 어려웠다”며 “수젠텍이 세계 최초 혈액 기반 결핵 진단키트 식약처 허가를 받은 상태로 코로나19 항체 신속진단키트로 중단됐던 판매가 조만간 재개될 것”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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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외진단기업협의회장도 맡는 손 대표는 진단시장 기업들이 아직 한국 내에서 제대로 평가받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수젠텍 상장 당시만 해도 진단기업이 제조업을 가지고 있다는 이유로 증권가에서 밸류에이션을 낮게 평가받았다고 한다.
손 대표는 “수젠텍 상장 당시 진단시장에 대한 이해도가 없어 시장에서는 단순 제조업으로 보고 박대를 받았다”며 “상장을 위해 진단분야의 향후 전망에 대해 많은 시간을 할애해야만 했다”고 말했다. 한국IR협의회 발표 자료에 따르면 세계 체외진단 시장은 2018년 600억5451만달러에서 연평균 6.73% 성장해 2023년에는 831억7722만달러에 달할 것으로 전망된다.
손 대표 특히 “코로나19 팬데믹 현상만 봐도 소수의 검사를 위한 고가의 장비가 필요한 게 아니라 많은 사람을 검사할 수 있는 범용성을 가진 아이템이 필요하다는 것을 봤다”며 “코로나19뿐 아니라 앞으로의 검사영역은 커질 수밖에 없어 헬스케어 기업들의 판도가 바뀌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