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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이데일리 이준기 특파원]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제롬 파월
(사진) 의장이 26일(현지시간) 오전 미 공중파인 NBC방송에 등장했다. 현직 미 연준 의장이 특정 언론과 인터뷰를 하는 건 매우 이례적인 풍광이다. 그만큼 코로나19발(發) 경제충격이 만만치 않다고 판단했기 때문일 터다. 공교롭게도 이날 인터뷰는 미국의 ‘실업대란’ 발표 직전에 이뤄졌다. 이 자리에서 파월 의장은 “실탄(자금)이 동날 일은 없을 것”이라며 부양 의지를 거듭 확인했다. 2조2000억달러(약 2700조원) 규모의 미국의 슈퍼부양책이 전날(25일) 미 상원의 문턱을 넘은 가운데, 연준 역시 ‘지원 사격’을 아끼지 않겠다는 의미다. ‘적시’에 나온 파월 의장의 발언 탓인지, 이날 미 주식시장은 쾌속 질주 중이다.
파월 의장은 인터뷰에서 미국이 이미 코로나19발 경기침체에 들어갔음은 인정했다. 다만, 과거의 침체와는 결이 다르다고 했다. 그는 “우리 경제에 펀더멘털(기초여건) 상 문제가 없다. 오히려 반대다. 2월까지 경제는 아주 잘 작동했다”고 설명한 뒤, “원칙적으로 우리가 바이러스 확산을 꽤 빨리 통제하게 되면 경제활동은 재개될 것이고, 우리는 반등이 가능한 한 강력하게 이뤄지게 하고 싶다”고 했다.
파월 의장은 “연준은 코로나19발 신용경색이 발생하지 않도록 강력한 노력을 기울일 것”이라며 “자금공급에 관한 한 우리의 탄약은 바닥나지 않을 것이다. 그런 일은 없을 것”이라고 했다. 앞서 연준은 지난 15일 제로금리(0.00∼0.25%) 채택과 양적완화(QE) 재개를 공식화한 데 이어 23일엔 무제한 QE를 선언하고, 사상 처음으로 회사채 매입을 시작했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의 대책을 뛰어넘는 수준이었다. 더 나아가 그는 “우리는 여전히 경기부양을 위한 다른 측면의 정책적 공간이 있다”며 또다른 정책 수단을 강구할 수 있다는 점도 시사했다.
이날 인터뷰는 미 노동부의 지난주 실업수당 청구 건수 발표 직전에 이뤄졌다. 건수는 총 328만3000건으로, 전주(28만1000건) 대비 약 12배로 늘었다. 코로나19 확산을 억지하기 위한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사회적 거리두기 등의 가이드라인에 따른 각주(州)의 자체적 ‘봉쇄조치’가 사실상 전국적으로 확산하면서 사상 최대 규모인 150만건에 달할 것이라는 게 애초 시장(월스트리트저널)의 예상이었는데, 이보다 곱절이나 더 많은 수치가 나온 것이다. 지금까지 주간 기준 최대 실업수당 청구 건수는 1982년 10월 당시 69만5000건이었다. 시장에서 이날 파월 의장의 등장을 두고 ‘실업대란’발 혼란을 잠재우려는 의도가 담겼다고 보는 이유다. 실제 이날 오전 11시30분 현재 다우존스 30 산업평균지수는 전 거래일 대비 1034.99포인트(4.88%) 급등한 2만2235.54에 거래 중이다.
한편, 파월 의장은 내달 12일 부활절 전 사회적 거리두기 등의 가이드라인 완화를 검토 중인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최근 발언에 대해선 “우리는 유행병 전문가가 아니다”며 말을 아꼈다. 다만, 그는 ‘바이러스가 시간표를 설정할 것’이라는 앤서니 파우치 미 국립알레르기·전염병연구소(NIAID) 소장의 말을 상기시키며 “그 말이 맞아 보인다”고 했다. 이어 “우리가 바이러스를 빨리 통제할수록 사람들은 더 빨리 사업장을 열고 일에 복귀할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