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무산된 정상회담, 한·일 끝내 파국 갈 건가

  • 등록 2019-06-27 오전 6:00:00

    수정 2019-06-27 오전 6:00:00

내일 일본 오사카에서 열리는 G20 정상회의 기간 중 추진됐던 한·일 정상회담이 끝내 무산되는 분위기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G20 정상회의 때 한·일 정상회담은 이뤄지지 않을 것”이라며 “우리는 준비가 돼 있지만 일본은 준비가 안 된 것 같다”고 말했다. 아베 일본 총리도 지난 22일 “주최국 의장이라서 양자회담 일정이 이미 꽉 차 있다”며 문재인 대통령과의 회담 무산을 예고했다. 미국 국무부까지 나서서 독려했지만 일본 주최의 국제 외교 행사에서 지리적으로 인접한 나라 정상 간 만남이 불발되는 최악의 상황이 벌어진 것이다.

양측은 정상회담 무산 이유로 ‘상대방의 준비 부족’과 ‘시간 부족’을 들고 있지만 근본 원인은 감정싸움에 있다. 위안부재단 해산과 강제징용 피해자 배상판결, 초계기 위협 등으로 이어진 일련의 마찰과 갈등이 복잡하게 꼬이면서 감정의 골이 깊어질 대로 깊어졌고 결국 정상회담이 물 건너가게 된 것이다. 더욱이 마지막 단계에 이르러 우리 측에서 강제징용 해법을 제시하면서까지 주최국 정상에게 만남을 요청했다가 거절당한 결과가 돼 버려 민망한 모습을 감출 수 없게 됐다.

지금의 한·일 관계는 ‘최악’이라는 단어 하나만으로 표현하기 힘들 만큼 성한 곳이 없다. 외교는 물론이고 안보, 경제 등 여러 분야에 차디찬 냉기류가 흐르고 있다. 문제는 사태가 더 악화될 수 있다는 점이다. 특히 강제징용 문제는 피해자들이 압류된 일본 기업의 한국 내 재산에 대한 현금화 신청을 낸 상태여서 집행이 이뤄질 경우 일파만파의 후폭풍이 불가피하다. 아베 정권이 보복 조치에 돌입할 게 분명하다. 이미 여러 차례 공언한 바도 있다.

이러한 상황에 이른 것은 양국 지도자와 정부의 책임이 크다. 반한 감정을 지지율 확보에 이용하려 드는 아베 총리나 친일 청산을 정치적으로 이용한다는 비판을 받는 문 대통령 모두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이대로 가다간 한국은 동북아의 외톨이가 될 우려가 크다. 북핵 위기 등 함께 풀어야 할 사안이 산적해 있음을 생각한다면 관계개선 노력이 필요하다. “한·일 관계가 좋지 않으면 북한과의 협상에서 성공하지 못할 것”이라는 미국 측의 걱정을 새겨들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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