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영화 ‘밀회’의 한장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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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이정현 기자]△불륜은 구원받을 수 없는가
“이성을 찾기에는 너무 늦었어요.”
1945년에 개봉한 영화 ‘밀회’의 대사 중 하나다. 기차역에서 우연히 만난 중년 기혼남녀의 은밀한 만남이 줄거리다. 라흐마니노프 ‘피아노 협주곡 2번’의 음울하면서도 에너지가 넘치는 선율이 이들의 비밀스런 사랑과 함께한다. 할리우드의 거장인 데이비드 린 감독은 거부할 수 없는 감정에 빠져드는 두 사람의 감정을 라흐마니노프의 피아노 선율로 표현했다. 금지된 사랑의 결말은 하나다. 완성할 수 없는 감정의 끝이 기차역에서 흩어졌다.
△라흐마니노프를 구원한 그 곡
라흐마니노프가 남긴 네 곡의 피아노 협주곡 중 하나인 ‘피아노 협주곡 2번’은 자신을 구원했다. 당시 라흐마니노프는 정신질환으로 슬럼프에 빠졌었는데 정신과 의사의 도움으로 극복했다. 이 곡은 의사를 향한 라흐마니노프의 헌정이며 음악가로서 다시 재능을 펼치는 계기가 됐다. 위기에 몰린 라흐마니노프를 살린 곡이자 명성을 다시 가져다준 곡. 현재도 가장 많은 이들이 찾는 라흐마니노프의 걸작이다. ‘밀회’의 두 주인공은 장엄한 이 곡의 선율을 따라 사랑을 나누고 결국 결별을 맞았다.
△손열음이 대단한 건
평창대관령음악제의 음악감독인 피아니스트 손열음이 라흐마니노프를 선택했다. 그것도 ‘밀회’의 ‘피아노 협주곡 2번’이다. 오는 28일 ‘집으로’라는 제목을 뭍인 오케스트라 시리즈에서 러시아의 지휘자 드미트리 기타옌코와 협연한다. 한국에서 가장 주목받는 피아니스트와 러시아 거장의 만남이다. ‘밀회’는 2014년에 JTBC에서 방송한 동명 드라마의 제목이기도 하다. 손열음이 영화 ‘밀회’의 라흐마니노프를 연주할 것을 미리 알았을까. 드라마 ‘밀회’에서 배우 김희애는 이렇게 말했다.
“손열음이 대단한 건 뜨거운 걸 냉정하게 읽어내서야. 그래야 진짜 뜨거운 게 나오지.”
| 피아니스트 손열음(사진=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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