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한 재개발 시장.. 집값 약세 속 강한 뒷심 ‘나홀로 상승세’

소형주택 대지지분 가격 상승세
한남·흑석·노량진 최고가 경신
초과이익환수제 적용 대상서 제외
재건축 규제 풍선효과 영향 지적도
매수세에도 매물 없어 호가만 높아
보유세 인상 땐 상승세 꺾일 수도
  • 등록 2018-05-21 오전 6:00:00

    수정 2018-05-21 오전 6:00:00

△서울 용산구 한남뉴타운 전경. [이데일리DB]
[이데일리 박민 기자] “집값 하락요? 이곳은 매물도 없고 가격도 오르고 있어요.”(서울 동작구 노량진동 H공인 관계자)

서울 재개발시장이 요즘 이상하다. 뉴타운내 소형 주택 지분가격은 전반적인 주택시장 침체 속에서도 상승세를 타고 있다. 재건축 초과이익 환수제 시행에 따른 부담금 폭탄과 안전진단 기준 강화 등 각종 규제로 서울 강남권 재건축 아파트값이 하락하고 있는 것과는 딴판이다.

업계에 따르면 재개발사업 구역 내 매물은 씨가 마른 상황이지만 매수세가 꾸준히 유입되면서 다세대·다가구·빌라 소형 지분(30㎡이하)의 일부 매물은 종전 최고가를 갈아치웠다. 이달 들어 용산구 한남뉴타운은 지분 가격이 3.3㎡당 1억 3000만원을 호가하고, 동작구 흑석·노량진뉴타운도 각각 9000만원, 7000만원에 달한다는 게 현지 중개업소들의 설명이다. 한남동 D공인 관계자는 “매수한지 얼마 안 된 사람들은 가격 상승 기대감에 매물을 내놓지 않고 있고, 원소유자들도 가격을 낮춰 팔 생각이 없다보니 가격이 견조하다”며 “재개발은 재건축과 달리 초과이익환수제를 적용받지 않는데다 조합원 지위양도 규제 기간도 차이가 있어 이를 노리고 유입되는 투자 수요도 꾸준한 편”이라고 말했다.

재개발 지분값 대부분 이전 고점 뛰어넘어

한남뉴타운은 지난달만 해도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 시행을 계기로 매수세가 자취를 감추며 주택 거래량이 뚝 끊겼다. 하지만 이달 들어 다시 살아나는 모습이다. 용산구 보광동 W공인 관계자는 “한달 전에 비해 매물을 찾는 문의 전화가 20~30% 정도 늘었다”며 “다만 대부분 급매물 위주로 찾다 보니 실제 거래로는 이어지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매수 문의가 늘고 있지만 매물이 워낙 귀하다 보니 이전 거래가보다 호가가 높게 형성돼 있다는 게 일대 중개업소들의 공통된 전언이다.

한남뉴타운에서 가장 사업 속도가 빠르고 규모도 큰 한남3구역은 대지지분 26.45㎡(약 8평)짜리 다세대주택이 현재 9억2000만~3000만원을 호가한다. 지난 3월 8억5000만원에 거래됐던 것과 비교하면 두달 새 7000만~8000만원 올랐다. 특히 대지지분이 작은 매물은 3.3㎡당 가격이 더 비싸다. 21.15㎡(6.4평)짜리 빌라가 8억2000만원 선으로, 3.3㎡당 매도 호가가 약 1억 3000만원(1억 2812만원)에 달하는 셈이다.

한남2, 4, 5구역도 이전 고점을 뛰어넘은 가격을 그대로 유지하고 있다. 소형 지분(30㎡ 이하) 빌라·다세대주택의 경우 시세가 1억~1억2000만원 선이다. 대지지분이 큰 100㎡(30평) 이상 단독주택은 3.3㎡당 3000만~4000만원 선에서 시세를 형성하고 있다. 인근 한 공인중개사는 “한남뉴타운과 인접한 용산민족공원 조성과 용산국제업무지구 사업 재개 등 대규모 개발 호재로 향후 집값 상승 기대감도 크다”며 “재개발 구역 내 대부분 매물 시세가 이전 고점을 뛰어넘은 상태”라고 말했다.

[그래픽=이데일리 문승용 기자]
“보유세 인상 등으로 상승세 꺾일 수도”

흑석뉴타운도 지분 가격 상승세가 꺾이지 않고 있다. 시공사 선정을 앞두고 있는 흑석9구역에서 이달 초 대지지분 26.4㎡(8평) 빌라가 7억2000만원에 거래됐다. 3.3㎡당 9000만원에 팔린 것이다. 인근 한 공인중개사는 “한강변 입지에다 강남 접근성도 좋아 매입 수요가 많다”며 “아파트 공사가 한창인 이근 재개발 단지의 분양권 시세가 고공행진하면서 인근 구역내 다세대·다가구·빌라 지분가격도 오름세를 타고 있다”고 말했다. 향후 시공사 선정 이후에는 흑석9구역 지분 거래량이 늘면서 가격이 3.3㎡당 1억원에 달할 것으로 현지 중개업소들은 내다보고 있다.

흑석뉴타운내에서 3구역과 9구역에 이어 세번째로 규모가 큰 11구역 내 대지지분 63.4㎡(19.2평)짜리 다세대주택의 매매 시세는 6억5000만원(3.3㎡당 3385만원) 선이다. 같은 구역내 지분 59.95㎡(18.1평) 빌라가 올해 2월 5억3500만원(3.3㎡당 2955)에 거래된 것을 감안하면 석달 새 최소 3.3㎡당 300만원 이상 오른 셈이다.

노량진뉴타운 역시 매수세는 꾸준한데 비해 매물은 턱없이 부족한 상황이다. 지난달 사업시행인가를 받는 등 사업이 꾸준히 진척되고 있는 4구역은 60㎡ 이상 대형 지분 가격이 3.3㎡당 4000만~5000만원에 달하고, 30㎡ 이하 소형 지분은 최고 7000만원을 찍었다. 노량진동 K공인 대표는 “권리가액(감정가) 대비 프리미엄이 지난달 3억원에서 3억5000만원 이상으로 올랐다”고 말했다. 인근 흑석뉴타운보다는 지분 가격이 비싸지 않아 갭 메우기 투자 수요가 활발하다는 설명이다.

심교언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재건축 규제에 따른 풍선효과로 재개발 지역의 매물이 줄고 가격 또한 오르고 있다”며 “내달 6·13 지방선거 이후 핵폭탄급 규제인 보유세 인상 카드의 윤곽이 드러나고, 금리 인상이 현실화할 경우 재개발 시장도 변곡점을 맞을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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