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 전 대통령이 개인적인 실수와 판단 착오로 나라를 온통 혼란에 빠트렸던 만큼 중형 구형은 불가피한 상황이다. 민간인으로서 같은 혐의를 받는 최순실씨에게는 이미 징역 25년이 구형돼 20년 형이 선고된 마당이다. 그러나 박 전 대통령은 이날 결심공판에도 끝내 출석하지 않음으로써 국민들의 실망감을 더했다. 국정 혼란을 자초한 책임을 인정하지 않겠다는 불만을 드러낸 것이다. 나름대로 불만이 없지야 않겠으나 국가의 최고 지도자를 지낸 입장에서 자신의 역할과 위치를 망각한 처신이다.
중요한 것은 이번 공판을 계기로 우리 헌정사에 다시는 이러한 오점이 더해져서는 안 된다는 점이다. 국민들 각자가 각오를 다지는 동시에 국법질서를 어지럽히는 사태에 처해서는 단호히 맞설 수 있는 용기가 필요하다. 제도적으로는 대통령의 권위주의적 권력 행사를 통제할 수 있는 현실적인 견제장치가 마련돼야 한다. 현재 여야 정치권에서 논의되고 있는 헌법 개헌안에 반드시 포함돼야 할 내용이기도 하다. 한 차례 위기를 겪고도 근본 문제를 해결하지 못한다면 국가적인 시련은 언제든 다시 닥쳐오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