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이 바꾸는 세계관광]유커에게만 할인쿠폰 제공 금액 높인 英 면세점…SNS 항의에 사과

英 런던 면세점, 중국인에게만 할인쿠폰 제공 금액 높였다 '사과'
웨이보 등지서 현지 경험 공유 증가..'합리적 구매자'로 거듭나야 목소리 커져
  • 등록 2018-02-20 오전 6:00:00

    수정 2018-02-20 오전 6:00:00

월드 듀티 프리가 게재한 사과문[웨이보 캡처]
[베이징= 이데일리 김인경 특파원] 해외여행길에 오르는 중국인이 증가하자 외국에서 바가지 가격에 피해를 입는 중국인들도 증가하고 있다. 대규모 쇼핑을 하는 중국인들을 노린 상술이 늘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중국인들은 인터넷을 통해 피해 상황을 공유하고 적극적으로 항의하고 있다.

이달 10일 영국 런던 히드로 공항 내 면세점인 ‘월드 듀티 프리’는 중국인에게 1000파운드(150만원) 이상의 물건을 구매하면 20% 할인 우대 혜택을 제공한다고 중국인들에게 소개했다. 하지만 이 면세점에선 다른 국적의 사람들에겐 250파운드 이상만 사도 할인 적용을 해준 것으로 드러났다. 이 사실은 중국인 유학생이 중국의 SNS인 웨이보(Weibo)에 올리며 빠른 속도로 확산했다.

이 웨이보 게시물은 사흘 만에 1만5000여 개의 댓글이 달렸고 6만5000건의 ‘좋아요’를 얻었다. 조회수도 1000만건을 넘어섰다. 댓글에는 영국을 비롯해 세계 각지로 해외여행에 나섰다가 차별을 당하거나 중국인을 무시한다고 느꼈던 경험담들이 속출했다. 월드 듀티 프리에서 쇼핑을 하지 말아야 한다는 목소리도 커졌다.

결국 히드로 공항과 월드 듀티 프리는 모두 성명을 발표하고 이 문제를 제대로 조사하겠다며 고객들에게 깊은 사과의 뜻을 전한다고 밝혔다. 하지만 중국인들은 ‘왜 중국인들에게만 이런 일이 일어났는지 이유가 뻔하지 않느냐’,‘인터넷을 통한 사과가 아닌 제대로 된 반성을 원한다’ 등 싸늘한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중국 언론도 이 같은 논란을 빠르게 보도하며 영국을 비판했다. 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의 자매지 환구시보는 “중국인은 소비 주력군임에도 희롱의 대상이 되고 있다”며 “지난해 영국에서 유커의 소비액은 2016년보다 27% 증가했는데도 영국은 중국 소비자들을 차별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이번 일은 전형적인 바가지 행위”라며 “영국인에게도 망신일 뿐더러 중국인들이 느끼는 유럽 상점에 대한 이미지도 깎였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일각에선 중국인들 역시 무차별적 소비 행태에서 벗어나 합리적이고 똑똑한 소비자로 거듭나야 이런 문제를 뿌리 뽑을 수 있다고 지적한다.

이미 웨이보에선 인종차별을 일삼는 해외 점포들을 공유하고 문제가 있다고 생각하면 바로 항의해야 한다는 게시물들이 인기를 얻고 있다. 특히 유학생들이 현지 경험을 바탕으로 어떻게 해야 이 같은 일을 겪지 않는지 경험담을 풀어놓고 있다.

추이홍젠 중국 국제연구소 유럽학과장 역시 “이번 문제의 근본 원인은 영국인 사이에 인종차별이 깊이 존재하고 있기 때문”이라면서도 “중국 관광객 역시 해외에서 물건을 구매할 때 비싸도 소비하는 비합리성을 고쳐야 한다”고 말했다. 신화통신은 “관광객이 판단력을 갖춰야 하는 것은 물론 해외 여행 상품을 파는 여행사들이 상품의 질을 높이고 바가지 가격을 일삼는 업체들을 가려 내서 계약을 하지 말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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