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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김정현 기자] 세탁기 한 대에 14만6000원. 전자레인지 한 대에 4만8000원.
‘독립’을 준비 중인 사회 초년생 김모(28)씨는 자취방을 채울 가전제품을 알아보다가, 생각보다 저렴한 가격에 짐짓 놀랐다. 온라인 쇼핑몰을 뒤져보니 부모님 집에 있는 가전보다 싼 제품이 대부분이었기 때문이다. 김씨의 경험은 전세계 중앙은행에 고민거리를 던져주고 있다. 경기가 호조를 보여도 물가가 좀처럼 오르지 않는 ‘저(低)물가 미스터리’의 원인으로 ‘아마존’으로 대표되는 전자상거래의 활성화가 지목되고 있다.
유통 구조의 중심이 오프라인에서 온라인으로 바뀌면서, 국내외 경쟁이 심화돼 제품가격이 상승하기 어려웠다는 뜻이다.
재닛 옐런 미국 연방준비제도(Fed) 의장이 “온라인 판매업체들의 가격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가격 인상 능력이 억제됐다”고 밝힌 것도 이 때문이다.
아마존에서 주로 판매되는 상품군을 제외하고 물가를 산출하면 꾸준히 오르고 있다는 분석도 있을 정도다.
일본도 비슷한 상황에 처해 있다. 한국금융연구원은 최근 보고서를 통해 “일본의 소매업체들은 온라인 대형 유통업체들과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 가격을 인상하지 못하고 있다”면서 “일본은행의 인플레이션(물가 상승) 목표 달성에 장애요인으로 등장했다”고 밝혔다.
한국은행도 비슷한 분석을 내놓고 있다. 지난달 금융통화위원회 의사록을면, 한 금통위원은 “글로벌 경쟁 심화와 전자상거래의 성장으로 물가 인상이 억제될 가능성이 있다”고 했다. 한은 관계자는 “금융위기 이후 기업간 경쟁은 지속적으로 강화됐다”면서 “특히 전자상거래 비중이 확대되면서 가격 경쟁이 심화됐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