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김용운 기자] 오스트리아의 과학자 에르빈 슈뢰딩거(1887~1961)는 1935년 8월 독일의 과학자 알베르트 아인슈타인(1879~1955)에게 편지를 보낸다. “강철 상자 안에 적은 양의 우라늄을 넣습니다. 우라늄 입자가 붕괴할 확률은 1시간에 50%이고 우라늄 원자에서 붕괴가 일어나면 청산가리가 담긴 플라스크가 깨지도록 설치합니다. 그리고 고양이 한 마리를 같이 넣습니다. 1시간 후면 상자 안에는 살아 있는 고양이와 죽은 고양이가 똑같은 양으로 뒤섞여 있을 것입니다.”
이 편지에 대한 아인슈타인의 답장은 이랬다. “자네의 고양이 사례는 오늘날 양자이론이 가진 특성을 평가함에서 우리의 의견이 완벽하게 일치한다는 것을 보여줬네. 살아 있는 고양이와 죽은 고양이를 둘 다 포함한 파동함수가 실제 상태를 기술한 것이라고 생각할 수 없네.”
아인슈타인은 특수상대성 이론과 일반상대성 이론, 슈뢰딩거는 파동성을 가진 물질의 운동과 상태를 기술할 수 있는 파동방정식으로 20세기 물리학의 혁명인 양자역학 시대를 열었다. 아인슈타인은 1921년 노벨물리학상을 받았고 슈뢰딩거는 1933년 같은 상을 받았다.
그러나 두 사람에게 양자역학은 ‘애증’의 대상이었다. 이후 보어와 하이젠베르크 등이 주도한 코펜하겐학파는 양자역학에서 입자와 파동에 따른 불확실성이 기본이라고 확신했다. 하지만 아인슈타인은 ‘신은 주사위 놀이를 하지 않는다’며 양자역학을 배격했고 슈뢰딩거 또한 ‘슈뢰딩거의 고양이’로 유명해진 가설을 통해 양자역학이 지닌 모호성과 불확실성을 비판하고 나섰다.
왜 그랬을까. 두 사람은 양자역학의 불확실성과 모호성이 현재의 지식이 불완전하다는 증거일 뿐 우주를 인과론적·결정론적으로 들여다볼 수 있는 이론은 따로 있다고 생각한 것이다. 둘은 우주의 모든 힘을 통일해 설명할 수 있는 통일이론을 꿈꿨고 편지를 주고받으며 서로 격려했다. 하지만 갈등은 이어졌다.
미국 물리학 교수가 그간 두 천재 물리학자를 칭송해온 다른 책들과는 달리 두 사람이 위업을 달성한 이후를 저술했다. 둘 다 양자역학에 거부감을 느끼고 통일이론을 만들기 위해 평생 노력했지만 안타깝게도 실패한 과정이다. 천재 과학자들의 과학이론이 또한 그들이 처한 정치·사회적 환경을 비롯해 인간적인 욕망과 무관치 않다는 것을 펼쳐내 읽는 재미가 쏠쏠하다. 슈뢰딩거의 복잡한 사생활을 다룬 내용도 흥밋거리다. 물론 책이 펼치는 20세기 물리학이론과 추상적인 개념을 따라가는 것은 끝까지 만만치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