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험 재테크 톡! Talk!] 160억원을 벌어들인 보험설계사

  • 등록 2016-06-04 오전 6:00:00

    수정 2016-06-04 오전 6:00:00

폰지 사기(Ponzi scheme)란 투자자들이 투자한 돈을 이용해 투자자들에게 수익을 지급하는 방식의 금융사기를 말한다. 새로운 투자자 돈으로 기존의 투자자 이익을 지급하는, 소위 아랫돌 빼어 윗돌 괴는 사기방식이다. 이런 사기방식을 응용하여 지방의 노숙자들에게 자선단체인양 보험에 가입시키고 보험료는 수수료에서 납입하는 방식의 사기행각으로 수수료 162억원을 챙기고 그 중 96억원을 계약 유지 비용에 사용, 차액인 66억원을 수익으로 빼돌린 사건이 밝혀졌다.

예전에는 한 명의 설계사가 고액의 허위 보험계약을 하고 발생하는 수수료로 대납하는 방식의 속칭 ‘돌려막기’ 사기행각은 있었으나, 이번 사건은 직접 설립한 보험대리점에서 보험회사를 상대로 한 조직적이고 큰 규모의 계획적인 사기라는 것이 차이점이다.

높은 선지급 = 악마의 유혹

그렇다면 왜 이런 전통적인 수법의 수수료 사기가 계속되는 것일까? 그 이유는 설계사에게 지급하는 높은 선지급 수수료 시스템이 원인을 제공했다고 볼 수 있다. 선지급 수수료란 많은 보험회사에서 채택하고 있는 제도인데, 보험가입자가 보험에 가입해서 보험가입기간 내내 지불해야 하는 수수료 전체를 가입 직후 매우 짧은 기간 동안 설계사에게 지급해서 높은 수익을 내도록 만든 제도이다. 이런 구조 때문에 많은 설계사는 일단 어떻게든 ‘팔면 그만’ 이라는 달콤한 유혹에 빠지기 쉽게 만들었다. 우리는 보험설계사가 판매를 위한 역할 뿐만 아니라, 그들이 성실한 사후 서비스까지 책임질 수 있도록 하기 위해 ‘판매수수료’가 아닌 ‘관리수수료’의 개념의 체계도 생각 해봐야 할 것이다. 물론 보험회사에서는 높은 선지급을 주어서라도 성공적인 영업을 유도하는 것이 좋을 수도 있다. 하지만 이러한 점이 결국 다양한 종류의 보험사기를 부추겨 피해로 돌아온다는 사실도 무시할 수 없다.

우리나라는 자영업자비율이 OECD 회원국의 3배 이상 많은 편이다. 특수 고용형태의 보험설계사도 넓게 보면 자영업이라고 할 수 있는데, 우리나라의 보험설계사는 40만명으로 인구에 비해 절대 숫자가 너무 많다. 무려 전체 인구의 1%에 가까운 수치이다.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비교적 진입장벽이 낮은 보험업에 뛰어들어 경쟁적인 환경에 내몰리다 보니, 쉽게 돈을 버는 사기행각의 노출 되는 것이다. 효율성만을 강조하는 사회적인 분위기는 고용안정이 없는 일자리만 넘쳐나도록 만들었고, 최근에는 20대 사회초년생 보험설계사도 많이 등장했다가 쉽게 사라지고 있다. 연금이나 주택을 포함한 일자리 등 기본적인 사회적인 안전망이 두터워질 필요성을 느낀다.

재무설계사 = 일반 보험설계사

우리나라의 재무설계나 재무컨설팅은 라이프맵(life-map)에 기반한 인생 전반의 재무에 대한 조언과 그에 따른 포트폴리오를 짜주는 것이 주를 이루는데, 이 때 보험상품이 강조된다. 미국과 같은 선진국에서의 컨설턴트는 보험사와 보험료율을 협상할 수 있을 정도로 높은 권한을 가지고 있다고 한다. 또한 보험상품의 불완전판매에 대한 책임 또한 매우 크기 때문에, 진정한 맞춤 보험 상품을 제공하면서도 높은 컨설팅 비용(consulting fee)을 과감하게 청구할 수 있다. 반면 우리나라에서는 Financial Planner, Financial Consultant 등의 타이틀을 가지고 활동하는 재무설계사들이 사실상 일반적인 보험 판매원 수준밖에 되지 못한다.

우리의 현실처럼 상품의 종류와 판매금액에 비례한 수수료베이스의 수익 구조에서는 어떤 컨설팅이라도 높은 수수료의 보험상품을 권하는 것이 최종목표가 될 수 밖에 없다. 여기서 자칫 잘못 하면 무료보험가입 행사를 통한 돌려 막기 사건과 같은 ‘보험폰지사기’ 사건으로 쉽게 발전하고 마는 것이다. 물론 설계사가 달콤한 유혹에 빠지는 것도 문제지만 이러한 문제를 방조하는 사회의 분위기가 더 큰 문제임이 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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