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국토교통부는 지난 하반기 이후 증가세를 보이던 미분양 주택이 감소세로 돌아섰다고 밝혔다. 지난달 전국 미분양 물량이 6만 606채로 전월보다 1.5% 줄었다는 것이다. 악성으로 분류되는 ‘준공 후 미분양’도 같은 기간 1만 422채로 전월 대비 0.9%(96채) 감소했다고 한다. 공급 과잉 우려가 팽배한 주택시장에 긍정적인 시그널을 줄 만한 통계다.
그런데 정부의 미분양 통계 자체를 믿지 않는 사람들이 꽤나 있는 것 같다. 이유는 간단하다. 미분양 통계에 치명적인 오류가 숨어 있기 때문이다.
현재 미분양 통계 작성은 각 지자체가 건설사나 시행사로부터 미분양 자료를 받아 국토부에 올리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문제는 미분양 물량을 민간 업체가 사실대로 보고할 어떤 법적 의무도 없다는 것이다. 주택법에도 국토부 장관 재량으로 이 같은 정보를 확인·요청할 권한만 명시하고 있다. 지자체가 따로 확인할 방법도 없다.
미분양 통계에 LH(한국토지주택공사) 등 공공기관의 물량이 빠져 있는 것도 문제다. LH·SH공사 등이 쏟아내는 물량은 전체 주택 공급의 20% 정도를 차지한다. 주택시장의 총 공급량과 가격 향방에 상당한 영향을 줄 수도 있는 적지 않은 물량이다.
통계는 정확성이 생명이다. 그런데 미분양 물량이 지금처럼 주먹구구식으로 집계되면 통계의 신뢰도는 땅에 떨어지고 는 정부 정책은 헛돌게 마련이다. 통계를 제대로 정비하지 못하면 정책 실패도 막지 못한다는 얘기다. 더욱 우려스러운 점은 미분양 통계 오류가 시장에 잘못된 정보를 제공해 부동산 거품을 키우고, 자칫 공급 조절에 혼란을 줄 수 있다는 것이다.
이제부터라도 정부는 미분양 통계 보완·개편 작업에 속도를 붙여야 한다. 통계의 정확성 제고를 위해 주택 사업자의 분양 현황 신고를 법적으로 의무화할 필요가 있다. 대신 미분양 주택 수에 비례해 주택사업자에게 각종 부담금 납부를 유예해주는 것도 검토할 만하다. 조사 자체를 판매자(건설사)가 아닌 공적 기관에서 하는 것도 방법이다. 아울러 미분양 통계 조사 대상도 민간뿐 아니라 공공기관 물량으로 확대해야 한다.
숫자는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 숫자에 거짓이 있다면 이를 다루는 사람과 제도의 문제일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