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를 대표하는 부자동네인 서울 강남 지역에 ‘무한리필’ 뷔페들이 잇따라 문을 열고 있다. 강남구 사회조사 결과에 따르면 강남구는 월 평균 소득 500만원 이상인 가구가 전체의 42.2%로 서울시 전체 평균(20.4%)의 두배가 넘는다. 이같은 부촌에 주머니 가벼운 서민들이 주로 찾는 ‘무한리필’ 뷔페가 등장해 인기를 끄는 이유는 길어진 불황으로 소비자들이 씀씀이를 줄인 영향이 크다. 다만 이 지역 무한리필 뷔페들이 제공하는 음식은 연어, 국내산 장어, 육회 등 다른 지역의 무한리필 뷔페에 비해 상대적으로 고급이다.
무한리필 뷔페 강남·논현역 일대 30곳 성업 중
지난 주말 오후 5시 지하철 9호선 신논현역에서 논현동 ‘먹자골목’ 방향으로 가는 길목에 위치한 A연어 무한리필 음식점 앞. 문을 열기 전인데도 손님들은 건물 밖에까지 줄지어 섰다. 대기 순번이 10번째라는 여대생 두 명은 “맛집 블로그에서 주말에는 대기 인원이 많다는 후기를 보고 개점 30분 전부터 와서 기다리는 중”이라고 했다. 한모(24)씨는 “회식하러 온 팀이 많은 날에는 1시간 이상 기다려야 할 때도 있다”고 귀띔했다.
이들이 줄서기를 마다하지 않고 이 곳을 찾은 이유는 주머니 사정 탓이 컸다. 회사원 김모(29·여)씨는 “음식이 고급 음식점보다는 못하겠지만 그런 걸 따지기에 주머니 사정이 넉넉지 않다”며 “몇만원이면 먹고 싶은 음식을 마음껏 먹을 수 있는데 기다리는 시간이 대수겠느냐”고 말했다.
강남 일대 무한리필 음식점들은 현재 강남·논현역 인근에만 30곳이 넘는다. 사회관계망서비스(SNS)나 블로그를 통해 입소문을 타면서 하루 평균 이용 고객은 150~200명에 달할 정도로 문전성시다.
연어 무한리필 전문점을 운영하는 정모(34)씨는 “요즘 같은 불황기에 ‘무한리필’, 특히 ‘고가 음식 무한리필’은 소비자들의 지갑을 열 수 있는 최적의 아이템”이라고 말했다. 정씨는 다만 “요즘 소비자들은 비슷한 수준이라면 천원이라도 싼 곳을 찾는 탓에 업소끼리 가격이나 메뉴 경쟁이 치열해 운영이 쉽지만은 않다”고 말했다.
부유층 흉내내기 소비 레저 등으로 확산 전망
B무한리필 장어전문점 점장 박모(49)씨는 “지갑이 얇아질수록 소비자 입맛은 더 까다로워지는 것 같다”며 “좋은 음식을 먹을 때 최대한 싸고 푸짐하게 먹고 싶어하는 심리가 무한리필 전문점이 유행하는 배경”이라고 설명했다. 특히 박씨는 “젊은이들이 소비 대부분을 차지하는 강남의 무한리필 음식점들은 입소문에 살고 죽기 때문에 젊은 층의 다양한 입맛을 사로잡아야만 오래갈 수 있다”고 강조했다.
전문가들은 과거 흔히 볼수 있던 싸구려 고기 뷔페가 아닌 장어, 연어 등 고급음식을 메뉴로 한 무한리필 뷔페가 성업하는 것은 부유층 소비를 간접적으로나마 체험하려는 대중의 소비성향 때문이라며 이같은 소비풍토가 계속 확산될 것으로 보고 있다.
오동윤 동아대 경제학과 교수는 “과거엔 불황의 징후가 극심한 소득 격차였다면 오늘날의 불황은 부유층과 빈곤층 간 소비의 격차로 나타나고 있다”며 “무한리필 뷔페와 같이 질은 좀 낮더라도 부유층의 소비 방식을 간접 체험하려는 움직임이 레저나 여행 등 다른 분야로 범위를 확대해 나갈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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