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응답하라 1990'..日반도체 기업, 안주하다 몰락

후지쯔, 日 공장 타이완과 미국에 단계적 매각
구조조정 늦은 日 반도체 업계, 20년 사이 추락
  • 등록 2014-07-19 오전 8:01:00

    수정 2014-07-19 오전 8:01:00

[이데일리 김유성 기자] 1980~1990년대 일본 반도체 업계 전성기를 이끌었던 후지쯔가 반도체 사업을 대폭 축소한다. 수익성이 계속 악화돼 자국 공장 매각에 나선 것이다.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은 18일 한때 세계 최고를 자부했던 일본 반도체 업계가 빠르게 변화하는 세계 반도체 산업 구조에 적응하지 못하고 구조조정에 실패했다고 분석했다.

소니, 샤프, 파나소닉 등 가전 기기 업체들이 고전하는 동안 전자산업 근간인 반도체 사업마저 일본 기업들이 몰락의 길을 걸은 셈이다.

닛케이에 따르면 후지쯔는 주력 생산 라인이 있는 미에(三重)현 구와나(桑名)시 공장을 대만 반도체 파운드리(수탁생산) 업체 UMC에 매각한다. 후쿠시마(福島)현 아이즈와카마츠(津若松)시 공장은 미국 회사에 단계적으로 매각한다. 이를 통해 후지쯔는 500억엔(약 5080억원)을 조달한다.

후지쯔는 대규모 시설 투자가 필요한 반도체 사업을 축소하는 대신 클라우드 등 IT기술 서비스에 집중할 예정이다. 반도체 사업은 슈퍼 컴퓨터용 칩 부문 등 일부에 한정된다. 연간 매출 규모는 100억엔 정도로 축소된다. 기존 매출의 30분의 1 규모다.

1990년과 2013년 사이 일본 반도체 업계 변화 (니혼게이자이신문)
일본 반도체 산업은 1990년대까지만 해도 세계 매출 상위 10개사중 6개사를 차지했다. 이들 기업들은 반도체 설계부터 제조까지 모든 공정 부문을 고집했다.

그러나 그 이후 세계 반도체 업계는 급변했다. 삼성전자 등 한국 기업들이 대규모 투자를 감행하며 단가 하락 경쟁을 주도했다. 일본 기업들은 망설이다 투자 적기를 놓쳤다.

퀄컴 같은 반도체 설계 전문기업의 부상도 일본 기업에는 악재였다. 이들은 대규모 시설 투자를 하지 않는 대신 설계 기술을 고도화 했다. 대신 TSMC 같은 파운드리 업체 생산을 맡겼다. 일본 기업들은 떠밀리다시피 구조조정을 단행했지만 때는 늦었다.

1990년대 세계 반도체 1위 NEC는 당시 4위 히타치, 8위 미쓰비시와 함께 D램 사업 부문만 떼 엘피다로 통합했다. 생산 라인을 합쳐 삼성전자에 대항하자는 전략이었다. 그러나 엘피다는 이렇다할 족적을 남기지 못했다. 이에 따라 지난해 결국 미국 마이크론에 인수됐다.

3사가 고밀도직접회로(LSI) 같은 시스템 반도체 사업부를 떼어내 만든 르네사스테크놀로지도 마찬가지였다. 르네사스는 일본 정부와 함께, NEC,히타치,미쓰비시 등 19개 기업이 공동 출자해 설립한 반도체 제조사이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르네사스는 2011년 후쿠시마 쓰나미 사태의 직격탄을 맞았다. 생산 시설이 침수됐던 것이다.

일본 정부는 독자 생존이 어려운 지경이 된 르네사스를 산업혁신기구에 맡겼다. 산업혁신기구는 일본 정부가 출자한 일종의 사모펀드(PEF)다.

현재 세계 반도체 업계 10위권에 있는 일본 기업은 도시바(6위)와 르네사스(10위)가 전부다. 이는 20여년 사이 3분의 1로 줄었다.

후지쯔의 지난 회계 연도 반도체 사업 매출은 3216억엔에 달한다. 시스템 반도체 일종인 LSI 디바이스 비즈니스에서는 2012 회계연도 903억엔의 손실을 기록했다. 당시 후지쯔 전체 손실 729억1300만엔을 훌쩍 넘는 규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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