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대 대통령들과 다른 ‘감성 화법’
박 대통령의 화법은 역대 대통령과는 분명히 다르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역대 대통령들이 참모와 국무위원들에게 주로 ‘지시’를 했던 것과는 달리 박 대통령은 ‘감성’이 포함된 화법을 구사하며 간접적으로 메시지를 전달한다.
박 대통령은 지난달 27일 첫 수석비서관회의를 주재한 자리에서 물가안정 대책을 주문하며 “서민생활과 밀접한 품목의 가격 인상으로 인해 최근 어려움을 겪는 저소득, 서민층의 부담감이 더욱 가중될까 걱정”이라고 말했다. 물가안정이라는 과제를 제시하면서 그 취지를 설득력있게 전달한 셈이다.
반면 역대 대통령들은 일방적인 지시가 대부분이었다. 이명박 전 대통령은 지난달 1일 물가관계장관 회의에서 “범부처적으로 물가 불안요인에 적극 대처하고, 끝까지 민생이 어렵지 않게 해당 부처 장관들이 잘 챙겨달라”고 지시했다. 전형적인 최고경영자(CEO) 스타일 화법이다.
최진 대통령리더십연구소장은 “이명박 전 대통령이 각론을 얘기할때 수치를 제시해가며 디테일하게 했다면, 박근혜 대통령은 감성적 표현을 많이 쓰는 게 특징”이라고 말했다.
초대 대변인에 여성 이례적 기용
변화는 대통령의 화법만이 아니다. 청와대가 국민과 소통하는 방식도 달라졌다. 특히 박 대통령이 남·여 대변인으로 윤창중 전 대통령직 인수위원회 대변인과 김행 위키트리 부회장을 동시에 발탁한 점은 국민과의 소통을 개선하려는 의지의 표현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평가다.
김 대변인은 특유의 여성적이고 부드러운 화법으로 윤 대변인의 ‘불통’ 이미지를 희석시킨다는 평가가 춘추관 안팎에서 나온다. 실제 김 대변인은 기자들과 수시로 만나 현안에 대한 소통에 나섰다. 윤 대변인이 지난 1주일 간 발표 형식으로 두 차례의 짧은 브리핑을 가진 것과는 대조된다.
청와대에서 여성 대변인이 활동한 것은 이명박 정부 3년차에 김희정 새누리당 의원이 1년여 간 대변인을 맡은 후 처음이다. 지난 2003년 외신대변인 직이 만들어진 이후 여성은 주로 이 직책을 맡아 왔다.
관저는 크게 변하지 않아
박 대통령이 청와대에 입성하기 전만 해도 청와대 안팎에선 기존 ‘남성 기혼 대통령’을 위해 설계된 관저와 집무실이 ‘여성 독신 대통령’에 맞춰 리모델링될 것이라는 관측이 많았다.
그러나 김 대변인은 지난 1일 박 대통령의 청와대 생활에 대한 브리핑에서 “이명박 전 대통령 재임 당시와 청와대 건물은 똑같다”면서 “본관과 집무실의 화장실 남자 소변기를 떼어내고 타일로 마감한 게 전부이며 관저도 도배만 새로 한 정도”라고 말했다.
역대 영부인들의 집무실도 그대로 유지했다고 김 대변인은 전했다. 역대 대통령들이 사용하던 20년 이상 된 가구도 대부분 천갈이만 했으며, 박 대통령이 삼성동 사저에서 사용하던 가구 일부만 새로 들여온 것으로 전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