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 대통령 맞이한 청와대..'감성소통' 나선다

정책 지시 '단순 전달'보다 '감성 설득'
여성 대변인 기용해 '불통' 이미지 희석
  • 등록 2013-03-04 오전 8:05:00

    수정 2013-03-04 오전 8:05:00

[이데일리 피용익 기자] 청와대가 대한민국 첫 여성 대통령을 주인으로 맞은 지 1주일이 됐다. 박근혜 대통령 시대의 청와대는 크고 작은 변화를 맞고 있다. 대통령 관저가 새 단장을 하고, 집무실 남자 변기가 없어지는 등의 외형적인 변화는 극히 일부분이다. 더욱 근본적인 변화는 청와대의 소통 방식이다. 박 대통령이 직접 구사하는 화법은 물론 대변인을 통해 메시지를 전달하는 방법 등 소통 과정에서 여성 특유의 ‘감성’이 묻어난다는 평가가 나온다. 박 대통령의 ‘불통’이미지가 ‘소통’이미지로 전환될 수 있을지 관심이다.

역대 대통령들과 다른 ‘감성 화법’

박 대통령의 화법은 역대 대통령과는 분명히 다르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역대 대통령들이 참모와 국무위원들에게 주로 ‘지시’를 했던 것과는 달리 박 대통령은 ‘감성’이 포함된 화법을 구사하며 간접적으로 메시지를 전달한다.

박 대통령은 지난달 27일 첫 수석비서관회의를 주재한 자리에서 물가안정 대책을 주문하며 “서민생활과 밀접한 품목의 가격 인상으로 인해 최근 어려움을 겪는 저소득, 서민층의 부담감이 더욱 가중될까 걱정”이라고 말했다. 물가안정이라는 과제를 제시하면서 그 취지를 설득력있게 전달한 셈이다.

반면 역대 대통령들은 일방적인 지시가 대부분이었다. 이명박 전 대통령은 지난달 1일 물가관계장관 회의에서 “범부처적으로 물가 불안요인에 적극 대처하고, 끝까지 민생이 어렵지 않게 해당 부처 장관들이 잘 챙겨달라”고 지시했다. 전형적인 최고경영자(CEO) 스타일 화법이다.

최진 대통령리더십연구소장은 “이명박 전 대통령이 각론을 얘기할때 수치를 제시해가며 디테일하게 했다면, 박근혜 대통령은 감성적 표현을 많이 쓰는 게 특징”이라고 말했다.

박 대통령의 화법은 대선 전과 비교해도 크게 달라졌다는 게 전문가들의 평가다. 대통령 당선 전엔 ‘응축된 단문단답형’이 많았지만 당선 후엔 현안에 대응하는 템포가 빨라지고 말의 양이 늘었다는 분석이나온다.

초대 대변인에 여성 이례적 기용

변화는 대통령의 화법만이 아니다. 청와대가 국민과 소통하는 방식도 달라졌다. 특히 박 대통령이 남·여 대변인으로 윤창중 전 대통령직 인수위원회 대변인과 김행 위키트리 부회장을 동시에 발탁한 점은 국민과의 소통을 개선하려는 의지의 표현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평가다.

김 대변인은 특유의 여성적이고 부드러운 화법으로 윤 대변인의 ‘불통’ 이미지를 희석시킨다는 평가가 춘추관 안팎에서 나온다. 실제 김 대변인은 기자들과 수시로 만나 현안에 대한 소통에 나섰다. 윤 대변인이 지난 1주일 간 발표 형식으로 두 차례의 짧은 브리핑을 가진 것과는 대조된다.

청와대에서 여성 대변인이 활동한 것은 이명박 정부 3년차에 김희정 새누리당 의원이 1년여 간 대변인을 맡은 후 처음이다. 지난 2003년 외신대변인 직이 만들어진 이후 여성은 주로 이 직책을 맡아 왔다.

신율 명지대 정외과 교수는 “박 대통령이 윤 대변인과 별도로 김 대변인을 기용한 것은 국민과의 원활한 소통을 위해 좀 더 부드러운 이미지를 강조하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관저는 크게 변하지 않아

박 대통령이 청와대에 입성하기 전만 해도 청와대 안팎에선 기존 ‘남성 기혼 대통령’을 위해 설계된 관저와 집무실이 ‘여성 독신 대통령’에 맞춰 리모델링될 것이라는 관측이 많았다.

그러나 김 대변인은 지난 1일 박 대통령의 청와대 생활에 대한 브리핑에서 “이명박 전 대통령 재임 당시와 청와대 건물은 똑같다”면서 “본관과 집무실의 화장실 남자 소변기를 떼어내고 타일로 마감한 게 전부이며 관저도 도배만 새로 한 정도”라고 말했다.

역대 영부인들의 집무실도 그대로 유지했다고 김 대변인은 전했다. 역대 대통령들이 사용하던 20년 이상 된 가구도 대부분 천갈이만 했으며, 박 대통령이 삼성동 사저에서 사용하던 가구 일부만 새로 들여온 것으로 전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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