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오세훈 서울시장 "부동층 결집..투표율 40% 가능"

"주민투표, 향후 복지철학 논쟁에 종지부 찍을 것"
"시장직 걸고도 남을 가치있어.. 맞춤형 복지필요"
  • 등록 2011-08-23 오전 8:08:33

    수정 2011-08-23 오전 8:27:08

[이데일리 이진철 기자] 무상급식 주민투표 결과에 시장직 걸겠다고 발표한 다음날인 22일 오전 집무실에서 만난 오세훈 서울시장은 초췌한 모습이었다. “요즘 잠을 잘 못잔다”고 했다.

오세훈 서울시장(사진=한대욱 기자)
무상급식 주민투표 결과에 시장직을 걸겠다는 기자회견 중 눈물을 보인 이유에 대해서는 “만감이 교차했다”고 심경을 밝혔다. 주민투표와 복지논쟁에 대한 부분에서 그의 목소리에는 다시 힘이 실렸다.   오 시장은 “이번 주민투표는 밥을 한끼 주고 말고의 문제가 아니라 대한민국의 미래를 결정할 바람직한 복지철학 논쟁에 종지부를 찍는다는데 의미가 있다”면서 “복지철학을 지켜내는 건 시장직을 걸고도 남을 가치있는 일”이라고 강조했다.

관건인 투표율에 대해서는 “부동층이 결집하고 , 유권자들의 심리에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면서 “투표율 40%는 가능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오 시장은 "원칙과 가치를 지켜내기 위해선 그만큼의 희생이 필요하다"면서 "당에서 내년 총선 등에 미칠 영향을 우려하는 시각이 있지만 설득과 대화를 통해 상당부분 공감대를 마련한 상태"라고 설명했다.

다음은 오시장과의 일문일답.

-주민투표가 하루 앞으로 다가왔다. 시장직 사퇴라는 승부수를 던졌는데 판세를 어떻게 보고 있는지. ▲현수막에 격한 구호들이 난무하면서 시민들이 점차 마음을 정해가는 것 같다. 반드시 참여하겠다는 의사표현이 늘어가는 추세이기 때문에 수치상으로 보면 40%까지는 투표율이 가능할 것으로 예상한다. 다만 변화 추세와 현장에서 당일 투표율로 나타나는 것은 별개다. 예측불가이기 때문에 긴장을 풀지 못하고, 최대한 노력하고 있다.

-부동층이 점차 지지층으로 바뀌고 있다는 판단인가. ▲주민투표 불참운동본부의 캠페인은 실패했다고 본다. 시민들을 혼란스럽게 하고, 거부감과 자극적인 느낌도 준다. 합리적인 판단을 일단 유보하고 생각하고 있는 시민들에게 어필할 수 있는 방법이 아니다. 나쁜투표라는 표현 자체가 우리가 지금껏 교육받아온 투표참여 상식에 어긋나는 것으로, 부작용과 역효과를 내고 있다. 그래서 부동층이 결집하고 있는 것이고, 그런 것들이 유권자들의 심리에 미세한 변화를 만들어내고 있다. 

-투표율 33.3%를 넘길 가능성은 어떻게 예상하고 있나. ▲예측하기 어려운 부분이다. 정책에 대한 투표이고, 시민들이 서명을 받아 추진한 일이고, 투표일이 평일이라는 점 등등 모든 것이 처음으로 해보는 사례들이다. 그동안 유사한 게 있어야 예측을 할 수 있다. 많은 분석과 예상이 나오고 있지만 진폭이 클 수 있고, 실제로도 그렇게 결과가 나올 것으로 본다.   -주민투표에서 이긴다면 정치구도가 바뀔 수 있고, 유력한 대선주자로 부각될 수도 있을텐데. ▲대선 불출마는 이미 발표를 했고, 바뀐 것은 없다.

-투표에서 패배시 거취 결정은 어떻게 할 것인가. ▲지금 언급하는 건 의미가 없다. 유권자의 올바른 선택을 위해 충분한 정보를 제공해야 한다. 주민투표 의미가 야당 주장대로 밥을 한 끼 주고 말고 문제가 아니라 대한민국 미래의 향방을 가르는 바람직한 복지철학과 가치를 둘러싼 논쟁의 종지부를 찍는 의미있는 투표임을 알리는 것이 중요하다. 남은 기간 유권자들을 상대로 이같은 활동을 지속해 나갈 것이다. -시장직을 투표결과와 연계한 근본적인 배경은 ▲복지철학의 충돌 때문이었다. 시의회의 4분의 3을 민주당이 차지하고 있는 여소야대 상황이다. 저는 저소득층 위주의 복지를 하자는 것이고, 민주당측은 부자들도 똑같은 혜택을 받는 복지를 하자는 것인데 어찌보면 넌센스다. 부자들에게 차등없이 같은 액수·형태의 복지를 제공한다는 것은 시기상조이고, 예산의 비효율성을 불러올 수 있다. 복지에 대한 철학, 소신, 비전, 원칙이 충돌하는데 숫자적인 우위에 의해 강요를 당할 때 시장직에 계속 머물러 있는 것이 필요한지 근본적인 고민을 할 수밖에 없었다.   -시장직 연계 결정에서 한나라당과 좀 더 협의를 거치는 것이 바람직하지 않았겠느냐는 지적도 나온다. ▲정말로 최선의 노력을 다했다. 대선 불출마는 개인적인 정치일정 비중이 높은 것이다. 그러나 시장직 거취는 공적인 문제이고, 시민들의 뜻도 많이 들어봐야 했다. 대선 불출마와 시장직을 거는 문제에 대해 일주일간의 시간 간격이 있었는데 그동안 당의 의사결정권자와 접촉하면서 많은 대화를 했다. 100% 합의는 이끌지 못했지만 이번 기회에 유권자의 선택을 받자는 설득과 대화의 효과가 있다고 본다.    -이번 주민투표 결과에 따라 한나라당 복지정책에도 변화가 있을 것인지. ▲당연히 영향을 받을 것이다. 지금 정치권의 여야가 현금 나눠주기, 소득과 무관한 같은 금전적 혜택의 복지정책을 내놓고 있는데 투표결과에 따라 여야 정치권의 정신이 번쩍 들게 할 수도 있을 것이다.

-무상급식 재원에 대해서는 600억여원이면 된다는 지적도 있는데. ▲재원을 분명히 해야 한다. 무상급식 예산은 초등학교 전면 실시하는데 연간 2500억원, 중학교 전면 무상급식을 하는데는 연간 1500억원이 들어간다. 이는 작년말 기준으로 올해말이 되면 물가가 올라서 더 늘어날 것이다. 무상급식에 매년 5000억원씩 들어간다는 계산인데 소득하위 50%만 실시하면 절반인 2500억원이면 된다. 전면 무상급식을 실시할 경우 매년 5000억원씩 10년이면 5조원이 들어가는 것이다. 교육청의 예산도 결국은 세금 아닌가.   -서울시가 추진하는 여러가지 프로젝트를 무상급식 재원과 연계해 비판하는 시각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나. ▲그들이 돈을 헛되게 썼다고 주장하는 한강르네상스를 보자. 서울은 공원이 가장 열악하다. 공원을 만들 수 있는 빈 땅도 없고 땅값도 비싸다. 유일한 가용토지가 한강과 수변 지천들인데 지금은 주말이면 시민들이 자전거를 타고 담소를 나누는 멋진 공간으로 바뀌었다. 여기에 지난 5년간 5000억원을 투자한 것이다. 시민들이 즐겁게 이용하는 공간을 만든 것을 그들은 토목사업이라고 얘기하고 있다.   -서울시 복지정책에 대한 철학은 무엇인가. ▲서울시 지난 5년간 시행하고 있는 `희망플러스 통장`이 대표적이다. 연간 220억원이면 저소득층 3만가구에게 절망 아닌 희망을 만들어줄 수 있다. 저소득층의 자립과 자활을 도울 수 있고, 중산층 이상은 복지를 제공하는데 참여할 수 있는 맞춤형 복지정책이 필요하다.  [대담= 조용만 부국장 겸 사회부장]   ◇오세훈 서울시장은 ‘스타 변호사’ 출신으로 방송 출연을 통해 대중들에게 친숙한 이미지를 갖고 있다. 환경 분야에 남다른 관심을 보여 환경운동연합 법률위원장, 서울시 녹색서울시민위원회 감사를 맡았고, 지난 2000년 16대 국회의원(서울 강남을)에 당선돼 정계에 본격 진출했다.

한나라당 부대변인과 서울시선거대책위원회 대변인 등을 역임했고, 소장파 모임 ‘미래연대’ 공동대표를 지내며 일명 ‘오세훈 선거법’으로 불린 정치개혁 입법을 주도하기도 했다.

지난 2006년 한나라당 서울시장 후보로 출마해 당선된 후 ‘디자인 서울’, ‘한강 르네상스’ 등의 정책사업을 추진했다. 지난해 민선 5기 서울시장 선거에 도전해 민주당 한명숙 후보를 어렵게 누르고 민선 최초의 재선 서울시장이 됐다. 

1961년 서울출생으로 대일고와 고려대 법학과를 졸업한 뒤 법학박사 학위를 취득했고, ‘가끔은 변호사도 울고 싶다’는 책을 펴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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