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용직 노동일을 하는 아들은 술만 마시면 최씨에게 폭력을 휘둘렀고 그때마다 최씨는 아파트 계단에 쪼그려 앉아 밤을 지샜다.
보다 못한 이웃 주민이 경찰에 여러번 신고했지만 술이 깨 죄책감 가득한 얼굴로 최씨에게 용서를 구하는 아들을 본 그의 마음은 매번 흔들렸다.
지난 2008년 아들과 함께 살면서 3년 동안 폭행을 당했지만 자식에게 피해가 갈까봐 출동한 경찰에 "아들에게 맞은 적 없다"는 말만 되풀이하기 일쑤였다.
이웃 주민 박모(71)씨는 "경찰이 왜 멍들었냐고 물어도 술 한 잔 마시고 넘어졌다고 둘러댄다"며 "그러니 다른 사람이 말도 못해주고 답답하다"고 말했다.
알코올 의존증을 보이던 아들에게 술병으로 맞기 일쑤였던 김모(85)씨도 지난해 아들이 자살로 생을 마감하자 겨우 폭력의 그늘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가족이나 친지에게 폭력을 당하는 일명 '매 맞는 노인'이 늘고 있다.
2009년에는 지난해보다 17.2% 늘어난 6천 159건의 신고가 접수되는 등 신고 건수가 매년 증가추세다.
노인 학대 발생 빈도도 1주일에 한 번 이상이 전체 2천 640건 중 877건(32.8%)으로 가장 높았고 매일 학대를 받는다는 노인도 762명(28.5%)나 됐다.
노인 학대가 발생하는 장소로는 '가정 내 학대'가 전체 학대사례 2천 674건 중 2천 358건으로 88.2%를 차지했다.
노인 학대 가해자의 경우 아들이 53%(646건)로 1위였고 며느리가 8.9%(109건)로 뒤를 이었다.
전문가들은 노인 학대의 경우 가정에서 직계 가족 등을 통해 이루어지기 때문에 은폐될 가능성이 높아 적극적인 신고만이 해결책이라고 조언한다.
인천광역시 노인보호전문기관 강진구 팀장은 "노인 학대는 폐쇄적인 면이 많아 부모된 입장에서 얘기하기 힘들다"며 "주변에서 관심을 기울여주고 적극적으로 신고해주는 것만이 노인 학대에 대한 보호 장치를 마련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