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9월 위기설`이 맞나 보자며 의기양양하게 외국환평형기금채권 발행에 나설때만 해도 분위기는 좋았다. 마침 미국 정부가 프레디맥과 패니메이에 구제금융을 쏟아붓는다는 소식에 국제금융시장에는 훈풍이 불었고 생각보다 낮은 이자에 발행할 수 있을 듯 했다.
그러나 행운의 여신은 정부편이 아니었다. 막상 로드쇼를 떠나자 악재들이 몰려왔다. 산업은행이 리먼브러더스 인수를 포기하면서 커진 유동성 우려는 리먼이 내놓은 자구책으로도 별로 가라앉지 않았다.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의 건강 악화설도 왜 하필 이 시점에 들려왔을까 싶을 정도로 타이밍이 절묘했다.
하루 거래량이 최소 70억달러는 되는 외환시장에서 외평채 10억달러 발행이 규모면에서 갖는 의미는 크지 않다. 문제는 심리다. `9월 위기설`에 떨다가 이제 벗어났나 싶었는데, 아직 멀었다는 점을 깨닫게 해 준 것이다.
이성태 한국은행 총재도 금융통화위원회 직후 가진 기자간담회에서 "이제 다 지나갔다고 하는 것은 성급하다"고 지적했다. 다소 냉철하게 다가오는 이 멘트가 바로 외평채 발행 연기로 입증됐다고나 할까. 이런 문제에 가장 민감한 역외는 역시 적극적으로 원화를 팔고 달러를 사들였다.
이렇게 불안할 때 추석 연휴라도 좀 길었으면 글로벌 금융시장 변동성에서 한발 피해 있을 수 있는데, 공교롭게도 올해 추석 연휴로 인한 휴장은 딱 하루다. 시장도 휴식이 필요하다. 관망하며 자체적으로 휴식을 취하는 수 밖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