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daily 전미영기자] 뉴욕 증시는 그린스펀의 손을 들어 줬다.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의 새해 국정연설로 전쟁 위기감이 고조되면서 29일(현지시간) 약세를 보였던 뉴욕 증시 3대 지수는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의 통화정책회의 결과 발표 이후 일제히 상승 반전했다.
그러나 뉴욕 증시가 저가 매수세를 기반으로 FRB의 금리 및 위험평가(일종의 정책 기조) 유지에 힘입어 일종의 안도 랠리를 펼치긴 했으나 상승세 지속 여부는 불투명한 것으로 분석됐다. 장 초반 지수를 끌어 내렸던 경제와 이라크 사태의 불확실성이 해소된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그나마 증시가 FRB의 결정에 호의적으로 반응한 것은 "무소식이 희소식"이란 소극적인 의미로 평가됐다. 통화정책 결정기구인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를 앞두고 월가 일각에선 FRB가 이번에 위험평가를 "균형"에서 추가 완화를 시사하는 "경제 약화위험"으로 변경할 것이란 관측이 제기됐으나 FRB는 시장의 동요를 막는 쪽을 선택했다.
살로먼스미스바니의 선임 트레이더인 로버트 바셀은 "아직까지 FRB가 밝힌 입장을 충분히 검토해 보지는 못했으나 우리가 깨닫지 못하고 있는 위험에 대해 언급하지 않았다"면서 FRB가 시장의 예상치 못한 부정적인 전망을 제시하지 않았다는 점이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했다.
그러나 부시에 대한 그린스펀의 승리는 단기에 그칠 것이란 전망이 지배적이었다. 지정학적 불확실성만 제거되면 미국 경제가 개선될 것이란 FRB의 진단이 전쟁 불안감을 압도하지는 못했다는 것이다.
월넛에셋매니지먼트의 최고투자책임자(CIO)인 로버트 필립스는 "시장이 과매도 상태에 있으므로 단기적인 반등은 가능하지만 이라크 사태가 해결되지 않는 한 의미 있는 상승은 기대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월가 분석가들은 부시 대통령의 국정 연설이 "전쟁 드라이브"를 드러낸 것으로 평가했다. 경제 문제에 장시간을 할애하긴 했으나 새로운 정책 발표는 없었으며 이라크에 대한 강경한 입장만이 투자자들에게 부각됐다는 것.
퍼스트알바니의 휴 존슨 CIO는 "부시 대통령의 강경 입장은 고유가와 경제 부진 우려를 고조시켜 증시에 부담을 안겼다"고 평가했다.
전문가들이 우려하는 것은 뉴욕 증시의 이날 상승에도 불구하고 전쟁과 경제를 둘러싼 근본적인 불안감은 여전히 남아 있으며 투자자들이 관망을 깨고 시장에 돌아올 만한 유인이 없다는 점이다.
US방코프파이퍼제프리의 기관거래 담당 이사인 마크 도너휴는 "투자자들은 여전히 담장 위에 앉아 불안한 마음으로 어떤 일이 벌어질 지 지켜보고 있다"면서 "따라서 지금은 시장이 일시적으로 움직인다 해도 특별한 의미가 없다"고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