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능 좋고 화재 위험 뚝…'꿈의 배터리' 전고체가 온다

[미래기술①]
'리튬이온 배터리' 한계 넘어설 기대주
화재 안전성 뛰어나고 성능도 더 좋아
기술 난제 및 비용 문제는 걸림돌
  • 등록 2024-11-26 오전 5:30:00

    수정 2024-11-26 오전 6:47:19

[이데일리 김성진 기자] 전고체 배터리는 전기차와 에너지 저장 시스템의 미래를 여는 핵심 기술로 주목 받고 있습니다. 기존의 액체 전해질을 고체로 대체해 안전성과 에너지 밀도를 크게 향상시키는 전고체 배터리는, 그 기술적 가능성으로 인해 자동차 산업을 비롯한 다양한 분야에서 혁신을 불러일으킬 잠재력을 지니고 있습니다. 이번 기획 기사에서는 전고체 배터리의 현재 기술적 상태와 도전 과제, 그리고 이를 통해 다가올 미래의 변화를 탐구하고자 합니다. [편집자주]

요즘 글로벌 완성차 업계와 배터리 부품사들이 전기차 캐즘(Chasm) 현상 심화로 골머리를 앓고 있다는 소식이 자주 들려온다. 캐즘은 새로운 기술이나 제품이 개발돼 시장에 나오기는 했지만, 완전한 대중화까지는 수요가 충분하지 않은 상태를 일컫는다. 2023년 글로벌 전기차 판매량은 1407만3000대로 전년 대비 무려 33.5%나 늘었는데, 올해 시장 성장률은 그 절반 수준인 16.6%로 전망된다. 시장이 계속 커지긴 하지만 가속도가 확 줄어든 것은 확실한 것이다.

2023년 9월 독일 뮌헨에서 열린 ‘IAA 모빌리티’ 행사에서 삼성SDI가 공개한 전고체 배터리 실물 크기 모형.(사진=연합뉴스.)
그렇다면 전기차 시장의 캐즘 현상은 왜 이렇게 심화할까. 물론 글로벌 경기 침체, 고금리, 인플레이션뿐 아니라 전기차 충전 인프라 부족 등 다양한 요소가 작용한 결과지만, 가장 핵심적인 이유는 전기차의 성능이 아직 대중의 눈높이에 못 미치는 탓이다. 신기술에 관심이 많은 얼리어댑터의 호기심은 충족시켜줄 수 있지만, 실용성에 초점을 맞추는 일반 대중에게는 제품 성능이 아직 부족하다는 것이 중론이다. 전기차 배터리의 주행 거리가 짧고 화재 위험성이 큰 게 문제로 꼽힌다.

현재 대세 ‘리튬이온 배터리’ 문제점은

전기차 시장의 캐즘이 언제 끝날지는 누구도 알 수가 없다. 그러나 전고체 배터리가 상용화된다면 캐즘도 끝날 것이라는 전망은 지배적이다.

현재 전기차에 많이 사용되는 배터리는 리튬이온 배터리다. 리튬이온 배터리는 크게 양극재, 음극재, 전해질, 분리막 이렇게 4가지 핵심 소재로 구성된다. 리튬 이온이 양극재와 음극재 사이를 이동하는 화학적 반응을 통해 전기를 만들어낸다. 양극의 리튬 이온이 음극으로 이동하며 배터리가 충전되고 음극의 리튬 이온이 양극으로 돌아가며 에너지를 방출 및 방전하는 식이다. 양극과 음극 사이에서 리튬 이온이 잘 이동할 수 있도록 통로 역할을 해주는 것이 전해질이고, 양극과 음극이 서로 닿지 않게 해주는 것이 분리막이다.

(출처=포스코퓨처엠.)
리튬이온 배터리는 초기 에너지 밀도는 200Wh/L, 80Wh/kg 수준이었는데. 지금까지 연구개발을 거듭해 3배가량 밀도가 증가했다. 실제로 2011년 전 세계에서 가장 많이 팔렸던 전기차인 닛산 리프는 1회 충전 시 120Km 정도만 주행이 가능했다. 그런데 현재는 에너지 밀도가 높아져 최근 출시된 모델은 500Km 수준에 달한다. 정말 빠른 속도로 그 성능이 개선되고 있는 셈이다.

하지만 문제가 존재한다. 바로 에너지 밀도가 높아 화재나 폭발 위험성이 크다는 점이다. 독일보험협회 산하 화재예방 연구소인 VDS의 ‘S+S Report International’에 따르면 리튬이온 배터리는 기계적 손상, 과방전, 과충전으로 인해 전기적 결함, 내부과열, 외부로부터 이차적 열 방출 등이 발생해 폭발반응이 일어날 수 있다고 한다. 최근 국내서도 지하 주차장에서 충전 중이던 전기차 화재로 큰 사고가 나기도 했다. 이 같은 안전 문제를 완벽히 해결하기 전에는 전기차 캐즘 현상을 극복하기 어렵다는 분석이 지배적인 이유기도 하다.

전고체 배터리는 무엇인가

바로 이러한 문제를 해결할 최적의 해법으로 전고체 배터리가 주목 받고 있다. 배터리는 양극재, 음극재, 전해질, 분리막으로 구성되는데, 전고체는 전해질이 액체가 아니라 고체로 이뤄진 배터리를 말한다. 기존 액체 전해질은 양극과 음극 사이의 이온이 잘 움직일 수는 있지만 가연성이 있어 화재 위험이 존재한다.

전고체 배터리의 장점은 다양하다. 우선 안전성이 액체 전해질에 비해 높고, 에너지 밀도와 출력도 더 뛰어나다. 한 마디로 화재 위험은 적으면서 성능은 더 뛰어난 배터리라는 것이다. 또 고체전해질은 0℃ 이하의 저온이나 60~100℃ 고온에서 액체 전해질보다 전도 성능이 향상된다는 장점도 있다.

리튬이온 배터리와 전고체 배터리 공통점 및 차이점.(사진=포스코퓨처엠.)
덕분에 시장 전망도 밝다. 업계에서는 2027년부터 2030년 사이에 전고체 배터리가 상용화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전 세계 전고체 시장은 2020년부터 2027년까지 연평균 34.2%의 높은 성장률이 예상된다.

전고체 배터리는 이처럼 장점이 많아 ‘꿈의 배터리’로 불린다. 하지만 상용화 단계까지는 해결해야 할 문제들이 아직 많이 있다. 우선 전고체 배터리의 단점으로는 낮은 ‘이온전도도’가 꼽힌다. 이온전도도란 물질의 이온전도 경향을 나타내는 척도다. 고체 전해질에서는 이온이 액체 전해질에서보다 이동속도가 느린 현상이 발생한다. 이 때문에 고체 전해질에서도 이온전도도의 속도를 높이는 기술적 난제가 현재 존재하는 상황이다.

이보다 더 큰 걸림돌도 있다. 기술적 문제는 언젠가 해결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되지만, 과연 양산화에 성공할 수 있을까에 대해서는 의구심도 제기된다. 고체 전해질 중 가장 높은 저도도를 갖는 황화물계 전해질은 습기에 노출되면 안된다는 특징이 있다.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새로운 공정을 만드는 데 비용이 많이 들뿐만 아니라, 황화리튬의 소재 자체의 가격이 높다는 비용적 부담이 존재한다.

(출처=포스코퓨처엠.)
물론 앞으로 새로운 공정과 기술이 개발되면 황화리튬의 가격도 낮아질 것이란 기대도 있다. 현재는 리튬 금속과 황을 반응시켜 황화리튬을 만드는 공정이 활용되고 있다. 황산리튬에서 황화리튬을 얻는 공정을 개발하는 등 비교적 적은 비용으로 황화리튬을 생산하는 연구도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 업계에서는 황화리튬 가격을 kg당 50달러로 낮춰야지만 전고체 배터리의 양산이 가능할 것으로 보고 있다. 전고체 전지 1Gwh를 생산하기 위해서는 대략 황화물계 고체전해질 1000톤, 황화리튬 300톤이 필요할 것으로 추정된다.

국내 전고체 배터리 개발 현황은

LG에너지솔루션, 삼성SDI, SK온 등 국내 배터리 3사는 전고체 배터리의 기술적 난제를 해결하고 양산에 성공하기 위해 각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이 중에서도 삼성SDI가 전고체 배터리 개발에 가장 앞선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SDI는 지난 3월 인터배터리 행사에서 전고체 배터리 양산 로드맵을 공개하며 구체적인 양산 시점을 밝히기도 했다. 삼성SDI는 지난해 3월 경기도 수원에 전고체 전지 파일럿 라인인 ‘S-라인’을 준공하고 컨트롤타워 역할을 하는 ‘ASB(All Solid Battery) 사업화 추진팀’을 발족하는 등 전고체 배터리 양산을 적극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특히 지난해 말에는 프로토타입 샘플 생산을 마치고 이를 3개의 완성차 업체에 공급했다. 삼성SDI는 올해부터 2026년까지 A, B, C 샘플을 공급한 뒤 2027년 양산에 돌입한다는 계획이다. SK온은 2025년까지 대전 배터리 연구원에 전고체 배터리 파일럿 라인을 구축하고 2028년 상용화 시제품을 출시할 계획이다. LG에너지솔루션은 2030년을 전고체 전지(황화물계) 양산 시점으로 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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