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찰스 3세, 왕세자 책봉 65년만에 국왕에 올라
영국 BBC 등 외신 따르면 찰스 3세의 대관식은 이날 오전 런던 버킹엄궁에서 커밀라 왕비와 함께 ‘다이아몬드 주빌리 마차’를 타고 대관식이 열리는 웨스트민스터 사원으로 향하는 ‘왕의 행렬’로 시작됐다.
이번 대관식은 ‘섬기는 소명’을 주제로 영국 국교회 최고위 성직자인 저스틴 웰비 캔터베리 대주교가 집전했다. 승인(Recognition), 서약(Oath), 성유의식(Anointing), 왕관 수여식(Investiture), 즉위(Enthronement) 순서로 진행됐다. 찰스 3세는 서약식에서 “하느님의 이름으로, 그의 본보기로서 나는 섬김받지 않고 섬기겠다”고 말했다.
이번 대관식은 1953년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의 대관식 이후 70년 만에 치러진 것으로, 찰스 3세가 왕세자로 책봉된 이후 65년 만이다. 찰스 3세는 엘리자베스 2세와 필립공의 장남으로 태어나 그의 나이 9세 때 일찌감치 왕세자에 올랐지만, 엘리자베스 여왕이 역대 최장기간인 70년간 즉위하면서 최장수 왕세자로 지내게 됐다.
이날 행사에는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대신 참석한 질 바이든 여사와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 쥐스탱 트뤼도 캐나다 총리 등 국가원수급 인사 100여명이 자리했다. 한국 정부 대표로는 한덕수 총리가 참석했다.
|
이번 대관식은 70년만에 치러지는 만큼 현대적인 가치를 반영하기 위한 시도가 있었다. 대관식에 가장 먼저 입장하는 성직자 행렬에는 영국 국교회 외에 유대인, 이슬람교도, 힌두교도, 불교도, 시크교도 지도자들이 함께했고, 대관식 역사상 처음으로 여성 사제가 참석했다. 찬송가는 영어 외에 웨일스어, 스코틀랜드어, 아일랜드어로도 불렸다.
이번 대관식은 안팎의 좋지 않은 경제 상황을 감안해 이전보다 규모를 축소했다. 참석한 귀빈의 수는 2000여명으로 엘리자베스 2세 대관식 때 8000여명이 초정된 것에 비해 크게 줄었다. 다만, 최소 1억파운드(약 1668억원)에 달하는 비용이 들어간 것으로 추정돼 ‘혈세 낭비’ 논란은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
빗속에서 ‘황금마차’ 보러 기다려 …군주제 반대 시위도
축제 분위기만 있었던 것은 아니다. 트래펄가 광장에서는 국왕 부부 행렬이 지나갈 때 군주제 반대 시위가 열리기도 했다. 반군주제 단체인 ‘리퍼블릭’(Republic)은 찰스 3세의 행렬을 향해 야유를 보내며 “내 왕이 아니다”(Not My King)라고 적힌 현수막을 흔들었다고 로이터통신이 전했다.
영국의 젊은 층 사이에서는 왕실을 제국주의와 봉건주의의 유산으로 보고, 그들이 세습적으로 부와 권력을 누리는 것에 대해서 비판적인 목소리가 높다. 지난달 유고브가 실시한 여론조사를 보면 영국 성인 가운데 군주제에 대해 우호적으로 답한 응답자는 53%였지만, 18~24세에서는 긍정 답변이 26%에 그쳤다.
70년 만에 새로운 국왕으로 즉위한 찰스 3세는 이같은 군주제 폐지 여론과 엘리자베스 2세에 비해 크게 떨어진 지지율 속에서 분열된 영국인들의 구심점 역할을 해야 하는 어려운 과제에 직면해 있다.
미 CNN방송이 여론조사 기업 사반타와 조사해 지난 5일 발표한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18세 이상 영국 성인 2093명 중 36%가 왕실에 대한 생각이 10년 전에 비해 ‘부정적으로 변했다’고 답했다. 국왕으로서 찰스 3세 개인의 인기가 떨어지는 점도 부담이다. NYT는 “찰스 3세는 자신의 인생에서 스타였던 적이 없다”며 “그는 수십년 동안 국제적인 인물이었지만 그의 이야기는 어머니, 아내, 자녀들의 이야기였다”고 꼬집었다.
스코틀랜드와 아일랜드·북아일랜드에서 독립에 대한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는 가운데 결속력을 다지고, 일부 영연방 국가에서 요구하는 제국주의 시절 식민지배에 대한 사과 요구 등도 찰스 3세가 풀어 나가야 할 당면 과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