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주간 세간의 입에 오르내리며 주목받은 인물과 그 배경을 재조명해봅니다.<편집자 주>
[이데일리 전재욱 기자] 나경원 전 의원은 지난 5일 자녀 수에 따라서 대출금을 줄이거나 없애는 방안을 제시했다.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부위원장으로서 내놓은 출산 장려 대책 일환이었다. 대통령실은 이튿날 나 전 의원의 제시안에 대해 “개인 의견일 뿐”이라고 반박했다.
| 국민의힘 3·8 전당대회 출마를 고심 중인 나경원 전 의원이 지난 19일 서울 자택으로 들어서며 취재진의 질문을 받고 있다.(사진=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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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실이 직접 나선 것이 이례적이어서 대통령의 의중이 담겼다는 해석이 붙었다. 국민의힘은 전당대회 모드로 돌입하고 있었고, 나 전 의원은 당 대표 출마를 고심하는 단계였다. 자기 정치를 하려면 대통령이 맡긴 정무직 ‘저출산위 부위원장직’과 ‘기후환경대사직’을 그만둬야 했다. 앞선 대통령실의 반박은 여기에 대한 대통령의 불편한 심기라는 것이다.
나 전 의원은 부위원장직 사직 의사를 대통령실에 전달(10일)했다. 공직자로서 임면권자가 반대하는 의견을 낸 데에 대한 부담감이 작용했을 것으로 보인다. 대통령실이 불편해하는 일이 현실이 됐다. 그런데 대통령실은 나 전 의원으로부터 사표를 접수하지 못했다고 했다. 사의 표명만 있지, 사표 제출은 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나 전 의원과 대통령실 사이에 진실 공방이 벌어진 것이다.
대통령실은 나 전 의원을 두 자리에서 해임(13일)했다. 나 전 의원이 다시 사표를 제출한 당일 이뤄진 결정이었다. 사직과 해임은 천양지차이다. 사직은 본인의 의사이지만, 해임은 본인의 잘못이다. 애초 나 전 의원이 그만두겠다고 밝힌 건 저출산위 부위원장직이었는데, 대통령실은 기후환경대사직에서까지 나 전 의원을 해임했다. 윤석열 대통령이 아랍에미리트와 스위스 순방(14~19일)을 떠나기 직전이었다.
나 전 의원은 “제2의 ‘진박’ 감별사가 쥐락펴락하는 당이 과연 총선을 이기고 윤석열 정부를 지킬 수 있겠나”라고 SNS 밝혔다. 박근혜 정부 당시 2016년 친박 세력이 공천권을 행사하고 총선에서 참패한 사실을 언급한 것이다. 장제원 의원이 ‘나 전 의원은 공직을 자기 정치에 이용한 행태는 대통령을 기만한 것’(14일)이라고 비판한 지 하루 만에 나온 반응이었다.
그러면서 이른바 ‘윤핵관’이 자신을 축출한 것으로 읽히는 언급을 이어갔다. 나 전 의원이 “저에 대한 해임이 대통령 본의가 아니라 생각한다”고 페이스북에 쓴 것(17일)이다. 김대기 대통령 비서실장은 당일 “나경원 전 의원 해임은 대통령의 정확한 진상 파악에 따른 결정”이라고 반박했다. 이어 “대통령께서 나 전 의원의 그간 처신을 어떻게 생각하실지는 본인이 잘 알 것”이라고 했다. 같은날 국민의힘 초선의원 43인은 나 전 의원을 겨냥해 ‘대통령을 흔들고 당내 분란을 더 이상 야기해서는 안 된다’는 공동 성명을 발표하고 사과를 촉구했다.
나 전 의원은 20일 “관련된 논란으로 대통령님께 누(累)가 된 점, 윤석열 대통령님께 깊이 사과드린다”고 밝혔다. 그는 “최근 저의 발언, 특히 저에 대한 해임 결정이 대통령님 본의가 아닐 것이라 말씀드린 것은 제 불찰”이라며 이같이 사과했다. 다만 국민의힘 당 대표에 출마할지는 이날까지 언급하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