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에서는 3분기 이후 업황이 더욱 악화할 것으로 보고 있다. 시장조사업체인 가트너는 올해 전 세계 PC와 스마트폰 출하량이 작년보다 각각 9.5%와 5.8% 감소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IT기기 수요 감소는 반도체 가격 하락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시장조사업체 D램익스체인지에 따르면 메모리카드·USB에 쓰이는 낸드플래시 범용제품(128Gb 16Gx8 MLC)의 6월 고정거래(대량구매)가격도 4.67달러로 전달 4.81달러보다 3.01% 내렸는데 7월 이후 더욱 하락세가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당초 연초만 해도 하반기부터는 D램 업황이 반등할 것이라는 예상이 있었지만 상황이 180도 달라졌다. 중국의 코로나19 봉쇄 영향으로 중저가 스마트폰 판매가 부진했고 인플레이션 고조로 인한 경기침체까지 겹치면서 PC에 대한 수요도 점차 하락하고 있다. 그나마 구글, 아마존 등 서버용 D램 수요가 건재하지만 전반적인 수요 침체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반도체 수요가 줄면서 재고 문제가 불거지자 마이크론부터 설비투자 축소에 나섰다. 수밋 사다나 마이크론 최고사업책임자(CBO)는 오는 9월부터 설비 구매와 시설투자 등 시설투자액(CAPEX)을 줄이겠다고 밝혔다. 향후 반도체 생산을 줄이고 재고를 소진하면서 D램 가격하락을 방어하겠다는 취지다. 메모리업계에서는 나름 ‘서프라이즈’한 발표였다고 평가하고 있다.
하지만 시장 불확실성이 커진 상황에서 올해의 경우 예년처럼 CAPEX를 늘리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다. 향후 먹거리 분야인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의 경우 지속 투자를 확대하겠지만, 메모리 투자는 보다 보수적으로 접근할 것이라는 게 업계의 관측이다.
업계 관계자는 “여러 경쟁자가 있을 때에는 점유율 확대를 위해 과감하게 투자에 나서고 가격 경쟁을 벌였지만, 이미 과점체제가 굳어진 상황에서 반도체업계들은 수익성 관리에 나서는 게 보다 효과적”이라면서 “마이크론이 설비투자를 줄이겠다고 나선 만큼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도 비슷한 전략을 취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