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상 커진 韓경제, 선진지수 `가야할 길`…`리스크 감당할까` 우려도

코로나 겪으며 대외신인도 개선…“선진국 대열 진입” 평가
추종 자금만 12조달러 규모…코리아 디스카운트 해소 기대
"환율 변동 커지면 경제 위축"…지수사용권·공매도도 관건
  • 등록 2022-01-04 오전 7:07:00

    수정 2022-01-04 오전 7:07:00

[세종=이데일리 이명철 기자] 정부가 2016년 좌절됐던 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MSCI)의 선진국지수(DM) 편입 카드를 다시 꺼낸 이유는 그간 달라진 한국 경제 위상을 감안해서다. 한국 증시가 선진시장으로 인정받으면 대규모 패시브(지수 추종) 자금이 들어올 것이라는 게 업계 기대다.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지난달 13일 정부서울청사에서 대외경제장관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홍 부총리는 이 자리에서 코로나19 위기 속 한국의 대외 신인도 향상 성과를 소개했다. (사진=연합뉴스)


반면 민간 영역에 정부가 개입하면서 부작용이 예상된다는 걱정도 많다. 외환시장 개방 뿐 아니라 공매도 전면 재개에 따른 반발 등 과제도 산적했다.

홍남기 “MSCI 선진지수 편입 당위성 충분”

정부는 코로나19 위기에서도 한국 경제의 대외 안정성이 향상되고 경기 회복을 이뤘으며 대외 위상이 높아지는 모습을 보였다고 평가하고 있다.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도 MSCI 선진지수 편입과 관련해 “한국 경제 위상 고려 시 당위성은 충분하다”고 자신했다.

한국의 외환보유액은 지난해 10월 4692억달러로 역대 최대 규모를 기록했다. 처음 MSCI 선진지수 편입을 추진하던 2016년 10월(3752억달러)보다는 25.0% 가량 늘었다.

코로나19로 110여개 국가의 국가신용등급·전망이 하락했지만 한국의 국가신용등급은 지금까지 굳건하다. 국가 부도 위험을 나타내는 신용부도스와프(CDS) 프리미엄은 지난달 사상 최저 수준을 기록하기도 했다.



한국 경제의 위상이 높아졌지만 국제 기준으로 볼 때 외환 제도나 자본시장 성숙도는 아직 낮은 수준에 머물렀다는 게 정부 안팎의 평가다.

기재부 관계자는 “그동안 경제 규모가 커졌는데 20여년 간 제도는 그대로 있으면서 복잡한 법령 체계와 외국인간 형평성 등 문제가 있었다”며 “외국인 투자가 접근성을 높이면서 MSCI (선진지수 편입도) 함께 보겠다는 것”이라고 취지를 설명했다.

최대 65조 순유입 기대…“선택 아닌 필수”

MSCI 선진지수 편입은 한국 증시가 대외적으로 선진국으로 인정받게 된다는 상징적인 효과가 크다. 그동안 북한과의 지정학적 우려 등으로 코리아 디스카운트를 받았으며 한때 금융시장 성숙도가 우간다 등 아프리카 국가와 비슷하다는 ‘오명’을 쓰기도 했다.

3일 오전 서울 여의도 한국거래소에서 열린 2022년 증권·파생상품시장 개장식에서 참석자들이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당장 대규모 해외 자금 유입 효과도 낼 수 있다. 증권업계에서는 신흥지수를 추종하는 자금의 규모가 2조달러(약 2400조원)로 이 중 한국 비중은 13% 정도로 추정하고 있다.

한국경제연구원은 지난해 5월 선진지수 추종 자금 규모가 이보다 6배 많은 최대 12조달러(약 1경4300조원)로 추산한 바 있다. 당시 기준으로 한국 증시가 선진지수 편입 시 159억~547억달러 규모 자금이 순유입된다고 전망했다. 현재 유가증권시장 시가총액은 2200조원 정도인데 최대 65조원 규모의 자금 유입 효과가 있는 것이다.

국제적인 추세를 감안할 때 선진지수 편입이 선택 아닌 필수라는 의견도 있다. 2018년 중국 A주가 MSCI 신흥지수에 편입되면서 한국 증시의 시장 비중 축소 우려가 계속됐기 때문이다.

증권사 리서치센터장 등을 지낸 김영익 서강대 경제대학원 교수는 “한국은 경제 규모가 선진국에 들어왔음에도 주가가 저평가됐는데 선진시장 편입 시 주가가 적정 수준을 찾아갈 수 있다”며 “외환보유고도 상당히 높은 수준으로 (외환시장을 개방해도) 환율 등이 큰 영향을 받지는 않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그는 또 “중국의 신흥지수 편입으로 한국의 비중은 장기적으로 축소될 수밖에 없는 만큼 선진시장으로 가서 수요를 늘릴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정부 개입 부작용 우려…“리스크 감수할 필요 있나”

선진지수 편입 자체가 MSCI와 ‘협상’을 벌여야 하는 문제인 만큼 더 많은 것을 내줄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한국 경제가 성장해 자연스럽게 수요가 늘면 선진지수에 편입할 수 있을 텐데 정부가 개입함으로써 민간업체인 MSCI의 요구 사항을 들어줘야 할 수도 있다는 이유에서다.



역외 원화 거래시장을 열어주는 것이 대표적이다. 한차례 외환위기를 겪은 아픔이 있는 한국이 통제 범위가 아닌 해외 외환거래를 허용할 수 있을지가 관건이다. 수요가 확실치 않은 해외에서 거래 시장을 열었을 때 부작용이 정부로서도 고민거리다.

자본시장연구원장을 역임했던 안동현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는 “역외에서 수요가 없어 거래량이 떨어지면 원화 가격 등락폭이 커지고 국내 시장 전이 효과가 나타날 수 있다”며 “수출 의존도가 높은 한국에서 환율 변동 영향이 커져 수출과 투자가 위축될 리스크를 질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한국거래소가 개발한 지수를 MSCI가 무료 또는 저렴하게 쓸 수 있을 지 여부도 관건이다. MSCI가 자체적으로 코스피200 등을 활용해 상장지수펀드(ETF) 같은 상품을 만들 경우 굳이 해외 투자자들이 국내 증시에 유입할 의미가 없어지기 때문이다. 이에 기재부는 MSCI가 선진지수 편입국에 지수사용권을 요청하고 있는지가 확인해봐야 할 사안이라며 현황 파악에 먼저 나서기로 했다.

정부는 공매도 전면 재개 입장을 밝혔지만 이른바 동학 개미들의 반발도 예상된다. MSCI는 최근 보고서에서 한국의 공매도 규제를 문제로 지목한 바 있다. 안 교수는 “외국인 투자가 많이 유입되면 그만큼 한꺼번에 빠질 가능성도 크단 의미도 있다”며 “리스크를 감안하면서까지 선진지수 편입을 추진해야 하는지 득실을 따져봐야 한다”고 제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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