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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희는 이 제품을 아이폰이라 부를 겁니다” 고(故) 스티브 잡스가 아이폰을 세계 시장에 첫선을 보인 순간이다.
최근 ‘디피(D.P.)’와 ‘오징어 게임’으로 국내는 물론 전 세계 시청자들을 사로잡은 넷플릭스(Netflix)를 보고 있노라면 애플의 행보가 떠오른다. 언뜻 ‘미국계 기업’이라는 것 말고는 공통점이 있나 싶지만 ‘시장을 개척한 선두주자’ ‘업계 패권을 차지하기 위한 경쟁을 이어가고 있다’는 측면에서 생각해보면 유사한 부분이 적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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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시만 해도 디즈니나 HBO 등 글로벌 콘텐츠 제작사들은 넷플릭스의 행보를 대수롭지 않게 여겼다. ‘우리가 일군 콘텐츠 경쟁력을 따라올 수 있겠느냐’는 자신감이 깔려 있었다. OTT(온라인동영상서비스)라는 플랫폼은 차치하더라도 ‘킬링 콘텐츠가 있느냐’하는 점에서 안도감을 느꼈을 수 있다.
넷플릭스의 등장 이후 미국에서는 시청하던 케이블 선을 끊고 넷플릭스를 본다는 의미인 ‘코드커팅(Cord-Cutting)’ 이라는 말이 심심찮게 쓰이기 시작했다. 현재도 미국 젊은 층 사이에서는 미식축구(NFL) 등과 같은 인기 스포츠를 제외하고는 본방 사수 대신 넷플릭스로 콘텐츠를 소비하는 게 하나의 흐름으로 굳었다고 한다. 예기치 못한 코로나19로 극장 방문에 제한이 온 것은 넷플릭스 입장에서는 ‘퀀텀 점프’ 구간이 됐다는 평가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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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제작 콘텐츠의 경쟁력과 흥행을 확인한 넷플릭스는 향후 국내 콘텐츠 투자 규모를 더 키울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한국투자증권에 따르면 올해 넷플릭스가 국내 콘텐츠 제작에 투자한 금액은 5500억원 수준이다. 거액이라 생각할 수 있지만 넷플릭스 연간 콘텐츠 예산의 2.8%에 불과한 수준이다. 오징어 게임의 글로벌 흥행에서도 짐작할 수 있듯이 예산이 더 늘어날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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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단 애플 사례 뿐만 아니라 여타 업종을 찾아봐도 ‘시장을 주도적으로 선점하고 있는 사업자’가 후발 주자에 완벽하게 뒤집힌 경우는 흔치 않다. 글로벌 전기차 시장에서의 테슬라나 국내 이커머스(전자상거래) 시장에서의 쿠팡 등을 봐도 그렇다. 더욱이 넷플릭스가 국내에 투자한 금액이 글로벌 흥행으로 돌아오기 시작한 점을 미뤄봤을 때 넷플릭스의 아성이 한 순간에 무너지진 않을 것이라는 분석에 힘이 실리고 있다.
오태완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넷플릭스는 장기적으로 모바일 게임 시장 진출, 웹툰 출시, 굿즈 판매 등 다양한 사업에 진출하며 지적재산권(IP) 가치를 높일 수 있다”며 “기존에 우려로 작용했던 구독자 순증 폭도 하반기에는 인기 콘텐츠가 연속으로 공개되며 다시 확대될 것이기 때문에 구독자 순증이 연말까지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OTT라는 새 산업의 패러다임을 열어젖힌 넷플릭스의 아성은 유지될 수 있을까. 본격적인 경쟁이 초읽기에 들어선 상황에서 애플의 뒤를 밟을 수 있을지 지켜볼 일이다. 이 과정에서 시청자들이 누릴 ‘재미난 콘텐츠 만끽하기’는 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