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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값 상승, 금융불균형의 원흉
6일 한은의 금융안정보고서에 따르면 금융취약성 지수는 올 1분기 58.9로 글로벌 금융위기였던 2008년 4분기(60.0)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금융취약성 지수는 금융위기와 같은 충격이 발생했을 경우 금융시스템이 얼마나 취약해질 수 있는지를 측정, 중장기적 시계에서 잠재 위험을 평가하는 지표다. 금융취약성 지수가 중요한 이유는 1997년 2분기 외환위기에 100, 2002년 4분기 신용카드 사태 때 69.3, 2008년 2분기 73.6으로 주요 위기 때마다 숫자가 커지며 경보음을 울렸기 때문이다.
올 1분기 금융취약성 지수를 끌어올린 가장 큰 원인은 가계부채 증가보단 집값 상승인 것으로 나타났다. 자산 가격 총지수는 91.7로 1997년 2분기(93.1), 2007년 3분기(100.0) 수준에 근접하고 있다. 특히 부동산 자산 가격 지수는 100으로 역대 최고 수준을 기록했다. 금융취약성 지수 및 세부 지표 등은 역사적 최고치를 100으로, 역사적 최저치를 0으로 지수화한다. 한은 관계자는 “부동산 가격은 소득 대비 주택 가격 비율(PIR), 주택 매매 가격 상승률, 중대형 상가 임대상승률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한 결과”라고 말했다.
서울 지역의 PIR은 1분기 기준 17.4배(KB국민은행 시세)로 역대 최고 수준을 기록했다. 월급 한 푼 안 쓰고 17년 4개월이나 모아야 서울에 집 한 채 마련할 수 있다는 얘기다. 1년전보다 무려 3년 5개월이나 더 늘어났다. 전국 주택 매매 가격 상승률은 5월 전월보다 0.70% 올랐고 수도권은 0.86% 올라 각각 2019년 9월, 8월 이후 월별 상승률이 꺾이지 않고 있다. 오피스와 상가 자본수익률(토지, 건물의 가격 변동을 반영한 자산 가격 상승률)은 1분기 각각 1.03%(전분기 대비), 0.80%를 기록했다. 지난 2년간 평균 수익률 0.7%, 0.5%보다 높은 수준이다. 주식 가격 지수도 1분기 52.4로 2008년 2분기(66.2)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을 보였으나 부동산 만큼은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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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계부채 규모가 3월말 1765조원으로 명목 국내총생산(GDP)의 104.7%에 달하지만 가계부채 위험도는 감소하고 있다. 1분기 신용축적 총지수는 30.3으로 1997년 4분기 100이나 2008년 4분기 73.5보다는 크게 낮은 수준을 기록했다. 이중 가계 부문은 68.4로 2018년 4분기 76.3을 기점으로 계속해서 하락하고 있다. 2002년 3분기 100, 2008년 4분기 84.7을 기록했던 것에 비해서도 낮은 편이다. 한은 관계자는 “금융자산 대비 금융부채 비율 하락, 주택담보대출 규제 강화 등에 가계부채 신용축적 지수는 점차 하락하나 기본적으로 50을 넘으면 높은 수준이라고 봐야 한다”고 밝혔다.
한은 기준금리 인상 기조의 가장 큰 근거가 금융불균형이고, 금융불균형을 촉발하는 원인이 집값 상승으로 조사된 만큼 금리를 올릴 경우 집값 상승세가 꺾일 지에 대해서도 관심이 쏠린다.
국토연구원 분석 결과 금리가 1%포인트 수준으로 상승할 경우 수도권 주택 가격은 연간 약 0.7% 하락하는 효과가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한은이 내년까지 기준금리를 최대 세 차례 올려 0.75%포인트 인상한다는 전망이 우세한데 이러한 기준금리 인상이 대출 금리에 그대로 반영된다면 수도권 주택 가격은 연간 약 0.5% 하락하게 된다. 5월 한 달에만 집값이 0.7% 올랐는데 연간으로 0.5% 하락한다는 것은 사실상 거의 영향이 없다는 얘기와 다름 없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는 “시장 원리에 안 맞는 정책(임대차 3법 등)을 시행하는 과정에서 주택 가격이 폭등하고 이에 따른 자금 조달로 부채가 급증했다”며 “주택 정책을 시장 원리에 맞게 회복하고 무리해서 (완만한 금리 인상을 통해) 부채를 일으키는 것을 제어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김진일 고려대 경제학과 교수는 “금리 자체만 갖고 집값을 잡는 것은 불가능하다”며 “총부채상환비율(DSR) 규제를 비롯한 거시건전성 정책 쪽도 같이 움직여 (집값 상승에 대한) 심리를 얼마나 바꾸느냐도 중요하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