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진솔의 전자사전]반도체인력양성 카드꺼낸 정부, 지금까진 어땠을까

향후 2년간 4800명 반도체 인재…업계 "몇 명에 집착말아야"
국내 반도체 학과, 실습시설없어 외부 교육 과정 이수하기도
미국·중국·TSMC, 인력 양성 총력…학교 세우거나 투트랙 양성
  • 등록 2021-04-17 오전 8:03:09

    수정 2021-04-17 오전 8:03:09

[이데일리 배진솔 기자] 미국이 자국 주도의 반도체 공급망 재편에 나서면서 반도체가 국가 안보 사안으로 떠오르자 위기를 의식한 우리 정부도 반도체 경쟁력 강화를 위한 인력 양성에 나선다고 합니다. 학사급, 석·박사급, 실무인력 등 맞춤형 인력양성 정책을 추진해 핵심 인재를 배출할 예정인데요. 그럼 지금까지 반도체 교육계에서 어떤 어려움을 겪고 있었는지 ‘배진솔의 전자사전’에서 알아보겠습니다.

삼성전자 직원이 온라인으로 치른 GSAT을 감독하는 모습(사진=삼성전자)
‘몇 명 배출’ 집착말고 ‘고급 인력’양성해야

정부는 지난 15일 ‘K-반도체 벨트 전략’을 통해 인력 양성에 팔을 걷어붙이겠다고 나섰습니다. 산업통상자원부는 향후 2년간 총 4800여명의 반도체 인력을 배출한다는 방침을 제시했는데요. 핵심 기술 연구개발(R&D)과 채용 유도 연계하는 민관 합동 프로젝트 추진 등으로 향후 10년간 3000여명의 석·박사급 인력을 배출할 계획입니다.

반도체 업계에서는 ‘몇 명 배출’에 집착하지말고 교육과 현장 간의 괴리를 줄여나가야한다고 말합니다. 특히 시스템반도체의 경우 이론뿐만 아니라 장비 노하우를 익히는 설계 능력이 중요한 만큼 경험 많은 교수진과 몇 백억에 달하는 장비 지원 또한 필요하다고 말했습니다.

실제로 반도체전자공학과를 나와 올해로 3년째 반도체 기업에서 근무 중인 신모씨(28)는 “학교에서 배웠던 이론이 실무에서 전혀 연계가 되지 않았다”며 “학교에선 전자회로 기기로 단순 실습을 했던 것이 전부다. 회사에 들어와서 다시 새롭게 배워 업무에 적용했다”고 말했습니다. 그는 “반도체 학과를 나온 주변 친구들이 학교에는 시설이 없어 외부에서 8주 과정, 12주 과정 등으로 진행하는 강좌를 방학 동안 따로 듣기도 한다”며 “자체 연구소를 갖고 있는 학교도 최신식 설비보단 연구나 학습 목적의 낡은 장비를 갖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반도체만을 전문적으로 가르치는 학교도 전무했습니다. 유일하게 단 하나 충청북도 음성군에 ‘충북반도체고등학교’가 있는데요. 이 학교에서는 반도체 분야 특수 직업 기초 능력 신장과 실습 교육 과정을 익힐 수 있도록 합니다.

다른 국가들은 어떨까요. 전 세계적으로 국가들 간 반도체의 중요성이 대두되자 지난해 중국에서는 중국 장쑤성 난징에 ‘난징반도체대학’을 처음으로 설립했습니다. 반도체 설계, 제조, 장비 등 전 영역에 거쳐 개발할 수 있는 인재를 육성하기 위해 장비를 활용한 커리큘럼을 개설했다고 합니다.

1987년에 설립된 TSMC가 34년 만에 전 세계 파운드리 시장점유율의 50%를 넘는 ‘절대 강자’로 떠오른 것도 인재 양성의 중요성을 미리 내다봤기 때문인데요. 류더인 TSMC회장은 대만 경제부에 체계적인 반도체 인재 양성을 줄기차게 요구하며 “산업 발전을 방해하는 가장 큰 장애물은 기술 장벽이 아닌 엔지니어와 전문가 집단 부족이다”, “대만에 더 큰 인재 풀을 만들기 위해 국가 R&D 예산을 늘려야 한다”며 반도체 인력의 중요성을 피력해왔습니다. TSMC는 지금도 R&D 인력과 현장 실무인력의 투트랙 양성으로 고급 인력을 양성하고 있습니다.

반도체 학과에서 종사하는 한 교수는 “우리는 미국, 대만, 일본 등보다 한발짝 늦은 감이 있다. 진작했어야한다”며 “지금이라도 학교에서 다양한 시설을 갖출 수 있도록 산업계에서 돕고, 퇴임한 반도체 업계 임원들이 교수자원으로 쓸 수 있도록 교육계에서 도와야한다”고 말합니다.

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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