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데일리 이영훈 기자]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의 장기화로 이스타항공이 국제선에 이어 국내선 운항도 중단하기로 결정한 가운데 23일 서울 강서구 김포공항 국내선 청사 이스타항공 발권 창구에서 관계자들이 업무를 보고 있다.
이스타항공은 24일부터 다음 달 25일까지 한 달 동안 김포와 청주, 군산에서 출발하는 제주노선의 운항을 중단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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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이소현 송승현 기자] 국내 항공업계에 대규모 실업 위기가 닥쳤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한국발(發) 입국제한 국가가 176개국을 넘어선 가운데 국적항공사 모두 강제적으로 영업을 중단하고 일시 휴업에 나섰다.
대한항공(003490)은 오는 29일부터 시작하는 하계 운항 계획을 대폭 축소한다고 23일 밝혔다. 운항노선은 19개로 전년(121개) 대비 84%, 운항편수는 주92회로 전년(주961편)대비 90% 급감했다. 미국 하와이도 여행 제한 조치를 시작해 주4회에서 주3회로 줄였고, 중국 베이징도 국제선 방역조치로 26년 만에 막히자 주4회 운항계획을 철회했다. 현재 보유 여객기 145대 중 100여대가 놀고 있는데 더욱 늘어날 전망이다. 우기홍 대한항공 사장은 “회사 역사상 가장 어려웠던 IMF 경제위기보다 더 심각하다”고 토로했다.
국적 저비용항공사(LCC)는 사실상 ‘셧다운’ 상태다. 이스타항공은 국적사 중 처음으로 24일부터 국제선에 이어 국내선까지 모든 노선 운항을 한 달간 중단하고 휴업에 들어갔다.
티웨이항공(091810), 에어부산, 에어서울, 플라이강원도 국제선 운항을 전면 중단했다. 제주항공과 진에어만 각각 일본(도쿄·오사카)과 동남아(세부·조호르바) 2개 노선을 겨우 운영하고 있다.
하늘길이 막히자 휴직은 일상이 됐다. 대한항공을 제외한 국내 8개 항공사는 일제히 유·무급휴직에 돌입했다. 아시아나항공은 전 직원을 대상으로 3개월간 10일 이상 무급휴직에 나섰다. 직원 33%가 쉬고 있는 셈. 급여는 30% 삭감했다. 국내 저비용항공사(LCC)의 휴직 비율은 더욱 높다. 국적 LCC 1위 제주항공은 50%, 티웨이항공은 53%, 진에어는 20%이다. 상대적으로 규모가 작은 LCC의 사정은 더욱 심각하다. 에어부산은 70%, 에어서울은 90%에 달한다. 무급휴직에 들어간 아시아나항공 한 직원은 “직원 모두가 지금의 상황을 매우 심각한 위기상황으로 인식하고 있다”며 “회사의 생존을 위해서는 고통분담이 불가피하다는 공감대가 형성돼 있지만 무급휴직이 더 길어질까 걱정”이라고 말했다.
국내 항공업계는 휴직이 2개월 이상 지속하면 인력 구조조정으로 이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항공산업의 관광 및 여행으로 파급효과를 생각하면 34만여명의 대규모 실업 위기도 우려된다. 항공일자리 포털에 따르면 항공사업법에 의한 항공업 종사자는 7만8581명이다. 관광업계 종사자는 한국문화관광연구원이 발표한 ‘2018년 관광사업체 업종별 종사자 수 추이’를 살펴보면 26만5761명이다. 국제노동기구(ILO)는 코로나19 여파로 전 세계에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때(2200만명)보다 많은 실업자(2500만명)가 발생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항공협회는 국적항공사의 올 상반기 매출 피해가 최소 6조3000억원을 넘어설 것으로 전망했다. 항공업계 관계자는 “작년 한·일 갈등 사태로 적자경영을 한 국내 항공사들이 코로나19가 전 세계로 확산해 마비상태”라며 “승객 수가 90% 이상 줄었는데 이 상태가 2개월 이상 지속한다면 운영비조차 감당할 수 없어 도산할 지경”이라고 말했다.
| 지난 20일 찾은 인천국제공항 제1여객터미널에 승객 발길이 뚝 끊겨 한산한 모습이다.(사진=송승현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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