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들 "제2 경제전쟁 번지나" 초긴장

일본행 항공편 46→3개로 급감
항공·여행업계 부활 희망 사라져
日수출 의존 큰 중소기업 직격탄
현지 마케팅·출장 일정 전면 재검토
  • 등록 2020-03-09 오전 5:00:00

    수정 2020-03-09 오전 5:00:00

한일 하늘길이 9일 0시부터 닫히면서 8일 서울 김포국제공항 출국장 일본항공사 카운터에는 출국을 앞당기려는 승객들이 앞다퉈 탑승 수속을 밟느라 붐볐다. 아시아개발은행(ADB)이 코로나19 확산으로 최악의 경우 한국의 국내총생산(GDP)이 165억3천100만 달러(약 19조7천억원) 줄어들 것으로 경고한 가운데 기업들은 3위 교역국인 일본과 무역이 정상화되도록 정부가 외교적으로 풀어줘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이데일리 방인권 기자]


[이데일리 이승현 권오석 강경록 기자] 일본 수출 비중이 높은 미용 의료기기 제조업체 A사는 일본 현지에서 열리는 학술총회와 같은 행사에 참석해 제품을 소개하는 식으로 마케팅 활동을 벌이고 있다. 하지만 이번에 일본의 한국인 입국 제한 조치로 사업에 적잖은 타격을 입게 생겼다.

일본 반도체기업에 반도체 설계자산 지적재산권(IP)을 수출하는 B사도 이번 조치로 일본 시장 확대 움직임에 제동이 걸렸다. 제품이 아닌 기술을 판매하는 사업이라 일본 기업인들을 직접 만나 설명하는 방법이 효과적이었는데 당분간 거래처 확대를 하지 못하게 됐다.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인해 교역 3위 국가인 일본과의 하늘길이 닫히면서 우리 경제에 적신호가 들어왔다. 당장 오늘(9일)부터 일본으로 가는 항공편이 대폭 줄어든다. 하지만 일본에 가서도 2주간 격리가 돼야 하기 때문에 사실상 입국이 금지된 것과 마찬가지다. 지난해에 이어 올해 역시 일본과의 교역 규모가 크게 줄어들 것으로 우려되는 가운데, 특히 수출 중소기업들의 피해가 커질 조짐이다.

8일 산업계에 따르면 일본의 한국발 입국자에 대한 입국 제한 조치로 인해 당장 항공과 여행업계가 직격탄을 맞게 됐다.

국내 항공사들은 그나마 남아 있던 일본 노선을 당분간 접게 됐다. 일본 수출 규제 조치에 따른 일본 불매운동인 ‘노재팬’으로 인해 상당수의 노선이 이미 닫혔다. 인천공항공사에 따르면 올 2월 한일간 항공기 운항편수는 4876편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6353편)에 비해 23.2%가 급감했다. 여기에 이번 일본의 입국 제한 조치까지 나오면서 항공업계는 설상가상의 상황을 맞게 됐다. 9일부터 대한항공과 제주항공을 제외한 나머지 항공사들은 일본 노선을 운항 중단한다.

피해가 큰 것은 여행업계 역시 마찬가지다. 지난해 ‘노 재팬’ 영향으로 대폭 줄었던 일본 여행객이 지난해 말부터 조금씩 회복세를 보이고 있었으나 코로나19로 인해 작은 불씨마저 꺼져버렸다. 더욱 큰 문제는 한국을 찾는 인바운드 시장이다. 국내 여행 시장의 약 20%를 차지하는 일본인 관광객의 입국도 급감할 것으로 예상되면서 여행업계는 충격에 빠졌다.

일본과의 교역 비중이 높은 기업들에게 출장과 행사 등 교류의 기회가 막혀버린 것도 사업의 위축을 초래할 것으로 보인다. 그나마 대기업들은 현지 주재원을 두고 있고, 화상회의 등 온라인 업무 시스템을 갖추고 있어 피해가 덜하다. 문제는 이런 시스템이 없는 중소기업들이다. 일본 거래기업과의 회의 등이 줄줄이 취소되고 홍보의 기회인 박람회 참가 등이 막히면서 수출 전선에 비상등이 켜졌다.

더 큰 문제는 이번 사태가 장기화되는 것이다. 업계 관계자는 “일본 수출 규제 여파가 끝나지 않은 상황에서 양국의 입국 제한 조치까지 겹치면서 일본 비즈니스는 사실상 끝난 것으로 봐야 한다”며 “입국 제한 조치가 단기간으로 끝난다면 그나마 버틸 수 있겠지만 장기화될 경우 저비용항공사(LCC)와 중소여행사는 줄도산이 이어질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한편, 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대일 수출액은 284억달러로 전년대비 6.9% 감소했고, 수입액은 476억달러로 12.9%나 줄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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