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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일 ‘제16회 평창 대관령음악제’가 열리는 강원도 평창 알펜시아리조트에서 만난 피아니스트 김선욱(31·사진). 한 시간 가량 진행된 인터뷰 내내 차분하게 얘기를 이어가던 그는 내달 열리는 내한공연의 묻자 목소리의 톤이 높아졌다. 눈을 반짝거리며 얘기하는 모습이 마치 소풍을 앞두고 설레어 하는 소년 같다.
한국이 낳은 세계적 지휘자 정명훈, 그리고 오케스트라의 ‘살아 있는 역사’로 불리는 드레스덴 슈타츠카펠레와 함께 서는 무대. 김선욱의 머릿속은 이미 ‘행복한 부담감’으로 가득해 보였다. 어릴 적 ‘우상’이자 ‘영웅’인 정명훈과 4년 여 만에 재회한다는 생각에 긍정의 아드레날린이 샘 솟는 듯 하다. 2007년 라디오 프랑스 필하모닉 내한공연 이후 벌써 20회 이상 정명훈과 호흡을 맞췄지만, 늘 새롭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471년 전통의 ‘드레스덴 슈타츠카펠레’는 브람스와 베토벤의 진수를 들려줄 세계 최고 수준의 오케스트라다. 클래식 마니아들 사이에서 강렬한 카타르시스를 선사할 ‘환상의 진용’이란 평가가 나오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김선욱은 “독주 리사이틀이 연주자와 청중이 직접 교류하는 데 의미가 있다면, 협연은 청각적 만족감을 극대화 한다”라며 “음악에 대한 갈증, 갈망을 해소시켜 줄 굉장히 특별한 협연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들은 9월 27일 저녁 8시 세종문화회관 대극장에서 첫 공연을 가진 뒤, 이틀 뒤인 29일 저녁 5시 예술의전당으로 자리를 옮겨 관객들을 한 차례 더 만난다. 두 공연의 프로그램은 다소 상이하다. 세종문화회관에서는 베토벤 피아노 협주곡 5번과 브람스 교향곡 2번을, 예술의전당에서는 브람스 피아노 협주곡 1번, 브람스 교향곡 4번을 연주한다.
김선욱은 2019/20시즌 드레스덴 슈타츠카펠레와 협연 후 키릴 카라비츠가 지휘하는 시카고 심포니의 데뷔 연주를 갖는다. 미국의 대표 교향악단인 시카고 심포니가 피아니스트와 협연하는 건 이번이 처음이다. 이어 영국 본머스 심포니와 지휘자로서 데뷔 무대를 치른 뒤에는 버밍엄 심포니, 이탈리아 베네토 파도바 오케스트라, 노르웨이 크리스티안산 심포니, 스페인 발레아레스 심포니 오케스트라 등과 협연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