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소기업 싫다"는 韓청년들, 日중소기업에는 취업하는 이유

日중소기업 신입사원 초임 대기업 90% 넘어서
노벨상 수상자들 배출하는 등 강소기업 넘쳐나
일본 중소기업 신입 채용후 훈련·육성후 활용해
  • 등록 2019-03-08 오전 5:30:43

    수정 2019-03-08 오전 7:36:08

[그래픽=이미지투데이 제공]
[이데일리 정다슬 기자] “중소기업이어도 상관없어요.”

모 인터넷 카페에 서울에 있는 4년제 대학(경영학과)을 졸업생이 일본 취업 상담을 하면서 쓴 내용이다. 최악 취업난의 이유 중 하나로 청년들이 대기업·공기업만 바라보며 눈높이를 낮추지 않는다는 지적이 많다. 실제로도 지방 중소기업들은 구인난에 허덕이는 경우가 적지 않다.

그러나 정작 일본에 취업하려는 청년들은 대기업이 아니어도 괜찮다고 입을 모은다. 왜 ‘중소기업=나쁜 일자리’이라는 공식이 일본에서는 통하지 않는 것일까.

日중소기업 초임 대기업 90% 상회

일본 후생노동성의 자료에 따르면 일본의 중소기업 임금은 지난 20년간 대기업 임금의 80% 수준을 꾸준히 유지했다. 대졸 초임의 경우는 그 격차가 더 적어 중소기업의 초임은 대기업 초임의 90%를 소폭 상회하는 수준이다.

반면 한국의 50인 미만 기업체의 평균 임금(238만원)은 300인 이상 기업체 근로자(432만원)의 55%에 불과하다. 대졸 신규 취업자를 기준으로 2015년 중소기업 정규직 초임 평균은 2532만원으로 대기업 정규직 초임 평균(4075만원)의 62%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의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 임금 격차는 지난 수년간 꾸준히 확대됐다.

2010년부터 2015년 동안 한국과 일본의 평균 임금 상승률을 살펴보면 한국은 500인 이상 기업의 평균 임금이 일본보다 20.7%포인트 오른 반면 일본은 100~499인 기업이 한국보다 3.2%포인트 더 올랐다.

특히 최근 일본 중소기업은 저출산·고령화에 따른 만성적인 구인난 탓에 임금을 계속 인상했다. 대기업에 인재를 빼앗길 수 없다는 절박감 때문이다.

기계·금속 관련 중소제조사를 중심으로 구성된 산업노동조합(JAM)의 야스코우치 카타히로 회장은 “역사적인 일손 부족으로 중소기업은 이를 악물고 임금을 인상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일본정부도 임금을 인상하는 기업들의 세 부담을 줄여주는 ‘임금 인상 세제’로 중소기업들을 지원하고 있다.

[이데일리 문승용 기자]
◇韓 중소기업=하청업체 Vs 日중소기업=강소기업

일본 내 구직자들도 중소기업 취업에 대한 인식이 나쁘지 않다. 지난해 4월 일본의 대표적인 취업정보 사이트 마이나비가 2019년 졸업 예정인 대학생들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보람이 있다면 중견·중소기업이어도 좋다’(35.2%)와 ‘중견·중소기업이 좋다’(6.2%)는 응답이 절반에 달한다.

이처럼 일본 중소기업에 대한 긍정적인 이미지 역시 한국 청년들이 일본 중소기업 취업을 기피하지 않는 중요한 원인이다.

대부분 대기업 하청업체에 머물러 있는 우리나라 중소기업과 달리 일본은 세계시장을 무대로 뛰는 강소기업들이 적지 않다. 2002년 노벨화학상을 수상한 다나카 고이치 씨, 2014년 노벨 물리학상 수상자인 나카무라 슈지 교수 모두 중소기업 출신이다.

취업의 문이 넓다는 점도 중요한 이유다. 아직 ‘평생직장’ 개념이 남아 있는 일본 기업은 신입 사원을 뽑아 자신의 기업에 맞게 육성하는 문화가 남아 있는 반면 한국기업은 즉시 활용할 수 있는 경력자를 선호한다.

특히 사회 초년생을 뽑아 처음부터 교육시킬 여력이 떨어지는 중소기업은 대기업보다 이같은 성향이 두드러진다. 취업정보 사이트 잡코리아가 중소기업 272곳의 인사담당자를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에서는 응답자의 84.6%(복수응답)가 신입 채용시 중요하게 보는 것으로 ‘동종업계 근무 경험’을 꼽았다.

일본 중소기업에 합격해 올해 8월부터 도쿄에서 회사생활을 시작하는 박은호(가명·29) 씨는 “면접관이 ‘당장 성과를 내기보다는 반년 이상 경험과 자신감을 쌓으며 우리 회사에 맞는 인재로 성장해주길 바란다’고 말해 감동했다”고 말했다.

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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