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화폐 2.0]`없어서 못파는` 포항·화천·양구…모바일로 활용도 높인다

한해 1000억 발행…없어서 못파는 포항市의 성공요건
구입·환전 자유롭게…경제적 유인 활용 자발적 참여↑
조폐公, 모바일 공동플랫폼 구축中…활용도 확대 기대
  • 등록 2019-01-15 오전 6:11:00

    수정 2019-01-15 오전 6:59:54



[이데일리 송이라 기자] “지역화폐는 쓰는 사람과 받는 사람 모두가 불편함을 느끼지 않도록 초기 환경을 만들어야 합니다. 무엇보다 중요한 건 `이걸 써야 우리 동네가 살아난다`는 공동체 정신입니다. 이런 정신이 작동해야 비로소 지속 가능한 지역화폐로서 기능할 수 있게 됩니다.”

소상공인을 지원하고 지역경제를 활성화시키기 위해 지방자치단체들이 특정 지역에서만 결제가 가능한 지역화폐 발행을 대거 늘리고 있다. 대부분 특정 지역 이름을 따 `XX사랑상품권`으로 부른다. 지난해 66개 지자체에서 발행한 데 이어 올해 100개 지자체에서 이같은 지역사랑상품권 발행을 준비하고 있다. 이미 경제적 효과가 입증되고 있는 만큼 지역화폐 발행 증가가 지역경제를 살리는 역할을 해낼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다만 실질적인 지역화폐 기능을 지닌 수단으로 정착하기 위해서는 공동체 정신을 바탕으로 시장경제 원리에 맡겨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인구 51만 포항市, 한 해 발행만 1000억…독보적 1위

14일 행정안전부에 따르면 고향사랑상품권 발행 총액은 2015년 890억원, 2016년 1130억원, 2017년 3170억원, 지난해 3710억원으로 3년새 4배 이상 급증했다. 올해에는 정부가 최저임금 인상 등 경제적으로 어려워진 소상공인들을 실질적으로 지원하기 위해 2조원까지 발행을 늘리기로 하면서 고향사랑상품권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지자체별로 발행실적은 천차만별이다. 대부분 지역이 한 해 50억원 이하로 발행했고 전남 함평군이나 경북 성주군 등 일부 지역은 2017년 20억여원을 발행한 후 지난해에는 아예 발행하지 않기도 했다.

대표적 성공사례로 꼽히는 곳은 포항시다. 포항시는 지난해 지역사랑상품권을 발행한 66개 기초 지자체 가운데 독보적인 1위로 1000억원 어치를 발행했다. 전북 군산시가 710억원으로 2위에 올랐고 경기 성남시가 305억원으로 뒤를 이었다. 고용위기지역인 군산은 중앙부처로부터 국비 지원을 받았고 성남은 인구 95만명으로 포항의 2배에 달한다는 점을 고려하면 포항시 실적은 여타 지자체와 비교할 때 월등히 앞선 셈이다.

이처럼 지난 2017년 도입 후 갓 2년이 지난 포항사랑상품권이 빠른 속도로 자리잡은 요인은 상품권을 사고 팔기 쉬운 환경 조성과 경제적 유인, 적극적인 홍보였다. 조희룡 포항시 지역경제과 팀장은 “주민과 소상공인 모두가 쉽게 상품권을 사고 팔 수 있도록 시(市) 내 160여개 금융회사를 모두 판매기관으로 등록했다”며 “현금보다 불편할 수 밖에 없는 상품권 특성상 주민들에게는 5~10% 할인율을 제공하고 상인들에게는 수수료 부담 있는 신용카드를 받는 것보다 상품권이 더 유리하다고 안내했다”고 설명했다.

홍보를 위해 지자체 공무원들은 병원, 약국, 음식점, 가구점 등 대상 가맹점 한 곳 한 곳을 찾아다녔고 시민 200명 이상 모이는 장소라면 무조건 가서 포항사랑상품권의 존재를 알렸다. 반면 초기 활성화를 위해 많은 지자체가 사용하는 방법인 공무원 복지포인트의 상품권 지급이나 포항시 소재 대기업 강제할당 등의 방법은 지양했다. 빠른 시일 내 눈에 보이는 효과가 나타나는 방법이지만 시장경제 논리에 반하는 판매할당 등의 방법은 오래갈 수 없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시작한지 4개월여가 지나자 처음에는 귀찮아하던 사람들도 경제적으로 이득이 되는 걸 안 후에는 자발적으로 구입했고 소상공인 역시 제발로 찾아와 가맹점 신청을 했다. 그 결과 현재 대상이 되는 포항 시내 상점 10곳 중 8곳에서 포항사랑상품권을 현금처럼 유통 중이며 52만 포항시민 중 상품권 구입연령인 38만9000명의 약 30%가 한 번 이상 사용한 적이 있다고 응답했다. 지난해 판매물량은 9월에 동이 나 상품권이 없어서 못 사는 상황까지 벌어졌다.

포항시뿐 아니라 경남 산청군과 강원 양구군 등 경제적 효과가 증명된 다른 지자체들은 모두 한 목소리로 공동체 의식을 가장 중요한 성공요인으로 꼽았다. 조 팀장은 “적극적 홍보와 경제적 유인을 통해 초기 시장을 안착한 이후에는 주민 스스로가 자발적인 의지를 갖고 꾸준히 사용을 해야 지속 가능하다”고 강조했다.

전대욱 한국지방행정연구원 박사도 “상품권 가격을 할인하는 등 경제적 유인으로 초기시장에 진입에 성공했다면 그 이후는 `우리가 남이가`라는 지역 구성원들의 자발적 참여가 가장 중요하다”며 “정부가 광역단위가 아닌 기초 시·군·구 단위의 지역화폐 발행을 권장하는 것도 소규모 커뮤니티 내에서 공동체 정신이 더 잘 작동해 이른바 상품권 깡과 같은 부작용도 덜 나타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마포 일대에서 쓰이는 지역화폐인 `모아` 발행기관인 마포경제공동체네트워크 윤성일 대표도 “지역화폐가 민간경제를 풍부하게 하고 지자체장 교체기에도 단절되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는 지자체 주도의 지역화폐가 민간 공동체의 흐름과 함께 가는 게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모바일 시장 구축…시·공간 초월, 외지인 사용 기대감↑

아울러 정부는 연내 블록체인 기반의 모바일 지역사랑상품권 도입을 통해 지역화폐 활성화를 적극 지원하겠다는 입장이다. 현재 행안부는 한국조폐공사와 손잡고 180억원을 투자해 공동 플랫폼을 구축하고 있고 다음달중 우선 경기도 시흥시를 시험대(테스트배드)로 삼아 시범사업을 시작한다. 하반기가 시작되는 7월부터는 전국 지자체를 대상으로 확대 운영할 계획이다.

모바일상품권이 도입되면 시·공간적 여러 제약이 있는 종이상품권과는 달리 전국의 소비자가 언제 어디서나 특정 지역의 모바일상품권을 구매해 이용할 수 있어 지역 입장에서는 외지인으로부터의 수입을 기대할 수 있다. 또 지자체별로 운영 중인 각종 지역특산물과 쇼핑몰, 사회적 기업 등 다양한 분야와 연계해 모바일 고향사랑상품권을 결제수단으로 사용할 수 있게 되면 온라인 판매도 늘어날 것이란 설명이다.

행안부 한 관계자는 “예컨대 서울에서 제주감귤이 먹고 싶다면 모바일로 제주사랑상품권을 할인된 가격에 구매해 직접 주문할 수도 있을 것”이라며 “꼭 지자체가 발행한 상품권이 아니더라도 개별 상인회나 단체에서 상품권을 발행할 수 있고 모바일 시장이 활성화되면 무궁무진한 비즈니스 모델이 가능해 지역경제 활성화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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