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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제철의 적수(敵手)가 기존 철강업체는 아니라는 권태우 현대제철 기술연구소 응용기술개발팀장의 말에는 자신감이 묻어났다. 이유는 이랬다. 권태우 응용기술개발팀장은 “향후 철강 산업은 글로벌 통상 압박과 사회기반시설(SOC) 등의 한계성에 따라 미래차 강판 시장에서 결국 우위 경쟁을 할 수밖에 없다”면서 “전체 자동차 시장에 대한 이해도가 높아야 하는 만큼 경쟁사는 완성차업체라고 할 수 있다”고 귀띔했다.
당진제철소 내 위치한 기술연구소는 현대제철의 ‘브레인’(두뇌)들이 모인 곳이다. 2007년 설립된 이곳은 상주 연구소 직원만 600여명에 달한다. 프로젝트에 따라 현대·기아차 연구진을 파견해 연구개발 단계부터 머리를 맞대기도 한다.
현재 연구동과 압연시험동, 제선시험동, 통합개발센터 등 총 4개 동으로 구성됐다. 2011년 문을 연 통합개발센터는 자동차 강판에 대한 수요가 늘면서 400억원을 투자해 2017년 증축공사를 완료했다. 차량용 강판에 대한 새로운 응용기술 연구와 함께 기존 제품의 성능 검증 및 부품사와의 공동연구 등을 진행 중이다.
이의 일환으로 현대제철은 2015년부터 ‘애플리케이션 엔지니어링’ 전략을 추진중이다. 그는 “소재 공급뿐 아니라, 기획·설계단계부터 생산·판매 및 향후 관리까지 고객이 필요한 input-output을 밀착 대응하는 마케팅 전략”이라면서 “브랜드, 부품별 요구하는 특징이 다 다르기 때문에 데이터부터 시뮬레이션을 제공하는 방식으로 고객사를 확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구글 알파고의 기계학습 기반인 딥러닝 알고리즘을 응용해 차세대 강판 성분 배합 설계를 도입해낸 것도 기술연구소의 결과물이다. 공정 조건과 성분 세분화 작업을 거쳐 모든 경우를 사람의 손으로 계산하려면 이론적으로 8834년이 걸리는 반면, AI 알고리즘으로는 10일만에 최적의 성분 설계안을 도출할 수 있어 같은 생산비용 대비 기존 제품보다 강판 성능을 40%가량 향상시킬 수 있다는 설명이다.
권태우 팀장은 “첫 고로를 가동한지 3년만인 2013년 자동차제조에 필요한 전체 강종 개발(81종)을 완료한 것도 전 세계에서 유례를 찾아보기 힘든 성과였다”며 “이 같은 정확한 연구개발 목표와 엔지니어들의 몰입도, 그간의 현대제철의 경험을 토대로 3세대 강판 시장도 선점하겠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