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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가지 일정 중 어느 하나만 제외됐더라도 친기업 또는 친노동 시비가 불거질 수밖에 없는 사안이었다. 더구나 문 대통령은 역대 대통령 중 가장 노동친화적인 대통령이다. 이른바 ‘비즈니스 프렌들리’를 외치며 분수효과를 강조했던 이명박 전 대통령과는 대척점에 서있다고 볼 수 있다. 지난 5월 1일 노동절 메시지에서 “노동은 숭고하다. 일하는 사람들에 의해 대한민국은 여기까지 왔다”며 “노동존중 사회를 위한 정부의 노력은 지속될 것”이라고 강조한 게 대표적이다.
인도순방 전부터 관심모은 이재용과의 만남 “일자리 더 많이 만들어달라” 당부
문 대통령은 예정에 없이 이 부회장을 5분간 만나 “인도가 고속 경제성장을 계속하는데 삼성이 큰 역할을 해줘 고맙다”며 “한국에서도 더 많이 투자하고 일자리를 더 많이 만들어 주기를 바란다”고 당부했다. 심각해진 국내 고용상황을 감안해 투자확대와 고용창출을 주문한 것이다. 이 부회장은 이에 “멀리까지 찾아주셔서 여기 직원들에게 큰 힘이 됐다. 감사하고 더 열심히 노력하겠다”고 화답했다. 이는 정치적 해석과 관계없이 일자리 창출을 위해재계와의 관계회복에 나서겠다는 전략적 행보의 일환으로 볼 수 있다. 기업의 대규모 투자 없이는 이른바 일자리 대통령의 실현이 불가능하다는 현식인식을 담은 것으로 풀이된다. 집권 2기 경제성과에 대한 중요성이 커지면서 적폐청산과 경제민주화 과정에서 다소 불편해진 재계와의 협력관계 복원이라는 새로운 관계 설정에 나섰다는 관측이다.
해외순방서 개업기업 노사문제까지 언급, 노동계와의 약속 지킨 文대통령
해외순방에 나선 대통령이 개별기업의 노사문제를 언급하는 건 다소 이례적이다. 문 대통령으로서는 노동계의 요구사항에 약속을 지킨 것이다. 앞서 문 대통령은 지난 3일 문화역서울 284(옛 서울역사)에서 열린 ‘3·1운동 및 임시정부 수립 100주년 기념사업 추진위원회’ 출범식에 앞서 김명환 민주노총 위원장을 비공개로 만난 자리에서 쌍용차 해고자 복직 문제 건의에 “쌍용차 상황을 잘 알고 있다. 인도 방문이 예정돼 있는데 노력하겠다”고 말한 바 있다. 문 대통령의 이러한 행보는 노동계의 불만을 달래고 우군화하기 위한 전략으로 풀이된다. 특히 최저임금 문제를 놓고 사용자 측은 “너무 많다”, 노동자 측은 “여전히 부족하다”고 반발이 지속되는 상황에서 노동계마저 정권에 등을 돌릴 경우 향후 경제정책 운용이 쉽지 않기 때문이다. 문 대통령이 이와 관련, “서로 의견이 다른 점이 있어도 대화는 계속 이루어져야 한다”며 “정부의 노동존중 정책 방향에 흔들림이 없다는 것을 알아달라. 한국사회 전체를 봐주기를 바란다”고 노동계의 협조를 강조해온 것도 이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