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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23일 서울 관악구 청룡동 한국공인중개사협회 회관에서 만난 황기현 한국공인중개사협회 회장은 최근 정부의 부동산시장 단속의 칼날이 공인중개사를 향하는 것에 대해 날선 비판을 가했다. 그러면서 부동산 문제를 풀기 위해서는 공인중개사의 전문적인 영역을 인정해주고 서로 협력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무자격으로 중개하는 이들이 더 문제”
정부가 집값을 잡기 위해 전방위로 시장을 옥죄고 있는 가운데 공인중개사들도 직접적인 타깃이 되고 있다. 정부는 특별사법경찰을 투입해 부동산 불법거래가 의심되는 공인중개사 단속에 나섰고, 부동산 정보사이트에 허위매물이나 과장광고를 올리는 공인중개사에 대해서는 등록 취소 등의 제재를 가할 방침이다.
황 회장은 “정부의 인위적인 규제가 집값 상승을 부른 것인데 공인중개사가 부동산 문제의 주범인 것처럼 취급하는 것은 잘못됐다”며 “부동산 거래계약서에 기재가 일부 누락됐다해도 권리 득실이 없는데 한번 걸리면 400만원 벌금이나 6개월 영업정지 처분을 가하니 (중개업소들이) 문 닫고 숨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허위매물 문제도 정부가 더 심각한 부분은 보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한다. 공인중개사로 등록되지 않은 이들이 중개업무를 하는 불법 중개사들이 오히려 더 미끼 상품이나 허위매물을 활용한다는 것이다. 황 회장은 “협회 각 지회와 분회에서 허위매물을 올리면 삭제 조치하고 세 번 걸리면 퇴출하는 삼진아웃제를 적용하고 있다”며 “이보다는 호객 행위가 절대적으로 필요한 무자격증 중개업자들이 문제인데 정부의 규제 타깃이 잘못됐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자생력 높이자”…협회 플랫폼 ‘한방’ 정착에 힘쓸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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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현실은 중개업무에 대한 폄훼가 심한 편이다. 트러스트부동산 문제는 법정에서 해결됐지만 집주인에게만 수수료를 받는 ‘집토스’, 거래액에 상관없이 0.3%의 수수료만 받는 ‘부동산 다이어트’, ‘직방’이나 ‘다방’ 등 직거래 서비스가 등장하는 것도 결국 공인중개사의 전문성을 인정하지 않기 때문이라는 게 황 회장의 판단이다.
최근에는 네이버와 우수중개사서비스 제도를 두고 충돌하기도 했다. 네이버가 확인매물을 많이 올리는 공인중개사에게 ‘우수중개사’ 마크를 달아주는 서비스를 시작하자 협회 측에서는 ‘줄세우기’라며 반발했다.
협회는 한방으로 중개가 이뤄지면 실거래 신고, 확정일자, 세무, 등기까지 원스톱으로 가능하도록 할 방침이다. 황 회장은 올해를 ‘한방 원년의 해’로 만들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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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 회장은 공인중개사가 너무 많다고 보고 있다. 공인중개사 자격증 시험이 일정 점수 이상이면 합격증을 주는 절대평가 방식이다 보니 매년 합격자가 늘어나는 추세다. 지난해 합격자는 2만 3698명으로 13년 만에 최대를 기록했다. 공인중개사 자격증 보유자만 40만명을 돌파했다. 이 중 개업 공인중개사는 10만명이 조금 넘는다.
1년에 공인중개사 자격증을 따는 사람이 2만~3만명에 달하는데 1만 5000~2만명의 공인중개사는 폐업하는 실정이다. 이 때문에 그는 공인중개사 자격시험을 좀 더 까다롭게 바꿔야 한다고 강조한다.
황 회장은 “한 해 공인중개사 배출 인원이 3000명 안팎으로 조절돼야 한다”며 “과당 경쟁은 중개서비스 질 저하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에 공인중개사 1명당 130가구 수준을 300가구로 늘려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