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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가 2일 오후 서울 강남·서초·송파세무서에 ‘종교인 과세 관련해 문의 전화가 있었는지’ 묻자, 세 곳 관계자들 모두 “문의 전화를 받은 게 없다”고 말했다. 서초세무서 관계자는 “작년에는 ‘종교활동비 비과세 항목 관련해 자신들 입장이 반영 안 됐다’는 개신교 측 민원 전화가 있었지만, 최근엔 이런 전화가 없다”고 전했다.
앞서 기획재정부와 국세청은 올해부터 본청, 각 지방청, 전국 세무서에 종교인 과세 관련 상담직원 107명을 배치했다. 강남·서초·송파세무서는 올해부터 강남 3구에 위치한 대형교회를 상대로 과세 업무에 착수했다. 하지만 종교인 과세 업무가 시작된 2일 이들 세무서에는 종교인 과세 관련 문의조차 없었다. “(2년 유예 없이 2018년에 시행하면) 불 보듯 각종 갈등, 마찰이 일어날 것”이라고 했던 김진표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개신교 측 예측이 엇나간 셈이다.
이에 대해 기재부 관계자는 “최종 신고 시한이 내년이기 때문”이라고 풀이했다. 예를 들어 강남의 A교회 목사는 1월 소득에 대해 내달 10일까지 신고를 해야 한다. A교회가 반기별 납부 신청을 할 경우 7월10일까지 신고 기한이 늦춰진다. 만약 이 같은 원천징수 방식을 채택하지 않기로 하면 A교회는 내년 3월10일까지 종교인 소득 관련 지급명세서를 관할 세무서에 제출하면 된다. 해당 목사의 경우 내년 5월10일까지 종합소득세 과세표준확정신고를 하면 된다.
반면 학계에선 ‘누더기 시행령’ 때문에 조용한 분위기라는 입장이다. 홍기용 인천대 경영학부 교수는 “종교활동비에 무제한 비과세가 가능하도록 특혜를 주다 보니 종교인들이 민원을 낼 정도의 걱정이 없어지게 된 것”이라며 “정치인들과 개신교 측에서 ‘과세행정의 준비가 안 돼 시행을 늦춰야 한다’고 주장했던 속내는 이 같은 비과세 혜택을 겨냥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종교인 과세=소득세를 의무적으로 납부하도록 한 제도다. 국회는 2015년 12월2일 국회 본회의에서 종교인들이 세금을 납부하도록 하는 소득세법 개정안을 처리했다. 시행일은 2018년 1월1일로 정해 2년을 유예키로 했다. 법이 시행되면 목사, 스님, 신부, 수녀 등 종교인들이 의무적으로 소득세를 납부해야 한다. 세율은 현행 소득세와 같다. 다만 종교단체에서 받는 학자금, 식비, 교통비 등은 과세대상에서 제외키로 했고 직장인보다 더 많은 공제 혜택도 부여했다. 세무조사를 할 경우 종교단체 장부·서류는 종교인 개인소득 부분만 제출하기로 법에 명시했다.
앞서 종교인 과세는 1968년 이낙선 초대 국세청장이 종교인 과세의 필요성을 제기하면서 공론화됐다. ‘소득 있는 곳에 세금 있다’는 조세 정책의 근간을 이루는 국민 개세주의(皆稅主義) 원칙에 따른 것이다. 하지만 종교계 일각에서 사업장에 소속된 근로자가 아니라 영적인 일을 하는 성직자로서의 특수성을 무시한 처사라며 반발, 번번이 과세는 무산돼 왔다. 2018년 1월1일 종교인 과세가 시행되면 공론화 50년 만에 종교인 소득에 세금이 부과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