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60년에 나온 ‘황야의 7인’이 올해 ‘매그니피센트 7’이라는 리메이크로 환생했다. 두 영화 사이의 간격이 두 세대에 가까우니, 등장인물의 캐릭터에 변주가 없을 수 없다. ‘황야의 7인’은 백인 일색이지만, 매그니피센트한 7인에는 흑인, 멕시코인, 인디언, ‘동방에서 온 신비한 남자’가 끼어 있어서 백인이 오히려 소수파다. 그 ‘동방에서 온 신비한 남자’가 이병헌인 까닭에, ‘매그니피센트 7’는 작품의 완성도에 상관없이 우리의 이목을 끄는 영화가 되었다.
할리우드 영화에 한국 영화인이 나온다고 호들갑을 떠는 게 어느새 촌스러워 보일 만큼 한국 영화인의 세계 진출이 많이 이루어졌다. 박찬욱, 봉준호 감독은 아예 외국에서 영화를 만들고 한국이나 한국인 배우가 비중 있게 나오는 외국 영화가 속속 선을 보인 터이다. 워쇼스키 감독의 2008년 작품 ‘스피드 레이서’에 비(정지훈)이 등장했고, 2012년에 ‘어벤져스 2’에서는 주인공들이 아예 서울에서 악당과 대결을 벌이는 판이다.
할리우드 영화에 나오는 한국 배우의 캐릭터에 서양의 편견이 배어 있다며 아쉬워하는 목소리도 없지 않다. 뤽 베송 감독이 스칼렛 조핸슨을 주인공으로 내세워 만든 2014년 작품 ‘루시’에 최민식이 미스터 장이라는 악랄한 한국인 마약범죄조직 두목으로 나온다. ‘매그니피센트 7’만 해도 이병헌은 총알이 빗발치는 서부에서 어색하게도 칼을 쥐고 싸우는 캐릭터였다. 동양인이기 때문이다. 이번 주에 개봉한 <로그 원: 스타워즈 스토리>에서 중국 배우 견자단은 비슷한 맥락에서 중무장 돌격대원 십수 명을 막대기 하나로 단숨에 때려눕히는 무예의 달인이면서도 굳이 장님으로 나온다. 동양인 캐릭터였기 때문이다. 제대로 이해되지 않은 타자는 대중 문화매체에서 나쁜 악한, 아니면 알 수 없는 신비한 존재로 묘사된다.
그러나 한국의 대중문화 매체에서 우리와 다른 존재, 우리 건너 편에 있는 존재가 과연 제대로, 있는 그대로 그려지는지 돌이켜보면, 갑자기 멋쩍어진다. 한국에서 만들어지는 영화나 드라마에서 서구인은 늘 거들먹거리고 동남아 사람은 늘 꾀죄죄하고 일본인은 늘 간사하다. 한국전쟁 영화에서 인민군은 철모가 아닌 헝겊모자를 쓰고 전투에 나서고, 중국군은 전략전술 없이 인해전술만 구사하는 개미떼로만 나온다. 임진왜란 영화의 왜군 장수들은 하나같이 죄다 인격이 망가진 조울증 환자이다.
대중 문화매체의 완성도는 타자가 뒤틀리고 정형화된 이미지로 나올수록 떨어진다. 한국만이 아닌 전 세계를 시장으로 삼는다면 흥행에도 좋지 않다. 가장 큰 문제는 우리의 인식이 뒤틀린다는 데 있다. 나를 제대로 안 보는 남을 탓하기에 앞서 내가 남을 제대로 보는지 짚어보아야 한다.
◇류한수 상명대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