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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은 김군이 속해 있던 용역업체는 이 같은 구조조정 과정의 산물이다. 물론 메트로 노사의 합의도 있었다. 결과적으로는 갑과 을의 먹이사슬,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과도한 차별이 구조화되었다. 이는 메트로와 용역업체 간의 관계에서뿐만 아니라 용역업체 내에서도 마찬가지였다. 결국 같은 사고가 3번이나 반복되었다. 처음에는 개인의 과실로 치부하며 덮고 넘어갔던 사고 이면의 구조적 문제점이 결국 표면화되었다.
하지만 생각해보면, 이 같은 노동시장의 이중구조는 새삼스러운 것이 아니다. 그리고 서울시 산하 공기업만의 문제인 것은 더 더욱 아니다. 1997년 외환위기 이후부터 구조화되고 일반화된 현상이다. 이 구조는 기업과 노동자, 그리고 노동자들 간 세력을 바탕으로 한 것이다. 기업은 국제경쟁력 확보를 내세우며 원가절감과 구조조정을 끊임없이 추진한다. 이 과정에서 상대적으로 강력한 노동자 집단에 대해서는 상대적으로 높은 보상을 한다. 대신, 이에 필요한 비용은 세력이 약한 노동자들을 통제해서 취득하는 구조가 고착되어 왔다.
가장 중요하고 기본적인 것은 사회안전망을 강화하는 일이다. 요즘 조선업계의 구조조정을 둘러싸고 스웨덴의 말뫼 사례가 회자된다. 하지만 이 사례는 우리의 경우와 다를 수 있다. 스웨덴은 사회안전망이 잘 갖추어진 나라다. 따라서 스웨덴의 구조조정은 저항이 적다. 실제로, 잘 갖추어진 사회안전망이 구조조정 과정에서 많은 도움이 되었다고 이 사례는 말해주고 있다. 반면, 사회안전망이 취약한 우리의 경우, 저항은 강력하기 마련이고 각자도생의 길을 찾게 된다. 그 결과가 오늘 우리가 당혹해하고 분노하는 현실이다. 따라서 사회안전망의 강화와 확립이 시급한 과제이며 이는 국가의 몫이다.
또한 노동시장의 이중구조를 개선하기 위한 다양한 제도와 정책을 마련, 시행해야 한다.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차별 완화를 위한 대책 등이 그것이다. 앞으로 필연적으로 이루어질 구조조정 과정에서라도 이 같은 이중구조가 더 심화되지 않도록 다양한 대책이 뒷받침되어야 한다. 메트로의 경우와 같이 또 다른 구조적 모순을 만들고, 이를 묵인하는 일이 반복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
그리고 이번에 드러난 ‘메피아’, 그리고 메피아보다 더하다는 ‘철피아’를 없애기 위한 노력도 필요하다. 중앙정부 차원의 ‘관피아’, ‘법피아’, ‘군피아’로는 부족해서 지방정부와 그 공기업 차원까지 이 같은 구조가 확대 재생산되는 현상은 심히 우려되는 일이다. 사회의 구조적 모순을 해결해야 할 공직자들이 이 같은 구조의 일원이 되는 상황에서는, 모순이 해결되기는커녕 심화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 문제의 해결은 서울시의 노력만으로는 한계가 있다. 가령, 메피아나 철피아를 없애기 위해서는 기본적으로 ‘공직자윤리법’의 강화가 필요하다. 따라서 국회의 입법 노력과 중앙정부 차원의 실행의지가 중요하다. 사고 현장에 나타나서 의례적인 요식행위를 한다고 해서 공감할 사람은 없다. 국민이 원하는 것은 본질적인 문제 해결을 위한 진정성 있는 노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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