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의 예만 보더라도 폭스바겐 배기가스 조작사건이 그랬고 일부 문제기업들에서 나타난 분식회계 사건들이 그랬다. 좋은 점은 부각시키고 나쁜 점은 감추려는 인간의 기본 속성이 변하지 않는 한 이 같은 행위가 완벽하게 근절되기는 어렵지만 진실은 언젠가는 드러나기 마련이다. 그에 따른 결과는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더 가혹할 수 도 있다.
필자가 다년간 CEO로서 근무한 글로벌 기업들에는 조금 다른 기업문화가 있다. ‘Bad news first’가 바로 그것인데 좋은 소식과 나쁜 소식이 있을 때 나쁜 소식부터 먼저 알리라는 것이다. 안 좋은 소식을 듣고도 기뻐할 사람은 없겠지만 당장 듣기 좋은 이야기보다는 나쁜 소식을 먼저 접하게 되면 나중에 가서 갑자기 놀랄 일도 없어지고(No surprise!) 이는 오히려 상호 간의 신뢰형성에도 도움이 된다는 것이다.
위기를 예방하려면 내부통제시스템이 일상적으로 작동하고 있음을 점검하는 일도 중요한데 이를 위해 신용평가를 이용하는 방안을 추천한다. 즉 평상시 자신 회사의 신용위험을 관리하고 건전한 재무정책을 유도하는 ‘자기규율’(Self-discipline)적인 장치로 신용평가를 적극 활용하는 것이다. 기업으로서는 자사의 본 모습을 가감 없이 드러내야 하는 부담과 용기가 필요하지만 신용평가라는 매개체를 통해 자금조달 창구인 자본시장과 지속 가능한 신뢰 관계를 구축하는 것은 궁극적으로 회사 이익과도 부합한다.
물론 신용평가가 발행자, 투자자 등에게 실질적 도움이 되려면 먼저 그에 합당한 신용평가사의 자체 노력과 역량이 전제돼야 한다. 신용평가사는 평가기준과 평가방법론의 투명한 공개와 일관된 적용을 통해 시장에 신뢰를 줘야 한다. 또한 신용등급이 갖는 예측 정보의 가치를 높이기 위해 위험요소 및 위험관리 필요성에 대한 의견을 제시해 위험을 먼저 파악해 이를 통제할 필요가 있다.
기업은 자사의 신용위험을 사전에 관리하고 최적의 재무정책을 수립해 지속 가능한 성장을 추구해야 한다. 이를 위해 장기적 관점에서 신용평가사를 파트너이자 신용위험 관리를 위한 정보 채널로 활용하는 기업문화를 구축할 때 우리 자본시장도 한 단계 업그레이드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