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최대 6725가구 '통큰 분양'…"역발상 승부수 통했죠"

[인터뷰]서홍 대림산업 주택사업실장
'e편한세상 용인 한숲시티' 아파트
지난달 1군 2284가구 청약 마감
7년째 답보상태였던 부실 사업장
'99 마케팅'으로 소비자 지갑 열어
  • 등록 2015-11-02 오전 6:00:15

    수정 2015-11-02 오전 9:26:57

[이데일리 박종오 기자] ‘대림산업(000210), 제정신인가?’

아파트 브랜드 ‘e편한세상’으로 이름난 대형 건설사 대림산업이 요즘 이상해졌다는 말을 자주 듣는다.

그럴 만도 하다. 국내 10대 건설사 중 최초로 올해 주택 임대사업에 뛰어들었다. 최근에는 경기도 용인에서 6000가구가 넘는 아파트를 한꺼번에 분양하겠다고 나섰다. 대림산업은 원래 보수적인 기업으로 알려졌다. 건설업계 안에서 “미쳤다”는 말까지 나오는 이유다.

둘 다 사내에서조차 반대가 많았던 사업이다. 파격의 중심에는 이 회사 건축사업본부를 이끄는 서홍 주택사업실장(전무)이 있다.

△서홍 대림산업 주택사업실장이 지난달 30일 서울 종로구 대림산업 본사에서 아파트 조감도를 뒤로 하고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박종오 기자]
“다른 건설사 지인들 전화를 받느라 혼났습니다. 우리 아파트 때문에 청약자를 놓쳤다고요.”

지난달 30일 서울 종로구 수송동 대림산업 본사 건물에서 만난 서 실장은 이렇게 입을 뗐다. 전날 ‘e편한세상 용인 한숲시티’ 아파트(1군)의 청약 접수가 있었다. 2284가구 모집에 1순위 청약 통장만 2325개가 몰렸다. 이 때문에 같은 날 주변에서 분양한 다른 건설사 아파트가 청약자를 뺏기고 미달이 나는 피해를 봤다는 너스레다.

e편한세상 용인 한숲시티는 단일 단지로는 국내 최대 규모인 6725가구를 3개 군에 걸쳐 동시에 분양하기로 해 화제에 오른 단지다. 이 ‘통 큰 분양’이 서 실장 작품이다. 물론 우려도 컸다. 분양 물량이 워낙 많아서다. 대림산업이 시장 호황을 틈타 무리한 ‘밀어내기 분양’을 한다는 곱지 않은 시선도 있었다. 그러나 그는 “분양이 잘 되리라는 확신이 있었다”고 말했다.

승부수는 ‘가격’이었다. 대림산업은 용인 한숲시티 아파트 분양가를 3.3㎡당 평균 799만원으로 책정했다. 뒷자리가 ‘99’로 끝나는 가격으로 저렴하다는 인상을 줘 소비자 지갑을 여는 이른바 ‘99 마케팅’이다. 원래는 3.3㎡당 평균 850만원 이상을 받으려 했다. 하지만 가격을 대폭 낮춘 결과, 주변보다 최대 30% 넘게 저렴한 아파트를 내놓을 수 있었다.

첫 단추는 잘 꿰맸다. 가장 먼저 분양한 1군 2284가구의 모든 주택형이 순위 내 청약 마감했다. 경쟁률은 1.8대 1이었다. 가구별 최고 경쟁률은 12.6대 1(전용 44㎡B)을 기록했다. 기대 이상의 성적표에 대림산업 홍보팀은 안도하고, 다른 건설사 직원들은 혀를 내둘렀다.

“입지와 상품성 분석에 바탕을 둔 마케팅 전략 없이 분양하는 게 ‘밀어내기’입니다. 우리는 지금 시점에 이 입지에서 이 정도 가격의 상품이라면 필요한 고객이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사실 용인 한숲시티 아파트 개발의 최초 기획자는 서 실장이 아니다. 그의 선배들이다. 2007년 용인시가 남사면 일대를 신도시로 개발하겠다고 발표하자 그해 대림산업은 개발 파급 효과를 노리고 군인공제회와 이 지역 도시개발사업에 뛰어들었다. 지금의 한숲시티 아파트 부지다. 그러나 2010년 LH(한국토지주택공사)의 사업 포기로 신도시 개발은 백지화했다. 군인공제회도 2012년 사업을 철회하면서 대림산업이 이를 통째로 떠안았다.

△지난달 말 경기도 용인시 처인구 남사면에서 문 연 ‘e편한세상 용인 한숲시티’ 아파트 모델하우스에서 방문객들이 분양 상담을 받고 있다. [사진=대림산업]
미운 오리 새끼를 백조로 탈바꿈하는 데는 가격 외에도 전략이 필요했다. ‘통 큰 분양’이라는 역발상이 등장한 이유다. 서 실장은 1995년 대림산업 입사 이후 10년여간 재개발·재건축 업무를 맡아온 정비사업 통이다. 그만큼 주부 등 아파트 소비자를 가까이서 접했다. 지난해 서울 강남권에서 사상 처음으로 3.3㎡당 분양가 5000만원을 넘겨 주목받은 서초구 반포동 ‘아크로리버 파크’도 수주부터 시공까지 그의 손길을 거친 아파트다.

그는 “아파트를 2~3차로 나눠서 분양하면 입주 초기에는 기반시설이 부족하고 나중에 분양하는 단지는 분양가가 올라가 갈등이 생기는 경우가 많다”며 “합리적인 가격에 더해 동시 분양을 통해 입주자 2만여 명이 모두 누릴 수 있는 생활 편의시설을 조성해 계약자에게 미래 개발 가치라는 프리미엄을 제공하겠다고 결정했다”고 말했다.

국내 최초의 역대 최대급 분양이라는 간판은 청약 분위기를 띄우는 데에도 한 몫 단단히 했다. 단지 안에 들어서는 대규모 테마파크와 750m 길이의 스트리트몰도 화젯거리가 됐다. 올해 용인 한숲시티를 포함해 전국에 ‘e편한세상’ 아파트 3만 6000여 가구를 쏟아낸 대림산업은 내년에도 2만 5000가구를 분양할 계획이다.

“기본이 혁신이라는 대림의 신조가 바뀐 것 아니냐고요? 그렇지 않습니다. 고객 중심이라는 기본을 지키려는 노력이 임대사업 진출과 대규모 동시 분양이라는 혁신을 낳았습니다. 우리는 변하지 않았습니다.” 서 실장은 이렇게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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