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존해 있는 몇 안되는 광복군 중 한 명인 이윤철(90) 지사는 광복 70주년을 맞은 소회를 묻자 이같이 말했다. 그는 오늘날 국무위원격인 임시정부 의정원 이광 의원의 아들이다. 그의 본가, 처가에는 민필호·김준엽 등 독립운동 유공자들이 적지 않다. 하지만 그는 독립운동 후일담 요청에는 손사래를 쳤다. 해야 할 일을 해야 할 때 했을 뿐 꺼내놓고 자랑스레 떠들 일은 아니라는 것이다.
지난달 29일 경기도 시흥시 요양원 부근 카페에서 이 지사를 만났다. 그는 2시간가량 이어진 인터뷰에서 안타까움과 죄송스런 마음을 내비쳤다. 그는 임시정부에서 목숨 걸고 독립운동을 했던 항일투사들이 광복 이후 쇠락해 가는 과정을 바로 곁에서 지켜봤다.
이 지사는 “임시정부는 나라를 찾겠다는 일념아래 남녀노소의 차별없이 평등했다. 그런데 광복이 되자 새로운 계급이 생겨났다”고 탄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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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시정부의 모태가 된 독립군 요원들은 가족단위 점조직으로 활동했습니다. 발각되지 않게 첩보활동을 하는 유랑 생활의 연속이었죠. 어머니는 유랑 중에 저를 출산하셨어요. 아무 도움도 받을 수가 없어서 혼자 탯줄을 자르셨다고 합니다. 그런 상황에서도 어머니는 흰 구두를 먹물로 칠해 위장하고 첩보활동을 할 정도로 임시정부 활동에 적극적이셨습니다.”
그는 임시정부 가족들이 광복 때까지 버틸 수 있었던 건 김구 선생 덕분이었다고 했다. 일본이 진주만을 습격하자 임시정부에 대한 미국 동포 등 각계각층의 지원이 전면 중단됐다. 김구 선생이 장개석 정부에 지원을 요청해 가족들은 생계를 이어갈 수 있었다고 한다. 그는 “김구 선생은 모든 면에서 참 모범적인 분이셨다”며 “동포애가 크신 분”이라고 했다.
그는 6.25 전쟁 때 귀국해 평양 작전에 참전하는 공을 세웠다. 하지만 되찾은 나라는 그가 기대했던 나라가 아니었다.
그는 “이승만 대통령 치하에서 특히 김구 쪽 임시정부 요인들은 홀대를 받았다. 반민특위가 실패하면서 일본에 붙었던 이들은 득세하기 시작했다”고 회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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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직접적으로 독립운동을 하지 않고도 몇 달간 감옥살이를 했다는 것만으로 독립유공자로 인정받은 사람들이 있다. 이들 중에 사리사욕, 명예욕에 눈이 멀어 이권을 얻으려는 사람들도 있다”고 했다.
“내가 아는 사람만 살펴봐도 ‘엉터리 독립유공자’를 확인할 수 있습니다. 정부에서 독립유공자 선정 과정을 다시 전면 재점검해야 합니다.”
그는 청년들에게 올바른 역사인식을 당부했다. “시대가 변해도 내가 서 있는 우리 땅의 역사는 반드시 알았으면 합니다. 누가 가르쳐주지 않아도 역사를 바로 알면 진실이 무엇인지 분간할 수 있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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