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멱칼럼] 현장 맞춤형 교육만이 살길이다

  • 등록 2015-04-01 오전 3:06:01

    수정 2015-04-01 오전 3:06:01

[윤기설 한국폴리텍대학 아산캠퍼스학장] 요즘 전국에 있는 폴리텍대학에는 대학졸업자들이 많이 몰린다. 취업이 잘되기 때문이다. 지난해 5600여명을 뽑은 1년짜리 기능사과정에는 전문대 이상 학력자가 45%에 달했다. 2년짜리 다기능과정(산업학사)에는 9300여명 중 전문대 이상이 9%를 차지했다.

이들은 대부분 인문·사회계열 전공자로 명문대 출신들도 포함돼 있다. 실제로 서울 유명 사립대 법대를 졸업한 L씨는 사법고시에서 계속 낙방하자 고시공부를 집어 치우고 지방 폴리텍대학 컴퓨터응용기계설계과 기능사과정에 입학해 취업길을 모색하고 있다. 또다른 서울 중상위권 사립대 국문과를 졸업한 H씨 역시 이력서를 넣는 기업마다 채용을 거부하자 생명정보시스템과에 입학해 취업의 꿈을 키우고 있다. 30년~40년전 대졸자들이 근로자들에게 노동자 인권 등을 포함한 이념교육을 시키기위해 산업현장에 몰려가 고졸로 위장취업 했던 시절을 생각하면 금석지감이란 생각을 지울 수 없다.

이들이 폴리텍대학을 찾는 이유는 단 한가지, 실무중심 훈련을 체계적으로 받아 취업에 성공하겠다는 것이다. 청년 취업률이 40%대에 머물고 있는 현실에서 4년연속 80%대 취업실적을 올리고 있는 폴리텍대학은 취업난을 겪는 젊은층에게 희망일 수 밖에 없다. 대졸자들이 몰리면서 폴리텍대학 입시경쟁도 덩달아 올라가고 있다. 5~6년전만해도 2년짜리 다기능과정은 5~6등급이면 들어갈 수 있었으나 이제는 2~3등급을 받아야 입학할수 있는 학과들도 많아졌다.

대학을 나와야 괜찮은 직장과 원하는 배우자를 만날 수 있는 시대는 끝났다. 대학은 학력 거품을 만드는 우리사회의 골치덩어리로 전락하고 있다. 학문과 진리탐구라는 겉치장 아래 많은 젊은이들에게 비싼 학비를 받고 있지만 현장과 거리가 먼 학문을 가르치면서 취업 대신 실업자를 양산하는 무능한 상아탑으로 지목되고 있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서울에 있는 20여개 대학 총장이 뒤늦게 나마 대학개혁방안을 모색하는 서울총장포럼을 발족했다는 점이다.이들은 최근 “대학 개혁 없이 한국사회 미래가 없다”며 대학개혁의 의지를 다졌다. 지금까지 공급자 위주의 사고를 수요자 중심으로 바꿔 현장이 필요로 하는 내용을 가르치겠다는 취지로 산업현장에서 필요도 없는 학문만을 고집하다간 공중분해될 수 있다는 위기감의 발로다.

실력만이 살아남을수 있는 능력중심의 시대가 도래했다. 실력이 우수한 공고 졸업자들이 대학진학 대신 취업을 선택하는 것은 이러한 시대적 흐름과 무관하지 않다. 충남기계공고의 경우 불과 5~6년전만해도 공부 잘하는 학생을 포함해 졸업생의 80%정도가 대학에 진학했는데 이제는 성적우수자를 비롯해 50% 이상이 기업에 취업하고 있다고 한다. 대신 공부 못하는 학생들이 대학에 간다고 한다.

학교 공부도 명분과 겉치레를 걷어 치우고 고용 친화적인 실무 중심으로 바꿔야 경쟁력을 갖출 수 있다.그것이 사회적 비용을 줄이면서 국가경쟁력을 높일 수 있는 길이다. 정부가 일학습병행제, NCS(국가직무능력표준)제도 도입 등을 통해 능력중심 사회를 앞당기려 하는 것도 국가경쟁력 패러다임의 대전환을 위해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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