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20일 서울 명동예술극장에서 개막한 연극 ‘슬픈 인연’이 끝나고 관객들이 공연장을 나오고 있다. 이날 연극을 보러온 관객들 가운데 40~60대 연령층은 대략 50~60%. 중·장년층이 공감할 만한 메시지에다 배우 강신일·최용민·방은진 등이 출연해 객석을 꽉 채웠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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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김미경 기자] “아직 50 끝줄밖에 안된 게 어디 형님이랑 맞먹으려고 그래.” 지난 20일 서울 중구 명동 명동예술극장에서 개막한 연극 ‘슬픈 인연’. 배우 강신일과 최용민이 주고받는 대사에서 관객들은 웃음을 터뜨렸다. “당신 요즘 나한테 잘하네요”라고 말하는 아내라든가, “넌 너만 힘들지. 넌 평생 동안 그래왔다”며 티격태격하는 60대 남자들의 대화에서도 어김 없이 박장대소가 터졌다.
이날 공연장을 찾은 40~60대 연령층의 비율은 대략 60% 정도. 극장 바로 밖 젊은이들이 찾는 쇼핑의 명동거리와는 대조적인 모습이었다. 연극을 보고 나온 이창근(63) 씨는 “극중 장면에 내 삶이 오버랩돼 많이 웃고 공감했다”며 “극 중간 이미 세상을 뜨신 부모님 생각에 울컥해서 혼났다”고 눈시울을 붉혔다.
한 달에 2~3번은 가족·친구와 공연을 보러 나온다는 강순옥(58) 씨도 “첫사랑 생각도 나고 재미있게 보고 간다”며 “여운이 오래 남을 것 같다”고 소감을 전했다.
| 연극 ‘3월의 눈’의 한 장면. 배우 신구(오른쪽)와 손숙이 재개발로 인해 정든 한옥집을 떠나야 하는 노부부의 삶을 담담하게 그린다(사진=국립극단).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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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부자·신구 등 출연 연극 매진
40~60대가 공연계 큰손으로 떠오르고 있다. 20∼30대 중심으로 움직이는 공연계에 감지된 지각변동이다. 젊음의 상징인 서울 대학로나 명동 등에서는 이들을 대상으로 하는 작품들이 잇따라 매진 행진을 벌이며 선전 중이다.
오는 29일까지 장충동 국립극장 달오름극장에서 공연하는 연극 ‘3월의 눈’은 총 15회 공연이 모두 매진되는 기록을 세웠다. 배우 신구(79)와 손숙(71)을 주연으로 한 이번 무대는 2011년 초연 후 4년째 매진 행진을 이었다.
최근 대학로 DCF대명문화공장에서 막을 내린 연극 ‘황금연못’도 총 71회 평균점유율 83%를 넘기며 장기 흥행작 대열에 올랐다. 두 연극 모두 전체 관객 중 40대 이상이 60~80%. ‘황금연못’을 제작한 수현재컴퍼니는 “대학로 연극으론 이례적으로 중장년층에 초점을 맞춰 TV광고를 했다”며 “후반대로 갈수록 60~70대 관객이 늘어나 이들의 문화생활에 대한 욕구가 적지 않다는 사실에 많이 놀랐다”고 귀띔했다.
| 지난 20일 서울 명동예술극장에서 연극 ‘슬픈인연’을 보고 나온 60대로 보이는 한 여성이 설문조사에 응하고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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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처럼 공연계에 40~60대 관객이 늘어난 원인으로는 경제적 여유와 함께 이들이 공감할 만한 이야기가 대거 소재로 등장하는 것을 꼽았다. 류슬기 국립극단 홍보팀장은 “공연시장에 20∼30대에 비해 경제적 여유가 많은 40∼60대의 영향력이 점점 커지면서 이들을 타깃으로 한 연극이 많이 생겨나고 있다”고 말했다.
봄 무대 중견·원로배우 등장 러시
공연계에 40~60대 관객들의 비중이 커지면서 중장년·원로배우들의 역할도 늘어나고 있다. TV 드라마에서 할머니·할아버지 역으로 단골 출연해온 배우 노주현(69)·박정수(63)는 각각 내달 4일과 이달 26일 개막하는 연극 ‘모리와 함께 한 화요일’(4월 19일까지 예술의전당 자유소극장)과 ‘다우트’(4월 19일까지 대학로예술극장 대극장)에 주인공으로 캐스팅돼 중·장년관객 공략에 나선다. 박정수는 연기인생 43년만에 연극무대 신고식을 치른다.
강부자(74)가 출연하는 ‘친정엄마와 2박3일’은 현재 전국투어 중. 내달 3일부터는 김명곤(63)이 16년만에 심청전을 현대적 감성으로 재해석한 연극 ‘아빠 철들이기’(4월 19일까지 국립극장 KB청소년하늘극장) 무대에 설 예정이다. 또 정동환(66)은 임영웅 연출의 대표작 ‘고도를 기다리며’(5월 17일까지 소극장산울림)에서 블라디미르 역으로 출연한다.
| 공연예매 사이트인 인터파크가 지난해 공연계 배우 티켓파워를 조사한 결과, 연극부문에서 1위를 차지한 배우 이순재(사진 왼쪽 시계방향으로)와 강부자. 그리고 연극 ‘아빠 철들이기’로 16년 만에 연극 무대로 돌아오는 배우 김명곤과 연극 ‘고도를 기다리며’의 정동환, 연극 ‘모리와 함께 한 화요일’의 노주현, 배우 박정수가 ‘다우트’로 첫 연극 무대에 선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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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혜숙 수현재컴퍼니 팀장은 “60대 넘어서 아내의 무덤가를 오르는 남자 안중기의 이야기를 담은 연극 ‘민들레 바람되어’는 2008년 초연 당시 젊은 관객들이 많았는데 올해는 남성 중장년층이 많다”며 “반전과 자극적인 내용이 덜하고 속마음을 위로해줘 남성 관객의 공감을 샀다”고 분석했다.
김선경 인터파크 팀장도 “현재 인터파크 연극 순위차트(13~18일)를 보면 20위권 내 중 9위 ‘고도를 기다리며’, 13위 ‘친정엄마와 2박3일’(대전), 16위 ‘3월의 눈’ 등이 올라 있다”며 “ 이제 40~60대 관객을 잡지 못하면 흥행성공을 보장할 수 없는 때가 온 셈”이라고 말했다. 이어 “지난해 인터파크 티켓파워 조사결과, 배우 강부자가 연극부문을 발표하기 시작한 2007년 이후 4회에 걸쳐 흥행배우에 등극했다”며 “앞으로 중견·원로배우의 활약은 더욱 커질 것”이라고 덧붙였다 .
| 연극 ‘황금연못’의 한 장면(사진=수현재컴퍼니).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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