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건희 삼성 회장이 삼성그룹을 물려받았던 1987년과 이재용 삼성전자(005930) 부회장이 경영승계 절차를 밟고 있는 2015년의 상황은 다르다. 전문가들은 세상이 달라진 만큼 이 부회장이 삼성그룹을 물려받고 이끌어가는 방식도 달라야 한다고 지적한다.
김상조 경제개혁연대 소장(한성대 교수)은 “이재용 부회장이 이건희 회장의 장남이기 때문에 당연히 삼성그룹의 총수가 된다고 생각하는 것도 문제지만 절대 총수가 돼서는 안된다는 것도 문제”라며 “이재용 부회장이 삼성그룹을 이끌만한 비전과 철학을 갖고 있느냐를 검증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김 소장은 “CEO를 검증하는데 객관적으로 측정할 수 있는 지표가 있는 것은 아니다”라며 “그렇기 때문에 열린 공간으로 나와 비전과 철학을 얘기하고 주주와 시장, 국민이 무엇을 요구하는지 들어보고 그 과정속에서 공감대가 마련돼야 한다. 이런 과정을 거치지 않았다는 것이 문제”라고 지적했다.
그는 “해외에 나가 주커버그, 빌게이츠는 만나면서 한국의 소비자·주주·노조들은 왜 안만나는 지 궁금하다”면서 “한국 사회의 구성원들을 만나야 한다”고 주문했다. 이어 “리더십은 그런 과정에서 길러지고 검증되는 것”이라며 “기업인이라면 한국의 사회구성원들과도 끊임없이 소통하고 인정을 받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전문가들은 가장 먼저 이 부회장이 이사회 구성원으로 들어가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이 부회장은 과거 삼성과 소니의 합작사인 ‘S-LCD’의 등기이사를 맡은 적은 있지만 국내 기업의 등기이사에 등재된 적은 없다.
김 소장은 “명함에 직함을 새겨넣는 일은 쉽지만 등기이사로 등재되려면 주주총회에서 주주들의 승인을 받아야 한다”며 “주주들의 승인을 받고 자신의 이름으로, 자신의 책임하에 일을 추진하고 검증받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우찬 고려대 교수는 “삼성전자가 이사회 중심으로 운영될 수 있는 구조로 만들어야 한다”며 “이 부회장이 공식적으로 등기임원이 아니기 때문에 회사를 대표할수 없는데도 CEO처럼 행동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삼성그룹의 지배구조 재편의 핵심은 기업가치를 높이는 방향으로 가야한다는 조언도 있다.
류영재 서스틴베스트 대표는 “삼성그룹의 지배구조 재편은 주주들의 이익이나 기업가치 제고차원보다는 상속 구도를 확실히 다지는 문제에 초점이 맞춰지고 있다”며 “삼성전자가 실적 성장을 이어갈 때는 황제경영을 해도 넘어갔지만 실적부진이 더해지면 문제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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