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기전세주택 제도는 서울시와 시 산하기관 사이에서도 이렇게 손발이 맞지 않을 만큼 논란이 분분하다. 막대한 세금을 퍼부어 짓는 이 임대주택은 요즘 공급 물량이 줄면서 중산층의 재테크를 위한 ‘로또’로 전락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전세난에 시달리는 서민도 많은데 연 소득 8500만원이 넘는 가구에까지 입주 자격을 줘 고소득층에 과도한 혜택을 안긴다는 것이다.
서울시로서도 제도 뜯어고치기가 조심스러울 법은 하다. 이 임대주택은 오세훈 전 서울시장이 2007년 중산층을 겨냥해 도입했다. 입주 대상을 대폭 확대한 것이 결국 더 많은 표심을 잡기 위한 것 아니냐는 비판이 당시에도 많았다.
박근혜 대통령의 대선 당시 공약이었던 ‘행복주택’이 장기전세의 전철을 밟을 모양새다. 행복주택은 대학생·사회 초년생·신혼부부 등 청년층을 위한 보편적 주거 복지를 표방했다. 국민의 복지 확대 요구에 발맞춰 더 많은 유권자를 사로잡으려 한 결과다.
그런데 다음 달부터 시작되는 첫 입주자 모집을 앞두고 장기전세와 비슷한 실효성과 형평성 논란이 불거지고 있다. 연봉 4500만원이 넘는 대기업 신입사원을 아우를 만큼 입주 문턱이 낮고, 임대료도 애초 약속했던 시세의 반값에서 60~80%로 치솟았기 때문이다. 중산층에 혜택을 몰아주고, 정작 정부 지원이 절실한 저소득 청년에게는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라는 전문가들의 우려는 타당하고 합리적이다.
정부는 서울시의 실패를 거울 삼아야 한다. 행복주택이 처음 취지를 최대한 살리면서도 시장에 안착할 수 있는 방안을 고민하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