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품권의 비밀]법인카드로 상품권 '깡'…"수억원도 바꿔가요"

법인카드로 현금조달 수단 악용
개인카드론 상품권 구매 불가능
억단위 규모는 할인율 협상도
  • 등록 2014-07-31 오전 7:00:00

    수정 2014-07-31 오전 8:42:49

[이데일리 김성훈 기자]
△ 서울 중구에 위치한 상품권 판매소 ‘구둣방’ 사진=김성훈 기자
“5.5%에 해 드릴게요.” (상품권 매매업체 상인)

“다른 데서는 더 쳐 주던데요”(기자)

“그럼 5.3%에 해요. 우리보다 더 잘 해주는 데가 없을 텐데…. 우리도 남는 게 있어야 먹고 살지.”(상품권 매매업체 상인)

지난 25일 찾은 서울 중구 명동·남대문 일대. 이곳엔 상품권 전문매매업체 10여 곳이 밀집해 있다, 상품권 유통이 가장 활발한 롯데백화점과 신세계백화점 본점이 인접해 있고 남대문시장과 명동상가 등 쇼핑객들이 넘쳐나는 지역이어서다. 백화점 주변에서 상품권을 사고 파는 이른바 ‘구둣방’들까지 더하면 숫자는 더 늘어난다.

급히 현금이 필요한 중소기업들이 현금을 조달하는 통로 중 하나가 속칭 상품권 ‘깡(재판매)’이다. 방법은 간단하다. 법인카드로 상품권을 구입한 뒤 이를 다시 상품권 매매업체에 팔면 된다. 상품권 매매업체에서 직접 상품권 깡을 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상품권 매매업체들은 현금 거래만 취급한다. 카드 수수료를 내고 나면 상품권 매매 마진이 1~2%대로 떨어진다는 이유에서다.

한 상품권 매매업체 상인은 “상품권은 현금과 계좌이체로만 거래한다”며 “워낙 마진 폭이 작아 카드 수수료를 빼고 나면 남는 게 없는 장사여서 카드로 거래하는 상품권 매매업체는 없다”고 잘라 말했다.

또 다른 상인은 “법인카드는 어떤 경우든 불가능하다”며 “현금이 필요하면 SK 기프트 카드 같은 걸 은행에서 50만원씩 끊어서 사오라. 수수료 2.4%에 매입해 주겠다”고 제안했다.

명동 인근 A백화점 본점을 찾아 법인카드로 상품권을 구매할 수 있는 지 문의했다.

“법인카드에 이름이 명시돼 있으면 본인 신분증과 사업자 등록증이 필요합니다. 300만원 이하인 경우엔 신분증만 있어도 구매가 가능합니다.”

백화점 측 담당자의 설명이다. 이 백화점은 법인카드로 상품권을 구매할 경우 300만원 이상일 때는 사업자 등록증을 요구하지만 그 이하는 신분증만 제시하면 구입할 수 있다. 법인카드 한도만 충분하면 수억원어치도 구매가 가능하다.

단 개인카드로는 상품권 구매가 불가능하다. 2002년 사회적으로 상품권 카드깡이 문제가 되자 정부가 이를 금지한 때문이다. 개인은 현금과 계좌이체로만 상품권을 구매할 수 있다. 체크카드도 가능하다. 백화점 상품권을 팔 때 적용되는 할인율은 상품권 매매업체에선 4.35%~5.5% 사이다. 할인율은 액면금액과 발행업체가 어디냐에 따라 달라진다.

법인카드로 구매한 상품권은 백화점 근처 구둣방이나 상품권 매매업체에서 바로 현금으로 바꿀 수 있다. 금액이 크면 발품을 팔더라도 상품권 매매업체로 가는 것이 좀 더 유리하다. 협상을 통해 할인율을 조정할 수 있기 때문이다. 상품권이 대량으로 풀리는 추석이나 설 때는 할인율이 좀 더 높아진다. 선물로 주고받는 물량이 크게 늘어나면서 공급이 많아지기 때문이다.

중구 남창동 A상품권 매매업체 상인은 “상품권 금액이 통상 일정 수준을 넘어가면 수수료(할인율) 협상도 가능하다”며 “추석이 가까워지면 물건(상품권)이 많이 돌기 때문에 손해를 보는 경우가 있으니 서둘러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상품권 매매 상인들은 억 단위 상품권 뭉치를 들고 와 할인율을 흥정하는 경우도 드물지 않다고 귀띔했다.

10만원 짜리 상품권을 9만4500원에 넘기려면 입 맛이 쓸 수 있다. 그러나 이 역시 구매 규모가 커지면 상황이 달라진다. 대량으로 상품권을 구매하면 백화점에서도 덤으로 추가 상품권을 준다. 시기와 지역에 따라 달라지기는 하지만 1000만원 어치를 구매하면 45만~50만원 어치 정도를 더 주는 게 일반적이다.

다시 말해 법인카드로 1000만원을 결제하면 백화점은 1050만원 어치 상품권을 주고, 이를 다시 상품권 매매업체를 통해 현금으로 바꾸면 적어도 995만원을 손에 쥘 수 있다는 얘기다.

△ 서울 중구 명동 롯데백화점 앞 상품권 거래소 사진=김성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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