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休]이하람의 서울산책-청담동을 걷는 법

  • 등록 2012-10-23 오전 7:25:38

    수정 2012-10-23 오전 7:25:38

외국인관광객 100만 명 시대이다. 지방에서 서울로 출장 온 직장인들은 이제 외국인여행자들과 숙박업소 쟁탈전을 벌여야 할 정도라고 한다. 명동, 경복궁, 남대문 등 외국인들에게 인기 있는 장소는 여전하지만 요즘 서울의 명소로 강남이 뜨고 있다는 건 싸이열풍을 체감한 국민이라면 모두 아는 사실이다.

CNN에서는 강남스타일의 배경이 되는 ‘강남’을 취재해가고, 조만간 싸이를 강남구 홍보대사로 위촉한다는 이야기까지 들리고 있다.
청담동의 한 의류 숍. 담쟁이 덩굴로 뒤덮인 건물이 너그러워 보인다. 이하람 작가


이쯤되면 강남에 관심이 없던 이들도 강남에 대한 무한한 호기심이 생기게 되는 법. 싸이의 노랫말 처럼 심장이 뜨거워지는 밤이 아닌, 한가로운 낮에는 강남산책을 어떻게 즐겨야할까.

트렌디하고 럭셔리하다는 말이 가장 잘 어울리는 동네는 청담동이다. 90년대 초반 강남은 신흥부자들의 자녀들이 흥청망청 돈을 쓰면서, 오렌지족, 야타족 등 불명예스러운 칭호가 붙었다.

그러나 10년이 넘는 시간동안 강남에는 부르주아의 경제력과 보헤미안의 감수성을 두루갖춘 ‘보보스족’이 떠오르기 시작했다. 풍요로운 생활 안에서 문화와 예술에 가치를 두는 삶. 강남이 향락의 소비지가 아닌 문화와 스타일의 장소로 업그레이드 된 것이다.
청담동 오페라갤러리에서 본 바깥 풍경. 이하람 작가
돈을 쓰지 않아도 청담동을 즐길 수 있는 방법은 바로 갤러리 산책이다. 골목골목에 숨어있는 카페 겸 갤러리부터 해외 유명작가의 전시를 만날 수 있는 대형갤러리까지 ‘청담동 화랑가’라고 불릴 정도로 곳곳에 다양한 갤러리들이 자리 잡고 있다.

신인작가들의 작품들도 만날 수 있고, 청담동답게 명품브랜드의 컬렉션이 발표되기도 한다. 청담동 갤러리 골목의 참맛을 느끼게 된다면 이제 이 비싼 동네를 걸을 때 건물이 얼마일까 하는 궁금증 보다는 오늘은 어떤 전시가 열릴까 하는 우아한 호기심이 생길 것이다.

갤러리 산책과 함께 청담동에서 빠질 수 없는 것이 바로 미식산책이다. 이태원과 신사동 가로수길이 서울의 맛집 지역으로 떠오르고 있다고 해도 청담동을 따라올 순 없다.

국내 내로라하는 일식집에서부터 정통 프렌치 레스토랑의 상당수가 바로 청담동에 자리 잡고 있다. 이뿐만인가. 한정식, 중식, 인도, 태국음식까지 세계 각국의 레스토랑은 고급스러운 실내를 더해 ‘청담’스러운 외식문화를 만들어가고 있다.
청담동 이른바 명품 거리의 한 매장. 이하람 작가


패션, 뷰티산업도 빠질 수 없다. 갤러리아백화점에서 청담사거리로 이어지는 길은 명품숍과 플래그십 스토어가 줄지어 있는 청담동의 메카. 바로 CNN기자가 리포팅을 했던 장소이다. 쇼핑이 목적이 아니더라도 요즘 가장 핫한 트렌드를 한 눈에 볼 수 있는 거리다.

가수 싸이가 본격적인 미국 행보에 나서면서 “강남스타일”의 전세계적인 열풍도 쉽게 식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그들만의 공간에서 전세계적인 명소로 떠오른 강남은 이제 동네 젊은이들에서 나아가 전세계 여행객을 맞이할 차례다.

<여행작가>

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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